dh0912042
덕향(dh0912042)
California 블로거

Blog Open 07.15.2008

전체     95816
오늘방문     11
오늘댓글     0
오늘 스크랩     0
친구     42 명
  최근 방문 블로거 더보기
  달력
 
덕향의 미국편지(1582).눈물로 받은 귀한 선물,누룽지 한봉지
04/12/2016 20:43
조회  1063   |  추천   0   |  스크랩   0
IP 45.xx.xx.142

덕향의 미국편지(1582).눈물로 받은 귀한 선물,누룽지 한봉지

 

덕향의 미국편지(1582).눈물로 받은 귀한 선물,누룽지 한봉지


[열린 광장] 눈물로 받은 귀한 선물
김종천/공인회계사



세금보고를 하겠다고 전화로 미리 약속을 하신 분이었다. 사무실에 들어온 그 아주머니의 허름한 첫 모습에서 좀 어렵게 사시는가 보다 생각했다. 그 분은 어딘가 불안해 하며 시선을 한 곳에 모으지 못하고 내가 말할 때는 오랫동안 눈을 감고 계시기도 했다.

아주머니가 작년의 수입 내용을 보여주셨다. 식당에서 일해 받은 월급이었다. 아니 이렇게 벌어서 어떻게 살아가겠나 할 정도로 너무나 적은 액수였다. 보통 납세자들은 세금을 적게 내려고 수입을 가능하면 줄이려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금 수입은 대부분 보고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나는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이 분은 이 적은 수입이 진짜 전부라는 것을.

가족도 없이 혼자 산다고 하셨다. 나이는 겉모습으로는 60대, 실제로는 50대 초반이었다. 구체적인 말은 없었지만 그동안 여러가지 어려움을 많이 겪으며 살아왔다고 했다. 지나간 아픔의 시간들이 그 분의 무표정에, 크고 작은 주름에 깊게 각인돼 있었다.

"저… 그런데… 이거 세금보고 하는 데 얼마죠?" 조심스럽게, 불안해하면서 물어 보셨다.

'그냥 해 드릴게요'라고 대답하려다 잠시 멋쩍은 웃음을 짓고 다시 말을 했다.

"OO불 입니다." 그 짧은 순간에 나는 그 분의 자존심을 지켜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나 보다. 아주머니는 뜻밖에 적은 수수료에 놀라며 어린아이처럼 너무 좋아하셨다.

며칠 동안 그 아주머니의 모습이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운전을 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자려고 누웠을 때도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자신의 세금보고를 가지러 그분이 다시 내 사무실에 들르셨다. 거의 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나 보다. 그 분과는 시간을 일부러 내 얘기를 듣고 싶었다. 나는 결국 용기를 내어 물어 보았다. "그런데 그동안 어떻게 살아오셨나요?" 나의 질문에 그 아주머니는 대답 대신 지그시 눈을 감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메마른 고요함이 깊어져 벽걸이 시계의 초침 소리마저 들리는 듯했다. 꽉 다문 입술가에 작은 경련이 있은 후 그 분의 눈가에 무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또 한참의 침묵이 지나고 분위기가 어색해지려고 할 때였다. "그게… 너무나 힘들고 어려운 삶이었지요." 그 분은 끝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건조한 모습 속에 스며 들어있는 깊은 상처와 외로움은 숨길 수 없었다.

서류를 받아든 그 아주머니는 자리를 뜨면서 미리 준비한 두툼한 마켓봉투를 나에게 내밀었다. 봉투를 들어보니 그 속에 한가득 무언가가 들어있었다. 누룽지였다.

"너무 감사한데 드릴 게 별로 없어서요…." 그 아주머니가 사무실을 나간 후에도 나는 누룽지 봉투를 들고서 한동안 서 있었다. 가슴이 너무 너무 따뜻해졌다. 아니 뜨거워졌다. 어느새 눈물이 흘렀다. 나는 참으로 귀한 선물을 받았다.

   

04-13-16(수)
미국에서
덕향.


본 게시물은 원작자의 동의 없이 임의로 옮겨 쓴 것입니다. 불편하시면 연락 주십시오.


이 블로그의 인기글

덕향의 미국편지(1582).눈물로 받은 귀한 선물,누룽지 한봉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