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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 대문을 바라 보며
09/25/201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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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희는 대문 밖을 바라 보고 있다.


"오늘도 철민이가 왔을까 ?" 를  생각하며,


지희의 집은 '우풍' 이 심했다.


그녀가 '초등 학교 2 학년 시절', 겨울 어느 날인가.


그의 아버지는 '난로'를 하나 사가지고 와서, 마루에다 설치를 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연기통' 도 함께 달아 놓았으므로, 난로에 열이 나면, 바깥으로는 하얀 연기가 빠져 나가곤 했다.


지희 위로는 두 살 많은 오빠가 있었다.


지희 엄마는 난로가 놓여지자, 집안 식구들이 따뜻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난로 위에다가 큰 물 주전자를 올려 놓곤 했다.


어머니는 그 안에 보리차를 넣어, 가족들이 따뜻하게 먹게끔 항상 준비를 했다.


어느 날인가, 큰 주전자가 기차 기적 소리를 내 듯, 큰 소리를 내며, 물이 끓어  오르자, 지희와 그녀의 오빠인 승호는 그 물 주전자의 보리차 물을 먼저 먹겠다고 서로 뺏으려 했다.


큰 물 주전자는 난로에 더 가까이 있던, 지희가 먼저 주전자의 손잡이를 잡았지만, 오빠는 아랑곳하지 않고 힘으로 그 물 주전자를 뺏으려 했다.


그런 과정에서, 물 주전자의 뚜껑이 열리면서, 지희는 끓는 물에 잡고 있던 오른손등과 허벅지를 데이고 말았다.


순간 가족들은 너무 놀랐지만, 너무나 순간적어서 아무도 그 상황을 막지는 못했다.


지희는 뜨거운 물에 데이자 마자,


"악 !" 하는 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아빠는 아내에게 냉장고에서, 소주를 꺼내 오라고 했다.


그는 수건에다가, 소주를 부어, 데인 부분에 놓았다.


하지만, 지희의 데인 부분은 쉽게 가라 앉지 않았고, 지희는 놀라서인지, 여전히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아내는 남편에게 소리쳤다.


"여보 !  애를 그대로 두지 말고 빨리 병원으로 데리고 가 봐요 !"


동철은 아이를 업고, 속옷 바람으로  근처의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에서는 마칠 시간이 다 되어서인지, 의사와 간호사는 퇴근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선생님 ! 우리 애 좀 봐 주세요!  아이가 끓는 물에 데였어요!"


의사는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침대로 아이를 눕혔다.


아이의 진료를 마친 의사는 동철에게 말했다.


"너무 걱정히지 마세요. 데인 곳이라 큰 상처는 나지 않을 것 같은데, 데인 흉터는 남을 것 같아요!"


흉터가 남는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동철은 망연자실했다.


그 모습을 본 의사는 동철에게, 웃으며,


"아직 아이가 어리니깐, 지금은 안 되지만 크면, 성형 수술을 시켜 주면 되죠 뭐!"


의사는 아이의 아버지를 안심시켜 주려고 한 말이지만, 괜히 말했나 싶었다.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동철은 때늦은 후회를 했다.


"괜히, 난로를 설치해 가지고 ...."


모든 것이 자기의 잘못인 것 같았다.


그는 그 다음 날, 난로를 마루에서, 창고로 치워 버렸다.


지희는 활달한 성격이었지만, 손등과 오른쪽 허벅지에 난, 데인 흉터로 인해 점점더 내성적인 아이가 되어 가고 있었다.


지희는 그 사고 이후로 치마를 입지 않고, 늘 바지만 입었다.


그렇게 세월이 3 년 정도 흘렀다.


그 동네의 여자 짱이었던, 경애네 집에 철민이라는 동급생과 그 가족들이 문간방에 새로 들어 왔다.


경애와 철민은 같은 반은 아니지만, 초등 학교 6 학년이었다.


철민은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왔기 때문에 , 친한 친구가 없었다.


그는 저녁을 먹고 나면, 근처의 넓은 공터로 바람을 쐬러 나가곤 했다.


그 넓은 공터 앞에는 작은 또랑이 있었는데, 비가 많이 올 때를 제외하고는 평소에는 물이 잘 흐르지는 않았다.


동네 주민들이 버린 생활 하수가 음식 찌꺼기와 함께 간간히 흘러 내리곤 했다.


그는 또랑에서 흐르는 물을 보다가,  그의 시야에 어떤 여자 아이가 건너 편 집, 마루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조용해 보이는 듯한, 여자 아이가 마루에 앉아, 대문 밖을 쳐다 보는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그녀는 예전에 '데인 상처' 가 있던 지희였다.


지희는 항상, 버릇처럼, 오른 쪽 손등에 난 상처를 감추려는 듯, 오른 쪽 손 위에 왼 쪽 손을 올려 놓고, 그것도 모자라 작은 담요로 자기의 손등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학교를 다녀 오는 길에,  같은 동네에 살던 둘은 우연히 길에서 마주쳤다.


철민은 먼저, 지희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지난 주에 이 곳으로 이사온 6 학년 3 반, 이 철민이라고 해 !"


"응, 나는 ...."


지희는 쑥스러운지 철민의 말에 더 이상 말 대꾸를 하지 않았다.


철민은 계속 말을 이어 갔다.


"나 어제 저녁에 너 봤어. 네가 너희 집 마루에 앉아 있더라 !"


지희는 마치 무언가를 들킨 아이처럼, 더 쑥스러워 했다.


지희는 뜨거운 물 주전자에 데이고 난 뒤에는, 또래의 친한 친구도 없었고, 밖에 나가 놀지도 안했다.


철민은 다소곳한 지희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계속 지희에게 관심을 보이려 했지만, 지희는 요지부동이었다.


철민은 그날 이후,  저녁을 먹고 나면, 지희네 집 앞에서 서성 거리곤 했다.


하지만, 지희의 집은 철문이 굳게 잠겨 있어서, 어린 철민이가 그 안을 들여다 볼 수는 없었다.


철민이는 그 다음 날에도, 그렇게 지희 집 앞을 또랑 앞에서, 서성거리며, 쳐다 보곤 했다.


학교에 가지 않는 토요일이 다가 오자, 점심을 먹고 난 철민이는, 저녁 마다 그랬듯이 지희 집 앞을 서성거렸다.


때마침, 낮 시간이어서 그런지, 지희네 대문이 열려 있었다.


지희네 집 대문은 철문으로 되어 있는데, 항상 한쪽은 고정시키고 나머지 한쪽 문만 열어 두곤 했다.


철민은 너무 기쁜 나머지, 열린 철문 쪽으로 들어 가려 했다. 


"나, 들어 가도 될까 ?"


지희의 이름을 아직도 모르는 철민은, 열린 문으로 들어 가고 싶었지만, 문 앞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마루에 앉아, 철민을 바라 보며,


씽긋 웃는 지희의 모습에서, 


그녀가 "들어 와도 좋다 !" 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받아 드렸다.


철민이는 그렇게, 지희 집으로 들어 왔지만, 여자 아이와 단 둘이서만, 놀아 본 적이 없는지라,


무슨 놀이를 해야 할 지 몰랐다.


잠시 망설이던 철민이는,


근처, 화단에 있는 납작한 돌을 '두 개' 를 집어 들어,


"우리 돌치기 놀이 할래 ?"


한 번도 '돌 치기 놀이' 를 해 본 적이 없는 지희는 그저 웃기만 했다.


놀이를 제안했던 철민이는, 머쓱했던지,  혼자서, '돌 치기 놀이' 를 하고 있었다.


지희는 자기 집 앞 마당에서, '돌 치기 놀이' 를 하는 철민이를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 보고 있었다.


잠시 뒤, 대문에서, 삐끄덕 소리가 나면서, 지희의 아버지가 들어 오고 있었다.


인기척 소리에 놀란 철민이는 뒤로 돌아 보지도 않고, 도망치듯 대문을 빠져 나갔다.


동철은 혼자 말로, 이야기를 했다.


"싱거운 놈 !"


그 다음 날,  아침은 일요일이었다.


철민은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더니만, 그의 발걸음은 그녀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지희의 부모들은 일요일 아침이 되면, 근처의 야산에 가서, 약수물도 담아 오고, 산 정상까지 올라 갔다 오곤 했다.


그럴 때면, 지희는 혼자 남아, 마루에 앉아, 대문 밖을 쳐다 보곤 했다. 


철민은 어제 처럼, 지희의 아버지와 눈이 마주 칠까봐, 마당 안으로는 들어 가지 못하고, 또랑 가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철민은 지희의 앞마당에 가서 놀고 싶지만, 그의 아버지를 만날까 봐,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용기를 내어 열린 대문 사이로, 마루 쪽을 바라 보니, 지희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철민은 조금의 망서림도 없이 그녀의 집으로 들어갔다.


지희는 어제 철민이가 무슨 놀이를 해야 할 지 망서리는 모습을 보고 나름대로 놀이를 생각을 했는지, 손에는 여러 번 묶은 듯한, 낡은 고무줄을 쥐고 있었다.


그녀는 여느 때와 다르게 주름 치마를 입고 있었지만, 철민은 어느 여자 아이들이나 치마를 입는 것을 자주 보았기에, 아무 뜻도 없이 그녀의 모습만을 바라 보았다.


철민이가 마당 한 가운데로 들어서자, 지희는 기다렸다는 듯이 일어서서, 고무줄의 한쪽을 빨래줄 기둥에다가 묶었다.


그러면서, 고무줄의  다른 한 쪽을 철민에게 잡아 달라고 했다.


철민은 여자 아이들이 즐겨 하는 고무줄 놀이를 본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지희가 하라는 대로 한쪽 고무줄을 잡고 있었다.


지희는 노래를 부르며, 혼자서 고무 줄 놀이에 빠져 있었다.


한 곡이 끝나면, 다른 노래를 부를 때마다, 철민에게 고무줄의 높이를 올려 달라고 했다.


그렇게 여러 차례 걸쳐, 올라간 고무줄은 어느새, 철민의 목까지 다다르기에 이르렀다.


지희는 어렵사리, 다리를 뻗어, 고무줄을 발목에 걸고, 고무줄 놀이 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어느 순간, 지희가 고무줄에 발목을 걸기 위해, 오른쪽 다리를 높게 쳐드는 순간, 지희의 허벅지에 난 흉터가 철민의 눈에 들어 왔다.


하지만, 철민은 지희의 다리에 난 흉터가 어떻게 난 것인지, 왜 생겼는지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지희는 정말 오랫만에, 즐겁게 마당에서 뛰어 놀고 있었다.


철민이는 그저, 지희네 집 앞마당에서, 노는 것 만으로도 좋았다.


그렇게 둘이서 앞마당에서 놀고 있는 사이, 철문이 삐끄덕 거리며, 누군가가 들어 오고 있었다.


지희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등산을 갔다가 돌아 오는 길이었다.


동철은 철민이를 보자마자, 큰 소리를 쳤다.


"너 이 놈의 자식, 어제도 우리 집 앞 마당에 있어니만, 또 있어! 어서 나가  !"


철민이는 동철의 화난 표정을 보며, 겁에 질려 어제와 같이 쏜살같이 대문 밖으로 도망을 갔다.


동철이 그토록, 철민에게 화를 내며 야단을 친 것은 철민이 때문이 아니고, 자신의 딸인 지희를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동철은 딸인 지희가 입고 있던 주름 치마를 쳐다 보며, 작년에 지희의 학교에서 있었던, '교내 학예회' 를 떠올리며, 지난 일을 회상했다. 


사실, 그 주름 무늬 치마는,   '학예회 때, 4 학년 여자 아이들이 단체로 입었던, 옷' 이었다.


각 반에서, 두 명씩을 뽑아, 여자 아이들에게 무용을 추게 했는데, 그 때 입으려던 단체복이었다.


참석한 모든 여자 아이들은 모두 다, 그 주름 치마를 입었지만, 자신의 딸인 지희만 한사코 그 치마를 입지 않은 것이다.


결국 유일하게, 지희만  치마를 입지 않고, 바지를 입고 학예회의 공연을 마친 것이었다. 


아버지인 동철은,  딸이 그토록 입기 싫어 하던 치마를 어느 선머슴 아이 같은 또래의 남자 아이 앞에서, 그 치마를 입고 있었다는 것을 매우 의아해 했다.


동철은 직감적으로, 자기 딸이 그 남자 아이를 좋아 한다는 것을 눈치챘고, 행여나 자기 딸이 그 어떤 상처라도 받을까봐,  둘 사이를 벌려 놓으려고 한 것이다.


철민이가 유난히 아버지뻘인 동철이의 말과 행동을 보고, 유난히 '과민 반응' 을 보인 것은 순전히 자기 아버지 영향 때문이었다.


철민이의 아버지는 특별한 잘못이 없는데에도,  항상 철민이를 시시콜콜하게, 야단을 치곤 하니, 자기 아버지 또래의 사람이 야단을 치면, 지레 겁을 먹었던 것이다.


철민은 더 이상,  지희의 집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다만, 엄마를 졸라서, 저녘을 일찍 먹고 나와, 또랑 근처에서, 마루에 앉자 있을 지희를 쳐다 보려고 깡충거리며, 뛰어 볼 뿐이었다.


지희는 그 일이 있고 나서는,  두번 다시 치마를 입지 않고, 에전처럼 바지만 입고 있었다. 


그녀는 마루에 앉자, 대문으로 들어 올 것만 같은 철민이를 그리며, 대문 쪽을 늘 바라 보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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