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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덧 싸우고 있는 나
08/06/2019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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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내가 배우라면내가 원하는 배역은 여주인공이다.  혼자서 뭔가를 성취해내는 캐릭터가 아니라 능력있는 남자에 의해 구출되는 청순가련형의 여주인공이 내 취향이다.

 

대학시절 연극반에서 남자 주인공의 상대역에 캐스팅된 적이 있었다.  사극이었는데 가을 공연을 위해 여름 내내 학교 기숙사에서 지내며 연습을 했다.  위계질서가 분명한 연극반에서 막내인 나와 내 친구 유자는 청소, 음식배달 등 온갖 궂은 일을 도 맡아 해야했다.  그래도 우리 둘 다 비중있는 배역이 주어졌기에 불평없이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연극반 반장이 외부 캐스팅 디렉터가 와서 리딩(소리내서 대본읽기) 후 최종 캐스팅을 한다고 우리에게 알렸다.

 

며칠 후 최종 발표에서, 나는 여주에서 병졸1내 친구는 문지기로 캐스팅 되었다. 나는 목소리가 작고 발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도 최소한 나의 병졸1 역은 대사가 두 세마디는 있었는데 문지기인 내 친구는 대사가 전혀 없이 서있기만 하는 역이었다!  우리는 큰 충격과 상처를 받고 그날 밤 기숙사에서 몰래 짐을 싸 야반 도주했다.   주연급에서 엑스트라급으로 전락한 것도 그렇지만남자역으로 캐스팅된 것도 충격이었고 모욕감을 느꼈다.

 

지금도 그렇지만, 어릴 때 나는 겁이 많아서 잘때 꼭 불을 켜놓고 잤다.  자기 전에 성경책을 읽었는데, 신기하게 어떤 내용을 읽던지, 예를 들어 누가 누구를 낳고…” 하는 부분을 읽어도 마음이 편해지며 쉽게 잠들 수 있었다.


그 때 꾼 꿈 속에서 나는 마귀들과 칼을 들고 싸웠다.  신기한 것은 내가 칼 끝을 흉칙한 마귀 머리에 갔다 대기만 하면 마귀의 머리 꼭대기 부터해서 몸 전체가 반으로 쫙 갈라지며갈라진 부분에 생선가시 같이 생긴 뼈들이 드러나는 것이었다.

 

수많은 마귀들이 덤벼들어도 나는 그렇게 힘들이지 않고 쉽게 마귀들을 처치했다.  잠에서 깨어나면, 어린 나에게도 그 것이 참 신기했다.  어떻게 나같은 겁쟁이가 꿈만 꾸면 마귀들과 그리 용감하게 싸울 수가 있는 것인지.  같은 내용의 꿈을 오랫동안 반복해서 꿨었다.

 

현실에서의 나는 여전히 내성적이고 예민한 아이였고 당시 내 또래 여자아이들 처럼 왕자와 공주가 나오는 이야기를 좋아했다.  책 읽기를 좋아해서 동화책을 많이 읽으며 동화 속 같은 환상을 키워갔던 것 같다.  성당에서 여신도들이 쓰는 하얀 망사로된 미사보를 신부의 베일처럼 머리에 쓰고 거울을 보니, 내 모습이 예쁘고 신비롭게 보여 천주교 신자도 아니면서, 그걸 쓰기위해 명동성당에 몇 번 갔었다.  그야말로 중증의 공주병 환자였다.

 

대부분의 여자들 처럼, 나도 전쟁영화나 스포츠 등 싸우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나의 성향과 정 반대되는 어릴 때 꾼 마귀와 싸우는 꿈에 대해 살아오며 종종 생각해봤다.  예언적인 꿈 같은데, 내가 싸운 거라고는 어릴때 동생하고 싸운거랑 결혼하고 부부싸움 한 것 밖에 없는데, 그럼 그냥 개꿈이었나?  하는 생각을 하며 좀 맥이 빠지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그게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  몸싸움은 한 적이 없지만, 학문 및 신앙관련 논쟁할 기회는 몇 번 있었다.

 

대학원에서는 논문 시작 시점부터 객관적/절대 진리가 없으니, 언론은 사람들에게 facts, 즉 무슨일이 있었다는 것만 알려줘야 한다는 교수들의 입장에 맞서, 나는 언론은 facts들이 어떤 의미이고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알려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1993년 경 AI 수업을 듣고, 기계 대 인간의 정보처리 차이 및 사람들과 언론 간의 진리공유 관련 논문을 소신 껏 썼다.  당시 기계는 몹시 원시적이라 사람의 두뇌를 모방하는 것도 매우 서툴렀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사과, 배 등을 과일, 그리고 그 위로 음식, 그리고 그 위로 유익한 음식 대 해로운 음식이라고 점점 더 추상적 단계의 카테고리로 분류를 할 수 있지만, 기계는, 가장 아래단계의 분류도 잘 못해서 오류를 내고 있었고 내가 들은 AI 수업은 튜링머쉰이라고 불리는 이 기계가 인간 사고의 첫 단계를 오류없이 따라하도록 하는데 촛점을 맞추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당시 카네기 멜론 대학에서 공부한 AI계의 권위가라고 하는 교수님도, 사과, 배에서 과일로 올라가는 인간 사고의 능력을 인지하지 못하고, 사과, 배를 기계가 인식하도록 하는데만 치중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논문을 위한 실험을 했다.  은행합병에 대한 실제 신문기사를 카피해, 한 그룹의 사람들에게는 그 기사를 그대로 읽게하고 두번째 그룹의 사람들에게는 한 문장이 추가된 기사를 읽도록 했다. 이 합병이 투자자들에게는 큰 이익이 되지만,  소규모 은행들이 문을 닫게되면서 직원들이 해고되고 은행 간의 경쟁력이 상실되는 은행의 독점체제는 소비자 및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기사를 읽은 소감을 쓰라고 했을 때, 첫번째 그룹은 대형 은행간의 합병이 있었다.  하고 기사 내용을 반복해서 쓴데 그쳤지만, 두번째 그룹은, 자신의 소견과 우려를 나타내는 글을 첫 그룹보다 길게 썼다.  정부가 규제를 해줘야지 이렇게 독점체제로 나가면 결국 우리 사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겠는가.”  등등.

 

, 언론이 사람들을 카테고리의 높은 단계에의 의미를 전달하면,사람들의 사고도 낮은 단계에서 더 높은 단계로 이동하며, 지금 일어나는 facts들의 의미를 함께 생각해보게 된다.  통계분석을 통해 두 그룹의 반응이 유의하게 다름을 증명했고 처음부터 반대한 교수들의 인정을 받아 논문 디펜스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기도하며 시작부터 끝까지, 어렵게 그리고 아주 쉽게 한 싸움이었다.  

 

교회에서도 에큐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등 교리에 벗어나는 이상한 사상을 들을때마다 목사님께 조용히 다가가서 의문을 제기해왔다.  그들의 반응은 개인적으로는 , 지금이 말세라서 그런 사상이 있다는 것이지요.”  "회개나 지옥/심판 얘기하면, 사람들이 교회에 안와요. 일단 오게해야죠.” 등이었다.

 

최근 우리 교회가 한국의 WCC (World Council of Churches) 가입 교회와 결연하여, 주일 예배에서 굿 같은 공연을 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몹시 무거웠다. 벌써 몇 번 교회를 옮겼으니 그냥 나가면 되겠지만, 교회에서 사귄 친구들,특히 목장식구들과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는 점점 더 갈 교회가 없어지는 것 같다.  

 

그래도 하나님 배반할 수 없다는 생각에 어제 교회를 나올 각오를 하고 목장 모임에서 WCC와 에큐메니칼 운동 관련 지금 교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전했다.  보통 때는, 우리 모임에서 직장, 건강 등 개인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기도했는데, 내가 말을 꺼내자 놀랍게도 모두, 걱정과 우려의 반응을 보이며 알려줘서 고맙다.  깨어서 함께 지켜보고 기도하자고들 얘기했다.  눈물이 났다.   

 

꿈 생각이 났고 또 내가 쓴 논문 생각이 났다.  누군가가 전체 상황과 그 의미에 대해 얘기를 시작하면,사람들은 그 레벨에서 만나주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사고하고 대화할 수 있게 지어진 것이다.  그런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큰 용기를 요하는 싸움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또 연극과 배역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이제 노년에 접어든 내가 공주역하기는 확실히 글렀고, 여 전사 역도 안 어울리지만이제는 달아나지 않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겠다.  시켜주는게 어딘가.  어려울 줄 알았는데, 용기를 내 입을 여니 나머지는 쉬웠다.  내가 하는 싸움이 아닌 것이다.  혼자하는 싸움도 아닌 것이다.  그리고작은 역도 잘해내면 그 다음엔 더 좋은 역이 주어질 수도 있는데젊을 때는 그걸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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