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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송준석 교수 종교칼럼: 부모들이여, 아이들에게 종이를 주자
06/10/2019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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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학교에서 강의할 때 특별한 경우를 빼고 파워포인트(PowerPoint) 슬라이드를 쓰지 않는다. 이렇게 학생을 가르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필자가 지금까지 많은 공학 수업을 들어오며 가장 잘 배운 수업의 대다수가 손으로 필기를 하며 공부를 했던 수업들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전공 수업은 다를 수 있겠지만 수학적, 과학적 논리가 기본이 되는 공학 수업에서는 느리더라도 깊게 생각하는 능력이 필수이기에 교수가 칠판에 직접 손으로 써가며 가르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을 했다. 이 생각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것이지만 몇 해 전 NPR(National Public Radio)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다뤘다. 프린스턴(Princeton) 대학의 교수와 캘리포니아(UCLA) 대학의 교수가 수업 시간에 노트북 컴퓨터로 필기를 하는 학생들과 손으로 종이에 필기하는 학생들을 비교해보니 종이에 필기한 학생들이 수업내용을 더 잘 이해하고 더 오래 기억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었다. 이 두 명의 교수가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은 손으로 필기를 하게 되면 필기하는 내용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이 뇌의 활동이 필기하는 내용을 더 잘 기억할 수 있게 돕는다는 것이었다.

애플(Apple)사의 아이패드(iPad)가 나온 지 9년이 지났다. 처음 태블릿(tablet PC)이 나왔을 때는 이 기술이 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혁명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외쳤던 교육자들도 있었다. 예를 들어 2013년도에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교육청(School District)은 13억달러를 사용해 65,000명의 학생에게 아이패드를 나누어주고 교육의 질을 향상하려 했다. 하지만 아이패드를 나누어준 지 일 년 만에 이 시도는 실패로 끝나고 당시 교육청장(superintendent)은 사임하고 만다. 이 시도가 실패했던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이 있지만, 태블릿이라는 새로운 도구가 아이들의 교육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시인하는 교육자의 수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태블릿과 같은 디지털 기술은 분명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 기술을 통해 지금까지 교육 현장에서 접할 수 없었던 많은 자료를 손쉽게 구할 수 있고, 또한 동영상으로도 학생들과 새로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은 잘 통제하지 않으면 아이들에게 커다란 해가 될 수 있음을 부모는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교육에서 디지털 기술의 단점 중 하나는 아이들이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태블릿에서 하나의 앱(app)을 가지고 놀다가 흥미를 잃어버리면 바로 다른 앱으로 옮겨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환경에서는 아이들이 삶에서 필요한 끈기와 인내를 배우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한 가지 무서운 것은 이러한 잘못된 습관이 대학을 거쳐 평생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동료 교수를 통해서도, 언론에서 언급한 연구 결과를 통해서도 디지털 기술에 의존하여 자란 아이들은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빌 게이츠(Bill Gates) 또한 자신의 맏딸이 어렸을 때 컴퓨터 사용을 하루 45분으로 제한했던 것이다.

이런데도 올해 4월 29일 자 조선일보에는 “태블릿과 앱… '배움'을 클릭한다”라는 기사가 게재되었다. 태블릿을 통해 아이들 교육을 더 풍성하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실린 기사였지만, 이 기사를 읽고 나서 필자는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문화와 정보가 세상에 더 만연해질 때 어른들은 더 특별히 신경을 써서 자녀를 교육해야 할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필자가 부모에게 한 가지 추천하고 싶은 것은 아이들에게 태블릿보다는 종이를 주라는 것이다. 종이에 그림을 그리던, 자기 생각을 적던 지와는 관계없이 종이는 아이들에게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준다. 태블릿과는 달리 종이를 쓸 때는 생각을 방해하는 메시지도 오지 않으며 소셜미디어의 유혹도 전혀 없기 때문이다.

신앙인으로 자라날 아이들에게 종이가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를 위해 집중이 필요한 점이다. 마가복음 6장에 보면 예수님이 무리를 떠나 기도하러 산으로 가는 장면이 나온다. 믿는 자 또한 기도할 때, 그리고 다른 이들을 사랑으로 섬길 때 집중을 방해할 수 있는 것은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태블릿의 화려한 영상은 매력적이지만 아이들에게 집중을 가르칠 능력은 없다. 아이들이 성경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데에는 종이가 태블릿보다 훨씬 나을 수밖에 없다. 태블릿을 절대 사용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영적 성장에 관심이 있는 부모라면 아이들이 현재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돌아보고 아이들이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필자는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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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신문에서 이 글을 먼저 읽었다. 나의 UT Austin 동문. 전혀 공부체질이 아닌 내가 엉뚱하게 대학원에 진학해서 영어로 해야하는 공부라 벌벌 떨고 있을 때, 줄도 안쳐진 백지에 교과서를 거의 베끼다 시피 노트를 하며 공부했었다.

한국 유학생인 친구가 노트를 빌려달라고 해서 망설이다 보여줬더니 잠깐 보고 그냥 돌려주며 어이없이 나를 봐서 참 챙피했던 기억. 머리가 나쁜 바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나는 요점 뿐 아니라, 영어 표현까지도 손으로 쓰며 기억하려 했던 것이 었는데. 그렇게 해서 나중에 영어도 늘면서 요점 정리도 더 제대로 할 수 있었다.

나도 종이가 좋다. 하얀 캔버스도 좋다. 요즘은 성인도 색칠공부가 유행인 것 같은데, 남이 그린 거에 색칠 하지 말고 서툰 스케치라도 직접 그려보라고 권하고 싶다.

구독하는 Money 라는 잡지가 다음 달 부터는 종이 버전을 중단하고 태블릿/모바일 버전만 공급한다고 한다. 왠지 배신감이 들었다. 종이 잡지로 3년치 구독료를 이미 냈는데 웹사이트에서 보라니 .. 손가락에 닿는 매끈한 종이의 감촉을 느끼고, 밑줄 치고 여백에 메모하고 뜯어서 스크랩하는 재미를 포기하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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