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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맞수
08/24/20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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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맞수

조사무


   어제, 세계 어린이 야구대회에서 한국 팀이 10:0 4회 콜드게임으로 일본을 누르고 승리를 거두었다승패를 떠나 양 팀이 경기장에서 보여준 흠잡을 데 없는 페어플레이만으로도 훌륭한 경기였다. 운동경기, 특히 야구에서 승패는 선수들의 당일 컨디션이나 운에 좌우되는 경우가 흔하다. 메이저리그 어느 팀도 전승을 기록한 적이 없지 않은가

그동안 역대 전적으로나 경기태도로나 양 팀은 '영원한 맞수'선수들이 타석에 들어서기 전 주심에게 목례를 한다

포수가 타석에 들어선 선수와 일일이 악수를 나눈다데드 볼로 진루한 선수에게 투수가 먼저 다가가 미안하다며 손을 내민다헛방망이질하고 공연히 심술부리며 방망이를 내동댕이치지 않는다

심판판정이 좀 애매하고 야속해도 지수굿이 고개를 숙이고 승복할 줄 안다


   지난주 미국 프로야구경기에서 포수와 타자 사이에 시비가 붙어 구장이 난장판이 되도록 집단난투극을 벌리는 장면을 보았다한마디로 꼴불견이었다그것도 같은 주에 속한 이웃 팀끼리 말이다그래도 평소 저들끼리는 숙적(old enemy)이라 경원하지 않고 서로를 경쟁 팀(rival)이라고 부르며 호형호제하는 것을 보면 참 신통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오늘 한일 양국 어린이 팀 야구경기를 보면서 어른들이 아이들보다 못 하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달았다윌리엄 워즈워드가 노래한 ‘The child is father of the man’라는 시구를 보통 아이들은 어른의 아버지라고 직역하던데 아무래도 좀 어색하다

어린이들 경기태도를 보면 차라리 ‘아이들이 어른보다 훨씬 어른스럽다라고 의역하면 좋을 성싶다.


   미주 중앙일보 봉화식 기자가 넉넉하게 지면을 할애해 경기내용을 상세히 보도해주었다고마운 일이다더군다나 언론들이 무심코 저지르는 관행적 기술(記述)과 달리 ‘숙적 일본이라는 경솔하고 경망스러운 표현을 쓰지 않아 천만다행이다.

숙적참 엄중하고 끔찍한 말이다숙적이란 낱말은 허투루 휘둘러도 좋은 칼이 결코 아니다운동경기에서까지 상대팀을 철천지원수로 인식하는 사고방식은 온당치가 못하다더구나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언론이 앞장서 오도(誤導)를 일삼다보면 국민정서가 병들기 십상이다운동경기가 비록 서로 우열을 겨루는 놀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사생결단식 전쟁도 아니다.  

운동장이 오월동주(吳越同舟)처럼 냉혹하고 살벌한 현장일 수는 없는 일이다


   기사를 읽고 아쉬움이 좀 남는다작년에 한국 팀이 일본 팀에게 4:1로 진 경기를 분패(憤敗)’였다고 표현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분패란 원통하게 승리를 빼앗겼다, 또는 절대로 질 수도 없고 져서도 안 되는 경기를 억울하게 망쳤다는 뜻이 아닌가

이는 패배를 도저히 인정할 수 없어 분하고 서럽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람이 분을 삭이지 못하면 게거품을 물고 이를 북북 갈기 마련이다그러니 어찌 심판 판정에 쉽게 승복할 수 있겠는가

이왕이면 분패가 아니라 ‘석패(惜敗)’라고 했더라면 훨씬 부드러웠을 텐데....... 

하기야 옥에도 티가 있다는데 까짓 분패든 석패든 슬쩍 눈감는 것도 예의가 아닐까싶기도 하다


   이제 무더위도 한 풀 꺾인 듯싶다숲길을 걷다보면 이제 막 단풍이 들기 시작한 나뭇잎들이 살랑거린다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한낮 햇살도 이젠 견딜 만하다바야흐로 천고마비 계절가을이 바로 코앞이다

세계 어린이야구대회가 열리고 있는 펜실베이니아 주 윌리엄스포트까지는 대략 500 마일일박이일 가을나들이 코스로는 더할 나위 없는 거리다혹시(或是), 아니 필시(必是), '영원한 맞수' 한일 양 팀이 결승전에서 다시 맞붙은다면 만사 제치고 '편생 원수'인가 영원한 맞수’인가, 톡톡 쏘기 일쑤인 마눌님 모시고 겸사겸사 한 번 다녀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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