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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봄이건만
03/27/20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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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매 수필]

꽃피는 봄이건만

조사무


   숲길이다. 괴나리를 메고 길 떠날 날을 앞둔 삼월이 무색하게도 바람이 제법 쌀쌀하다다람쥐들이 숲을 누빈다. 짝을 찾는 홍관조(紅冠鳥)들이 목청을 높인다. 여기저기서 야생화들이 고개를 내민다. 아직 잎사귀조차 차려입지 못한 도그우드 나뭇가지에 탱탱하게 부푼 꽃망울들이 목을 움츠린 채 숨을 고른다. 여린 속살을 탐할 벌 나비들이 서둘러 찾아들기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눈치가 역역하다.


   저들이 애태워 기다리는 봉접(蜂蝶) 도움이들은 다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혹 꽃샘추위에 몸을 사리는 것일까아니면 풍성하게 피어날 여름 꽃을 기약하며 어느 양지 바른 길목에 주저앉아 하릴없이 노닥이는 것일까그도 아니면 문명이라는 분무기가 토해내는 공해가 진저리난다며 차라리 굶어죽기를 작정하고 오기를 부리는 것은 아닐까.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만약 지상에서 꿀벌들이 사라지고 나면 인간은 고작 4년도 못 견디고 멸종하고 말 것이다.” 라고 했다. 내로라하는 생태학자들도 공감하는 경고성 메시지였다. 지난해에도 오이꽃과 호박꽃이 만발할 여름에야 비로소 벌과 나비들이 간간이 텃밭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그나마 하나같이 잔뜩 주눅이 든 것 같아 보기조차 딱했다. 몸뚱이도 부실하고 날갯짓도 시원찮아 보였다


   아무리 예쁜 꽃도 제때 수분(受粉)을 못하면 헛꽃이기 십상이다. 이를 낭화(浪花)라고 한다. 왠지 물결 ()’에는 허망하고 쓸쓸한 느낌이 있다. 방랑(放浪)이 그렇고 유랑(流浪)도 그렇다. 정처 없이 타향을 떠도는 나그네를 낭인(浪人)이라 하던가

하물며 고국을 등지고 평생 부평초처럼 지구촌 동서남북을 떠돌다가 이역 한 귀퉁이에서 벌 나비도 찾지 않는 첫 봄을 맞는 낭객(浪客), 그까짓 여생이 좀 허랑(虛浪)한 낭만(浪漫)인들 어떠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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