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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은 안녕한가요
02/27/20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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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e size of the dog in the fight, 

It's the size of the fight in the dog. 

-Mark Twain


조국은 안녕한가요

조사무


   삼십사오 년 전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서 현대자동차 제품인 스텔라 승용차 한 대를 목격하고 얼마나 가슴이 뿌듯했었는지 모른다당시만 해도 해외특히 유럽으로는 자동차수출이 궤도에 오르기 훨씬 전이었다그래서 정식으로 수출절차를 밟아 유럽대륙을 밟은 자동차인지아니면 현대그룹 주재원의 업무용이나 개인용으로 반입한 것인지 짐작할 수가 없었다.


   그로부터 십여 년이 흘러 유럽에서 미국으로 삶터를 옮기고서도 또 한 번 진한 감동을 맛보았다캘리포니아의 고속도로를 시도 때도 없이 누비고 다니는 낯익은 한국선사 소속의 컨테이너 행렬 때문이었다.

진홍색 현대상선 컨테이너와 연청색 한진해운 컨테이너들이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행진하는 장관을 보며 감회가 새로웠다육중하게 생긴 한국선사의 컨테이너들이 수출입 상품을 가득 싣고 미국 대륙을 종횡무진으로 달리는 장한 모습에서 자부심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은퇴 후 산 페드로 항구와 롱비치 항구가 가까운 동네에 둥지를 틀은지 얼마 되지도 않아 몇 년 사이에 그 숱한 한국선사 컨테이너들이 흔적도 없이 길거리에서 사라졌다

요즘은 아무리 눈을 씻고 보아도 현대나 한진 컨테이너들이 보이지 않는다대신에 몇몇 중국계를 비롯한 외국선사 컨테이너들만 제 철 만난 듯 쌩쌩거리며 신바람을 일으킨다.


   세계 굴지의 양대 국적선사를 방만하게 운영해 파국을 자초한 족벌기업인들이 무지무지 미워 죽겠다

저들의 부실경영을 손금 들여다보듯 빤히 알면서도 수수방관하다가 두 손 탁탁 털고 만세나 부르는 금융권도 정말정말 꼴 보기 싫다바다 속으로 침몰하는 타이태닉 선단을 넋 놓고 구경이나 하는 정부나 정치권의 나 몰라라 식 방관태도 또한 야속하고 야박하긴 마찬가지다.


   요즘은 운전을 할 때마다 ‘그 많던 한국 컨테이너는 다 어딜 갔을까’ 라며 나도 모르게 혼자 숭얼거리는 버릇이 생겼다. 그럴 때면 옆 좌석을 차지한 그녀가 이 양반이 왜 이래?’ 라며 놀라듯 의아한 눈초리로 날 쳐다보기도 한다.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라는 소설이 있다소설의 주인공 ‘는 동란 중 고난의 세월을 살면서 속이 더부룩할 적마다 싱싱한 싱아를 잘근잘근 씹어 그 즙으로 입가심을 하고나면 비위가 씻긴 듯 가라앉을 것이라고 믿는다이따금 일손을 내려놓고 북녘하늘을 망연히 바라보며 고향 들녘에 지천으로 자라던 그 많고 많은 싱아는 다 어찌 되었을까 회상에 젖기도 한.


   트럼프행정부가 들어선 후 미국사회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국제경찰국으로서의 과도한 역할을 줄이고 최대한 국익을 도모해야 한다는 우 클릭 주장이 슬슬 고개를 쳐드는 이상기류 또한 결코 만만치가 않다어찌 미국뿐이랴대부분의 유럽제국은 물론 이웃 일본과 중국의 지도자들과 국민들도 서로 앞을 다투어가며 국력을 결집하고 남보다 먼저 국익부터 챙기느라 혈안이 아닌가.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역사 또한 그러하다깨끗한 물이 끊임없이 유입되고썩은 물이 계속해서 빠져나가는 호수나 강이라야 생명이 깃들 수 있다얼른 벗어던지고 기억에서 지워버려도 시원찮은 시시콜콜한 과거사에 매몰된 채 친일잔재가 이렇다소녀상이 저렇다세월호가 어떻다, 허구한 날 장터를 쏘다니며 분노와 복수심을 잔뜩 부추기며 촛불타령이다, 맞불타령이다, 장타령이다 나발이나 나발나발 불고 다녀서야 어찌 조국의 장래가 밝다 할 수 있겠는가.


    노도와 같이 밀려오는 세파의 격랑 속에서 구질구질하고 자질구레한 과거사에 발목이 잡혀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미적미적 뭉개고 있는 조국의 현실이 너무너무 답답하고 안타깝다뉴스시간만 되면 아예 텔레비전을 꺼버리는 교포들신문구독을 끊어버리는 사람들이전투구에 여념 없는 정치인들 이름만 들려도 낯을 붉혀가며 울화부터 터뜨리는 교민들저들을 대하기가 면구스럽고 민망스러워 못 견딜 지경이다.


   우리 부부는 미국 최대의 항구 롱비치와 산 페드로를 끼고 있는 항만도시를 떠나 곧 노스캐롤라이나 샬롯이란 소도시로 이주할 예정이다이왕지사 떠나는 길에 넉넉하게 일정을 잡아 오랫동안 벼르고 벼르던 대륙횡단에 도전해볼 심산이다. 삼천여 마일을 웃도는 대륙횡단 중 비록 대한민국 국적의 컨테이너들을 다시는 볼 수 없을 테지만 도상의 곳곳에서 자랑스러운 한국 자동차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때마다 반갑다 일일이 손 흔들며 큰소리로 고국의 안부를 물어보리라.

조국은 안녕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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