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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창부수(夫唱婦隨)
12/29/20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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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창부수(夫唱婦隨)

조사


   얼마 전이었다손녀가 다니는 유아원에서 재롱잔치가 있었다막간에 학부모를 위해 마련한 장기자랑이 있었다

어떤 중년부부가 출연했다무대에 먼저 오른 아내가 연신 손짓을 해가며 남편을 닦달해 불러냈다

여인이 뒤룩뒤룩 별로 낯설지 않은 말춤을 추며 한물간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New face new face new new new face.

   New face new face new new new face.

   Hey we want some new face.

   Hey we want some new face.


   무엇이 그렇게 못마땅한지 잔뜩 말상을 지은 사내가 뿌루퉁하니 박수를 치며 건성건성 장단을 맞추기 시작했다

얼핏 부창부수 같았다누군가가 소곤거리는 소리가 귓전을 간질이고 지나갔다.

“Such an ass!”

(horse)도 아니고 하필 당나귀(ass)라니무슨 뜻일까귀갓길 차속에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굽잇길에서 회전을 하려고 핸들을 돌리다가 문득 깨달았다

그래그래 바로 그거야. 

꼴값하고 자빠졌네.’



   부창부수제법 그럴싸한 말이다남편이 노래하고 아내가 따라 부르다니천상배필이 아니고서야 누가 감히 넘볼 수 있는 지애(愛))의 경지이랴우리부부는 둘이서 글을 쓴다속 모르는 이들은 참 좋겠다고 한다사이좋게 서로서로 첫 독자가 되어 품평도 하고의견도 나누고감수까지 하다보면 정이 절로 깊어지지 않겠느냐고 부러워한다. 아니, 부러운 척 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찰떡궁합이니 천생연분이니 해가며 추켜 주는 사람들도 적잖다


   우리 부부는 한때 오월동주(吳越同舟)라 하듯 냉전을 치렀다. 단초는 글이었다우리는 문체(文體)가 서로 다르다아내는 서정성이 짙은 글을 주로 쓴다. 대다수 독자층 취향을 감안하면 당연히 장점에 속한다내 글은 소재나 주제는 물론 문체마저 아내와 생판 다르다아내는 서정과 품위를 중요시하지만 나는 문명비판과 현실풍자를 즐기는 편이라서 문격(文格)이 사뭇 다르다이래저래 서로 글투가 이러니 기품저러니 말씨름하다가 부창부수는커녕 오히려 오월동주하는 꼴이 되곤 했다


   이곳으로 이주한 후 우리 부부는 각방(各房) 죽은 듯 틀어박혀 표나지 않게 도둑글을 쓴다아니꼭꼭 숨어서 쓴다는 말이 맞을 성싶다컴퓨터자판을 열심히 두드리다가도 인기척이 가까우면 행여 들킬세라 얼른 화면을 닫아버린다

 ‘지금 뭐해?’ 하고 묻기라도 하면 ‘그저 그냥.......’ 하고 대충 얼버무리기가 일쑤다

요즘은 글쓰기로 다투지 않아 좋긴 한데 가끔은 ‘말년에 이게 무슨 꼴이람.’이란 말을 속으로 꿍얼댈 때가 없지 않다이러다 혹 우리부부가 동락(樂)은 고사하고 속앓이 생고생을 동고(苦)하며 여생을 지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염려된다. 


   한겨울 빗소리 바람소리가 제법 사납다온갖 사념이 얽히고설킨다유아원에서 부창부수하던 부부는 어찌 되었을까

혹시 대판 싸우지나 않았을까현관 문턱을 넘자마자 남편이 “당신 오늘 그게 무슨 주책이야! 남우세스럽게.” 라고 핀잔했을지도 모른다아내가 ”당신은 어쩌고청중 앞에서 오만상을 찡그린 채 곰쓸개를 씹는 꼴이라니내 참 기가 막혀서. “ 하고 삿대질하다가 칼로 무 베듯 정나미를 싹둑 잘라내지나 않았을까혹 그 후 각방을 쓰는 것은 아닐까괜스레 걱정이 된다

요즘 곳곳이 빗물천지인데 제발 칼로 물 베듯 부부금슬이 감쪽같이 아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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