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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나무새
10/21/20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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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讀後斷想]

가시나무새

조사무


   2015년에 작고한 오스트레일리아의 여류작가 콜린 맥콜로우(Colleen McCullough) 대표작 <가시나무새:The Thorn Birds>는 미끈하게 잘생기고 품격이 높은 랠프 추기경과 강인하고 청순한 여인 메기의 사랑과 고뇌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여성작가 특유의 섬세한 문체가 돋보이는 애절한 사랑이야기이기도 하다.


   세월 탓일까한창때는 읽는 동안 두 남녀의 사랑에 흠뻑 빠져들었지만 나이 들어 다시 펼쳐보는 내내 신성(神性)과 인성(人性)이 별로 다르지가 않다는 엉뚱한 생각이 뇌리에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어 도저히 떨쳐낼 수가 없다

하나님은 인간을 당신 형상대로 빚었다 했던가소설을 읽다보면 곳곳에서 '인간적인너무나 인간적인' 하느님을 조우하게 된다. 어쩌면 아담과 이브에게 형상즉 육신뿐만 아니라 영혼 또한 당신 것을 불어넣지 않았을까그렇지 않고서야 소설 전반에 흐르는 신격(神格)과 인격(人格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을 어찌 이해할 수 있으랴.


   니체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이란 저서를 펴냈다. '자유정신'이라는 핵심사상이 담긴 책그 서문에서 “모든 가치는 전도(顚倒)될 수 없는 것일까?"라는 물음을 던진다그리고는 형이상학도덕과 종교에 대한 비판적 철학적 논의에 이어친구와 친구남성과 여성가족 그리고 국가의 문제까지도 언급한다그는 모든 이상주의의 본질은 근본적으로 '인간적인너무나 인간적인필요와 갈망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감히 니체의 표제(標題)를 그대로 원용하자면 하느님은 ‘인간적인너무나 인간적인’ 존재가 아닌가싶기도 하다질투심뿐 아니라 독점욕 또한 만만치가 않다. 당신의 피조물에 지나지 않는 사람에게는 이웃을 사랑하라원수를 사랑하라면서도 다른 신들은 거들떠보지도 말라고 요구한다사탄을 시켜 선량하고 신심(信心)이 두터운 종 욥(Job)을 짓궂게 괴롭히면서 그의 변함없는 사랑과 믿음을 확인하고는 사탄에게 "자, 봤지!" 해가며 이를 자랑한다하늘의 별처럼 자손의 번성을 언약한바 있는 아브라함의 피붙이임에도 불구하고 저들을 이단이니 이교도니 매도하며 곁가지치기를 마다치 않는다그렇다면 하느님이야말로 지극히 '인간적인너무나 인간적인' 그런 존재가 아닌가.


   하느님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심기를 잘못 건드리면 불같이 노한다. 휘오나 부인이 결혼하기 전 이웃 유부남을 사랑하여 낳은 사생아 프랭크는 반생을 교도소에서 보낸다하나님은 심술궂기가 놀부 같다. 심복인 신부 랠프와 휘오나 부인의 외동딸 메기 사이에서 태어난 데인은 신부서품을 받자마자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다죽은 데인이 바로 자신의 핏줄이란 사실을 인지한 랠프 추기경도 결국 메기 품에 안겨 숨을 거둔다어디 그뿐인가. 해코지 또한 장난이 아니다. 메기가 엄마 휘오나와 함께 평생에 걸쳐 피와 땀으로 일군 드로게다 농장은 여러 해에 걸친 한발로 초토화되고 딸린 식솔들은 기근에 시달리다 못해 뿔뿔이 흩어진다랠프와 데인이 저를 섬기기 위해 봉직하는 성소(聖所) 바티칸이 위치한 유럽은 전쟁에 휩싸인다


   가시나무새, 가슴팍을 가시에 찔린 채 시뻘건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새가 고통을 못 견뎌 신음(呻吟)으로 토하는 곡성(哭聲)을 마치 아름다운 노래라 믿고 사는 존재가 인간이며 그것이 곧 천도(道)이자 섭리(攝理)일지도 모른다.

메기가 말한다.

사람들은 노래를 부르지요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라는 확신을 품고 말이에요

우리는 각자 가슴에 가시를 길러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아픔을 감내하는그리고 그것이 가치 있다고 스스로 다짐하는 것뿐이지요.”

랠프가 메기한테 속삭인다

“메기, 인간은 왜 그런 아픔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까?”

메기가 퉁명스레 대꾸한다

당신 하느님께 물어봐요

고통에 관한한 그분이야말로 궁극적인 책임자가 아닌가요?”


   머쓱해진 랠프는 말없이 하늘만 쳐다본다. 

작은 가시나무새 한 마리가 피로 얼룩진 날개를 퍼덕이며 푸른 하늘을 가르며 어디론가 힘겹게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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