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amoo
팔로마(chosamoo)
North Carolina 블로거

Blog Open 08.02.2015

전체     135040
오늘방문     162
오늘댓글     2
오늘 스크랩     0
친구     28 명
  달력
 
[名詩感想] 그녀는 갔어도
09/18/2018 09:30
조회  1285   |  추천   10   |  스크랩   0
IP 98.xx.xx.207

[名詩感想]

그녀는 갔어도  

조사무

  

   플로렌스는 떠났다튼실하고 아리따운 그녀는 치맛바람을 일으키며 재를 넘었다철철 넘치도록 채운 물동이를 기우려 펑펑 물을 쏟아붓고는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예정보다 일찍 서둘러 아파라치 산맥 가파른 등성 너머로 떠났다.

위성 카메라에 잡힌 그녀는 실로 요염했다대서양 상공에 머물면서 빙글빙글 몸집을 불리던 플로렌스그녀 눈매는 억실억실하고 부리부리했다마치 누군가가 거대한 비디오 아트를 시현하는 듯싶기도 했다매스컴들이 몇 십 년 만에 오는 매머드 급 태풍이라며 야단법석을 쳤지만 그녀에게서 독기나 살기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그래서일까내겐 경각심보다는 호기심이 더 강했다.

 

   추석을 이틀 앞둔 1959 9 15사라호 태풍이 청구(靑丘) 남녘을 강타했다태풍이 잦아들 즈음치기를 못 참아 한강을 찾았다대중교통마저 끊겨 북아현동에서 마포강변까지 걸어갔다온갖 가재도구와 잡동사니들이 흙탕물에 실려 흘러가고 있었다돼지 한 마리가 허우적거리며 물살 따라 떠내려가고 있었다박꽃을 하얗게 피운 넝쿨이 매달려 안간힘쓰는 초가집 지붕도 사공 잃은 나룻배처럼 두둥실 떠내려가고 있었다흉흉한 황톳물이 발밑 강둑을 허물어대며 넘실거리고 있었다그런 비극적 상황에서 침통은커녕 오히려 가슴속 응어리가 풀리듯 후련했다.

 

   허리케인 소식에 걱정보다는 오히려 현장에서 태풍을 겪어보고픈 오기가 고개를 내밀었다. 작년 이맘때 발생했던 태풍 이르마는 우리 주()를 아슬아슬하게 비켜나갔다천만다행이라 해야 마땅할 테지만 솔직히 말해서 아쉬움이 남았다

태풍권에서 자유로운 지역에서 살다가 이곳으로 이주한 후 태풍다운 태풍을 제대로 한 번 생눈으로 확인하고픈 욕심이 심저에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었다

플로렌스는 이르마와 달리 변덕쟁이가 아니었다. 줏대가 올곧은 여인처럼 시종일관 예정된 진로를 일탈하지 않았다. 대서양 연안과 인근 내지에서 잠시 성깔을 좀 부리고는 아파라치 산맥을 넘어 가없는 길을 떠났다.

 

   사람들은 비극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사랑의 기쁨과 사랑의 아픔은 결코 등가(等價)일 수 없다사람은 실연을 당해보아야 비로서 정서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성숙이 가능하다하지 않는가

튼튼하고 아름다운 북관 계집이 마을을 떠났으니 망정이니 만약 그녀가 백석 시인 품에 고이 안겨 해피엔딩으로 상황이 풀렸더라면 어쩔 번했나시인이 진종일 서러울 까닭도 없었을 테지만 ‘절망?望이라는 명시 또한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 아닌가

비록 그녀는 갔어도 ‘절망?望은 남았다무거운 동이를 머리에 이고 어린것 손을 끌며 가파른 언덕길을  숨이 차서 넘어간 북관 여인이 참 고마울 따름이다


   절망?望

   -白石 

 

   北關 게집은 튼튼하다

   北關에 게집은 아름답다

   아름답고 튼튼한 게집은있어서

   힌저고리에 붉은 길동을달어

   검정치마에 밫어입은 것은

   나의 꼭하나 즐거운 꿈이였드니

   어늬아츰 게집은

   머리에 묵어운 동이를 이고

   손에 어린것의 손을끌고

   가펴러운 언덕길을

   숨이차서 올라갔다

   나는 한종일 서러웠다


㈜ ?:실존철학 개념. 한계상황에서 존재의 유한성과 허무성을 깨닫는  심상()


"自作隨筆"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 블로그의 인기글

[名詩感想] 그녀는 갔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