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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詩鑑賞] 좋은 담장은 없다
09/11/20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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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詩鑑賞]

좋은 담장은 없다

조사무


   백여 가구가 모여 사는 우리 동네엔 담장이 없다나지막이 철책을 두른 집은 몇몇 있지만 개들이 함부로 나다니지 못하도록 설치한 간단한 구조물이어서 바람도 거침없이 지나가고, 새와 벌 나비도 맘대로 날아들고, 토끼나 다람쥐들도 제 집처럼 드나들 뿐 아니라 하다못해 사슴들도 아침저녁 철책을 무시로 넘나들며 경내를 어슬렁거린다

그렇다고 이웃 간에 경계표시가 아예 없지는 않다인위의 담장 대신 나무숲으로 경계를 짓다보니 봄여름가을 내내 꼭꼭 숨었던 이웃집들이 겨울철이면 오롯이 드러나 한결 이웃다운 참모습을 되찾는다.


   집을 삥 둘러가며 담장을 두르면 안전하고 아늑하다 느낄지는 몰라도 그 대신 이웃과 절연된 듯싶은 고적감이나 소외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게다가 울담 위에 날카로운 병조각이나 쇠꼬챙이가 촘촘히 박혀있으면 섬뜩하고 삭막하다는 거부감도 들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한술 더 보태 담장 곳곳에 감시카메라까지 설치하고도 전전긍긍해야 한다면 그게 바로 감옥살이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사람들은 영역표시로 울을 치고 산다울이 곧 우리요우리가 곧 집 아닌가그렇지만 담장을 제아무리 그럴듯하게 꾸며도 자연을 거스르는 인위에 지나지 않는다외벽도 모자라 내벽까지 첩첩이 쌓고도 노심초사하며 마음 조리는 것이 사람들이다.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1874-1963) 시(詩)에서처럼 돌담조차 양지가 아쉬워 음지에서 벗어나려고 안달인데 사람들만 걸핏하면 담장을 치고 선태류(蘚苔類)처럼 그늘에 숨어살기를 좋아한다.


   요즘 음지에 사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총기난사를 저지른다저들은 탁 트인 공간보다 사방팔방이 콱 막힌 공간을 골라 노린다그래서 학교나 성소(聖所) 또는 고층건물로 외곽을 둘러싼 광장이나 인파가 들끓는 쇼핑몰 등을 선호한다

저들 성정이 워낙 음습해서도 그렇지만 음지야말로 음험한 목적을 달성하기가 쉬어서가 아닐까아무리 간덩이가 밖으로 튀어나온 흉악범일지라도 양지는 가급적 피하기 마련이다.


   어찌 물리적 담장뿐이겠는가사람들은 서로 이해관계나 이념 색깔에 따라 끼리끼리 패당이라는 담벼락을 드높이 치고 울 밖 세상을 향해 삿대질하며 눈알을 부라린다뿐만 아니라 각자 마음속에도 울타리를 친 채 혼자 자고혼자 먹고혼자 마시고혼자 중얼거리는 구차스런 삶에 차차 길들여진다가정이라는 한 우리 속에서 동거하면서도 각자 알아서 끼니를 챙겨야 하는 나홀로 가족을 어찌 식구(食口)라고 부를 수 있단 말인가


   “좋은 담장이 좋은 이웃을 만든다.(Good fences make good neighbours.)”라는 격언이 있다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가 남긴 ‘담장 손보기(Mending Wall)’라는 시로 해서 더욱 잘 알려진 속담이기도 하다.  

그런데 ‘담장 손보기가 마치 담장을 예찬하는 글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하지만 자세히 행간을 뒤져보면 자연섭리에 반()하는 인위적 담장을 인간사에 빗대어 풍자한 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인이 화두처럼 첫머리에 던진, '담장을 싫어하는 무언가 있다.(Something there is that doesn't love a wall)'라는 시구에서  ‘무엇이야말로 신()의 의지 또는 정령(精靈)의 뜻이 아닐까그렇지 않다면야 '좋은 담장이 좋은 이웃을 만든다.'라는 좋은 속담을 굳이 제 삼자 이웃 솔밭 주인 입을 빌려 반복적으로 구구히 전할 까닭이 어디 있겠는가

어쩜 55년 전 작고한 시인이 세상 어디에도 “좋은 담장은 없다.”라는 시의(詩意)를 밭고랑에 묻어놓고 사람들이 어찌 캐내나싶어 천상에서 지긋이 내려다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Mending Wall

   담장 손보기

   -Robert Frost

   로버트 프로스트 


   Something there is that doesn't love a wall,

   담장을 싫어하는 무언가 있나보지요

   That sends the frozen-ground-swell under it,

   그게 울담 밑 언 땅을 잔뜩 부풀려서

   And spills the upper boulders in the sun;

   양지陽地로 돌담을 허물어대네요

   (중략)

   I let my neighbour know beyond the hill;

   언덕너머 이웃에게 알렸어요

   And on a day we meet to walk the line

   그리고 어느 날 이웃과 경계를 돌며

   And set the wall between us once again.

   울담을 또 한 번 손봤답니다

   (중략)

   He is all pine and I am apple orchard.

   이웃은 소나무밭 우린 사과밭을 일궈요

   My apple trees will never get across

   이제부턴 우리 사과나무가 월담할 수 없어

   And eat the cones under his pines, I tell him.

   솔방울을 넘보지 않을게야 했더니 그가 말하더군요

   He only says, "Good fences make good neighbours.“

   “좋은 담장이 좋은 이웃을 만들지요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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