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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과 개떡
08/31/20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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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과 개떡

조사무


   요즘 이곳에서도 방탄소년단 인기가 대단하다평소 한국대중문화를 시큰둥하게 여기던 사위가 느닷없이 BTS 이야기를 먼저 꺼내더니 저들이 출현한 엘렌 쇼(Ellen Show)를 찾아 틀어주었다일곱 멤버들이 하나같이 예쁘장하니 귀엽고 영어구사력 또한 흠잡을 데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저들이 출연한 쇼를 보면서 왠지 남성미보다는 여성미가 물씬거린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은근히 어른답지 못하게 장난기가 도졌다척척박사 구글(Google)을 불러 BTS멤버들 성별이 무엇이냐 물었더니 서슴없이 소년(Korean Boys Band)들이라고 답했다.


   오늘 뜬금없이 개떡 생각이 간절했다. 달포 전 애틀랜타에서 볼 일을 보고 귀갓길에 한국마켓에 들려 떡을 한 무더기 사다가 식구들과 둘러앉아 떡 잔치를 벌인 적이 있었다인절미와 송편 그리고 개떡을 풀어놓으니 제법 잔칫상이 푸짐했었다나는 주로 개떡을 들었지만 아이들 손길은 인절미나 송편을 향해 번질나게 오갔다세대차이가 사고방식이나 가치관뿐만 아니라 어느새 미각(味覺영역까지 영향을 미쳐 위력을 발휘하는구나싶었다

그런데 방탄소년단을 보다가 생뚱맞게 개떡이 먹고 싶다니 혹시 사고력 어딘가에 이상기류가 흐르는 것은 아닐까, 은근히 걱정도 되었다.  


   개떡우리 세대에게는 이름만 들어도 정겹고 구미가 절로 당기는 먹거리다그렇지만 생김새도 빤지르르한데다 기름마저 반지르르 흐르는 요즘 개떡은 아무래도 개떡답지 않다그건 맛보다는 모양새에서 오는 이질감 때문일 것이다

개떡 중 으뜸은 밀이나 귀리 등을 빻아 체로 치고 남은 기울을 반죽한 후 손으로 대충 반대기지어 솥에서 찌어내 손가락자국이 선명한 것이 최고다.  감촉이 까실까실하고 질감도 쫀득쫀득하니 좋지만 씹는 맛 또한 일품이다

언제 분위기 좋은 날 요리솜씨 좋은 아내한테 따리 붙여 밀개떡을 찌어달라고 졸라야겠다.


   내가 아내한테서 자주 듣는 질책 중 하나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 라는 말인데 고릿적 버릇이 그대로 남아 말꼬투리를 잡고 늘어지다 듣기 일쑤다

예컨대 내 짓이 못마땅하다는 듯 “세 살 적 버릇 여든까지 간다더니당신 참.”하며 쯧쯧거리면 “세 살 적에 난 엄마 젖꼭지를 만지작거리는 버릇이 있었어어디 당신 찌찌 좀 만져보자.” 며 치근대다가 예의 그 소리를 듣기도 한다

하지만 가끔은 다정하게 말실수를 지적하다가 터무니없이 당하기도 한다아내가 “오늘 모처에 놀러갈까?” 물으면 “그럴 땐 모처에 보다 모처로가 더 나아조사는 가려 써야지.” 하고 잘난 뽕 떨다가 개떡 찰떡 소리를 듣는다.


   캘리포니아에 오랜 술친구가 있었다세상 돌아가는 꼴을 눈여겨보다가 눈꼴마저 사나워져 열불이 나는지 걸핏하면 ‘이놈의 개떡 같은 세상’ 하며 울분을 토하곤 했다언젠가 술자리에서 이러쿵저러쿵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버릇처럼 다시 개떡이야기를 뱉기에 “너 개떡 맛 알아?” 하고 물었더니 “그럼 알다마다.” 하며 입맛 다시는 시늉을 했다. “그래맛이 어떻더냐?” 하고 재차 다그쳤더니 “보기에는 그래도 맛이야 최고지.” 하였다

그럼 앞으론 개떡 같은 세상 소리 좀 작작 해남들 들으면 우리들 세상살이 재미가 꽤나 쏠쏠한가보지 할 것 아냐.” 했다.


   방탄소년단에게서 남성미가 아니라 여성미가 느껴진다고 저들을 비하할 의도는 추호도 없다. 오히려 거부감보다는 늙은이답지 않게 친근감이 든다는 뜻이기도 하다저들 노래를 아무리 들어도 도대체 무슨 뜻인지 감은 잡을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이 절로 나는 것 또한 사실이니 말이다

그런데 혹 존 웨인이나 크린트 이스트우드처럼 덩치가 우악스럽고 생김새마저 밀개떡을 빼닮은 남성 일곱이 무대를 누빈다면 ‘황야의 일곱 무법자라면 모를까요즘 신세대를 위한 예인으로서는 그야말로 젬병이 아니겠나어쩌면 엘렌 쇼를 방청하며 열광하던 고만고만한 소녀들이 질겁해 허겁지겁 도망치지 않을까싶기도 하다.  


   오늘같이 아내 혼자 외출한 날방탄소년단 노래나 들으면서 앞으로는 아내로부터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 라는 빈축을 다시는 듣지 않도록 조용히 자성하는 시간이나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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