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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와 폭주족
11/02/2017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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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와 폭주족

조사무


   가을햇살이 따사롭다. 막다른 순환로(cul-de-sac)에서 손녀가 또래들과 어울려 운전놀이가 한창이다제각기 제대로 성능을 갖춘 장난감 자동차를 타고 앳되고 날카로운 쇳소리를 지르며 쫓고 쫓기는 모습이 꼭 천사 폭주족들 같다

다행히 차량통행이 뜸한 시각이어서 안심은 되지만 부지불식간에 눈길이 손녀에게 절로 꽂히곤 한다간간히 들락거리는 차량들이 제때에 차를 세우거나 속도를 줄여가며 아이들 안전을 챙겨주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지난 달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현장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부부가 보름 뒤 동네에서 교통사고로 숨졌다. 향년 54세 로레인과 52세 데니스 카버 부부 이야기다한국에서는 엊그제 배우 김주혁이 45세 한창 나이에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백세시대를 눈앞에 둔 요즘, 사오십 대에 생을 마감하다니, 참 안됐다.


   1948317, 캘리포니아 폰타나에서는 ‘Hells Angels’이라는 모터사이클 클럽이 조직되었다. 소위 지옥의 천사들이라는 폭주족이 탄생한 것이었다. 저들의 모토는 한 번 천사는 영원한 천사(Angels Forever, Forever Angels)’였다.

모두들 우리가 선행을 하면 아무도 기억하지 않지만, 우리가 악행을 저지르면 누구도 잊지 않는다(When we do right, 

nobody remembers. When we do wrong, nobody forgets.)라는 구호를 외치며 대로를 누볐다.


   요즘도 곳곳에서 저들이 즐겨 입던 할리 데이비드선(Harley-Davidson) 로고가 선명하고, 어딘가 불량기가 짙은 유니폼차림으로 속도감을 즐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텁수룩한 용모와 옷차림 때문일까, 젊은이들보다는 오히려 장년층이나 노년층이 더 많아 보인다. 어쩜 지옥의 천사들 후예를 자처하는 열열 추종자들이 아닐까싶기도 하다.

그가 저들처럼 폭주족 멤버였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동시대 젊은이들의 우상이던 제임스 딘은 1955930, 포르쉐를 몰고 캘리포니아 한적한 도로를 질주하다가 24살에 교통사고로 요절했다.


   정족지세로 천하를 다투던 삼국시대에 죽음을 앞둔 촉한의 유비가 인생오십 불칭요수(人生五十 不稱夭壽)’라 했다

오십을 넘겨 살았으니 결코 요절은 아니라며 슬퍼하는 신료들을 향해 후사를 부탁하면서 던진 말이다.

요수(夭壽) 즉 요절(夭折)은 천수(天壽)를 다 누리지 못하고 꺾인다는 의미다일찍 죽을 ()’와 하늘 ()’은 획수도 같고 모양새도 비슷하다. 다만 하늘을 뜻하는 일()을 긋는 방향과 각이 다를 뿐이다

인명재천(人命在天)이라 했다. 혹시 하늘()이 기울면 요()한다는 뜻이 아닐까.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미국에선 매해 인구 10만 명당 10명이, 한국에선 12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다시 말해 미국과 한국에서 각기 매년 32,000여 명과 7,200여 명이 자동차사고로 죽는다는 이야기다

첨단무기가 동원되는 어지간한 국지전에서조차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국군 32여 만이 참전한 7년여에 걸친 월남전에서 전사한 한국군이 5,066명이고보면, 교통사고가 얼마나 끔찍한가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우리나라에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마찬가지다라는 속담이 있다. 한식과 청명은 보통 하루차이에 지나지 않아 수긍이 간다. 특히 요즘 같은 광란시대를 살다보면 언제 어디서 비명횡사할지 아무도 모른다. 테러나 총기난사와 마찬가지로 교통사고 또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흉한(兇漢)과 흉기(凶器) 앞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된 채 살얼음판을 딛고 사는 형국이 아닌가.


   요즘 동네 꼬마들이 놀이터나 친구 집을 찾을 때면 장난감 자동차를 타고 행차하신다평지나 오르막길이라면 모를까, 가속이 붙기 마련인 내리막길을 진둥한둥 달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다 조마조마하다저러다 혹시 누구도 못말리는 폭주족(Hells Angels)로 성장하는 것은 아닐까, 공연히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계절, 꼬마 천사들이 장난감 자동차보다는 토실토실 살 오른 조랑말이나 망아지를 타고 놀아준다면 오죽 좋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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