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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련다
09/29/20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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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련다

조사무


   성인잡지 플레이보이’ 창업자 휴 헤프너가 엊그제 9월 27향년 91세로 세상을 떠나 마리린 먼로 곁으로 갔다

방년은 넘겼어도 아직 새파란 31세 아내 크리스털 해리스가 64세 맏딸 크리스티 헤프너, 61세 장남 데이비드 헤프너그리고 27세 아들 마스턴 헤프너와 26세 아들 쿠퍼 헤프너와 더불어 헤프너를 전송했다.


   휴 헤프너와 크리스털 해리스는 2012년 12월 31일 결혼했다한 해 전 결혼식을 닷새 앞두고 느닷없이 잠적했던 26살 금발의 여인크리스털 해리스와 화해한 것이었다그녀가 돌연 파혼을 선언하고 떠난 후헤프너는 인터뷰를 통해 '이제부턴 더 이상 결혼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그가 무슨 마음으로 해리스와 재결합을 했었을까.


   요절한 가수 최병걸이 작사 작곡해 부른 아낌없이 주련다.’ 란 노래가 있다. '미련도 없다사랑이라면 난 너에게 아낌없이 주련다.' 라는 노랫말이 문득 생각난다아무한테나 내주기는 아깝고 소중한이왕이면 하나뿐인그런 내 것을 '아낌없이줄 때 감동이 있기 마련이다맡긴 것도 아니면서 남의 호주머니에서 슬쩍해 제3자에게 주면 본인은 도둑놈이요받는 자는 장물아비가 된다혹여 감당키 어려운 빚이나 난감한 뒷감당을 떠맡기면서 감사와 사랑을 기대한다면 그야말로 날강도 심보다

그걸 받으면 '똥바가지 뒤집어썼다'는 놀림을 받기 마련이다.


   아낌없이 준다면서 구질구질하게 조건을 내세운다거나끈질기게 뒷거래를 요구하면 구차스럽고 치사스럽다그러니 털끝만큼의 감동도 있을 리가 없는 게 당연하다특히 남녀 간의 사랑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렇다.

 ‘변치 않을 거라면진정 사랑한다면난 너에게 모두 주련다.’

아무리 듣고 또 들어보아도 조건 없는 사랑은 아닌 듯싶다마치 죽도록 저만을 사랑하겠노라는 자필각서라도 한 장 받아내려는 꾐수나 꼼수 같기도 하다.


   5년 전 재회 당시 매스컴은 둘이서 지나간 과거사를 깨끗이 정리하고(worked out all their previous problems) 해리스의 진정어린 사과가 있은 다음 헤프너가 '너그럽게용서한 후 다시 애정관계를 회복했노라 보도했다

한 해 동안 심사숙고한 끝에 86세 노인 헤프너 품에 다시 안긴 해리스는 뭐라고 속닥였으며 헤프너는 뭐라고 대꾸했을까

사실인가는 몰라도 그럴듯한 뒷말이 남아있다.


   반점과 주근깨가 새벽하늘에 빛나는 별처럼 총총한 헤프너의 품에 안겨 해리스양이 속삭였다.

'아낌없이 모두 드리겠어요.(All for you.)'

헤프너가 순도 99%의 황금빛 찬란한 그녀의 머리카락에 코를 깊이 묻고 숨을 한껏 들이마시며 화답했다.

'내 살아온 86년 세월을 몽땅 네게 맡길 테야. (All my eighty-six for you.)


   남아도는 것더 이상 필요치 않은 것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것생각만 해도 귀찮은 것을 선심이라도 쓰듯 떠맡기는 건 아낌없니 주는 게 결코 아니다그건 미련 없이 버리는 것이나 매한가지다혹여 체면 때문에강요 때문에또는 거래 때문이라면 이는 할 수 없이나 재수 없이’ 삼팔광패를 던지는 자포자기에 가깝다.

아낌없이와 미련없이는 근사해 보이지만 의미가 상반되는 부사(副詞)다

엄밀히 말하자면 작사자가 '부사의 덫’에 걸린 셈이.


   ‘미련도 없다사랑이라면난 너에게 아낌없이 주련다.’ 오늘따라 노랫말이 괜히 거북살스럽다얼마나 사랑으로 해서 몹쓸 화상을 입었기에 사랑이라면 치가 떨리고 미련마저 없다는 걸까. 그로해서 젊은 가수가 세상을 등진 것은 아닐까. 

살아생전 “마릴린 곁에 영원히 눕는 걸 놓치기엔 너무 달콤하다(Spending eternity next to Marilyn is too sweet to pass up.)" 라고 헤프너는 말했다고 한다. 비록 휴 헤프너가 저승의 삶을 마리린 먼로에게 의탁했지만, 젊은 아내와 약속한 대로 이승에서의 여생을 그녀에게 몽땅 바친 후 떠난 휴 헤프너......,  

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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