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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06/22/20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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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讀後斷想]

안나 카레니나

조사무


   최근에 톨스토이의 장편소설 안나 카레리나를 다시 읽었습니다. 사오십 년 전에는 밤을 지새워 완독해도 끄떡없었는데 이번에는 달포나 걸려 겨우 읽기를 마쳤습니다감동 또한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체력, 시력, 열정이 식어서도 그럴 테지만 그보다는 나이 들어가며 눈물샘 마르듯 심전(心田)의 물꼬마저 끊겨서가 아닐까싶기도 합니다게다가 요즘은 주로 시나 수필 등 단문(短文)을 섭렵하다보니 세 권으로 엮은 책이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짧은 글로 안나 카레니나 독후감을 쓰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원고지 열댓 장 정도의 단문으로 세 권이나 되는 책을 읽고 독후감을 밝힌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요. 독후감이 평론도 해설도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래서 저자가 일생동안 고민하고 사유한 인성의 양면성즉 육체적 욕망과 정신적 고양을 상징하는 인물 안나와 레빈을 위주로 겉핥기식 독후감을 써보려고 합니다말하자면 독후단상(讀後斷想)인 셈이지요.

꽃밭을 노래한다고 화단 가득한 모든 꽃을 점호하듯 일일이 거명할 필요는 없겠지요. 후미진 곳에 피어난 풀꽃 한 송이로도 꽃밭을 찬미할 수 있을 테니까요.


   톨스토이는 철학자나 사변가라기보다는 경험주의자 또는 현실주의자가 아닐까싶습니다. 명망 있는 귀족에다 대지주인 그는 83년을 장수하는 동안 온갖 인간사를 두루두루 체험했다고 합니다

그의 술회에 의하면 불륜, 간음은 물론 살인까지도 저지른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서른다섯에 열여섯 살 연하 여인과 결혼하여 48년을 줄곧 티격태격하며 살았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도 그가 일생동안 사유하고 집착한 화두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하는가.’라는 명제였다지요.


   욕정과 질투의 화신 안나의 마음이 남편 카레닌을 떠난 결정적인 계기는 생각보다 하찮습니다. 생기발랄하고 잘생긴 젊은 브론스키를 만나고 귀가하는 그녀를 역으로 마중 나온 남편 귀()를 보면서 새삼스레 혐오감을 느꼈다니 말입니다. 사랑에 빠지면 상대 방귀 소리가 세레나데처럼 들리고, 발 쿠린내가 재스민 향기 같다지 않던가요. 하지만 한 번 정이 떨어지면 평소에 매력으로 여기던 미소마저 야비한 비웃음 같고, 맛있게 먹는 모습도 역겨워진다지요정념과 질투의 늪에서 허우적대던 안나는 질주하는 기차에 뛰어들어 생을 마감하고, 정인 브론스키는 삶의 의욕을 상실하고 자비를 들여 모집한 기병중대를 이끌고 죽음의 길이나 다를 바 없는 전쟁터로 향합니다.


   레빈은 톨스토이의 화신이라고 합니다. 톨스토이와 마찬가지로 선량하고 부지런한 지주 소설 속 레빈은 인도주의자요 현실주의자인 동시에 철저한 무신론자였지요. 실연을 통해 회의에 빠져 죽음까지 생각했지만 브론스키에게 버림받은 키티와 재결합하면서 삶의 의미를 되찾습니다.

그가 사유와 현실을 통해 종교에 귀의하는 과정이 좀 이채롭습니다. 아내가 출산의 고통을 겪으며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 때, 아이가 병들어 사경을 헤맬 때, 아내와 아이가 함께 위험에 노출되었을 때, 그는 평소에 존재자체를 인정하기 꺼려하던 절대자를 향해 두 손을 모으고 도움과 용서를 구합니다. 

그러면서 한 발짝 한 발짝 종교에 발을 들여놓습니다.


   사람들은 도움이 절실할 때, 무언가가 절박할 때, 잘못을 저지르고 양심의 가책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을 때, 혹은 죽음의 그림자가 두려울 때, 절대자에게 매달려 애걸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타자를 위해서도 기도한다지만 꼭 그렇다고 수긍하기가 마뜩찮습니다. 가끔은 가족이나 이웃, 국민이나 인류를 위해 기도한다지만 따지고 보면 피붙이나 동족 또는 인류가 내 편이라는 동류인식이 있어서가 아닐까요. 팔이 내굽지 않고 들이굽는 현상과 무엇이 다른가요. 원수나 적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어찌 원수뿐이겠습니까. 이교도를 이단이라 저주하고 헐뜯습니다.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을 싸잡아 짐승취급합니다. 동식물이나 미물, 하다못해 바위나 하늘의 별을 위해 신에게 갈구하지 않습니다. 저들은 내 편이 아니라 네 편이라는 배타적 인식이 있어 그럴 겁니다염치도 없고 뻔뻔합니다. 

횡설수설이 길어졌습니다. 이제 졸시 한 편을 곁들여 글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신 없는 세상


   신도 머릿골깨나 아플 거야

   하고 많은 인간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오만 가지를

   빌잖아


   신도 지겨울 때가 되었겠어

   보기 딱한 군상들이

   배고파 못살겠다

   목 타 죽겠다

   울잖아


   신도 정말 신물깨나 나겠어

   기댈 데 없는 중생들이

   억울해 환장하겠다고

   속상해 죽겠다고

   어깃장 놓잖아


   신도 그만 쉬고 싶을 거야

   고개 떨군 사람들이

   외로워 미치겠다

   삶이 고달프다

   징징대잖아


   신도 이젠 손 놓고 싶겠지

   괴나리봇짐도 꾸리고

   미투리도 챙기고

   삿갓도 갖춰

   훌훌 떠나고 싶겠지


   아!

   머잖아

   신 없는 세상

   따분해 어떻게 사나

   생떼 부릴 데가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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