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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면 왜 보수가 될까
11/19/2016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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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주말 시위에 무려 100만 명이 모였다. 중고등학생부터 아이 손잡고 나온 젊은 부부들까지 그야말로 남녀노소 국민 총궐기였다. 대통령 지지율은 5%까지 떨어졌고 2선 후퇴는 대세가 된 듯 보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고 목청 높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자칭 보수라는 60~70대 이상들이다. 

장면 2. 미국 대선에서 보수 공화당의 트럼프가 당선됐다. 모든 언론의 예측을 뒤엎은 결과다. 저학력 백인, 보수 기독교인의 절대적 지지가 주된 이유였다고 한다. 눈길을 끈 것은 나이 든 노장년층이 상대적으로 트럼프를 더 많이 찍었다는 분석이다. 

장면 3.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는 1970년대 유신독재가 극에 달했을 무렵 박정희 정권을 매섭게 비판했던 사람이었다. 그것으로 감옥에도 갔다. 하지만 나이 들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자타가 공인하는 극보수 인사가 되어 있다. 김지하 시인, 정치인 김문수, 이재오 같은 사람도 비슷한 경우다. 

이상의 세 장면에서 유추할 수 있는 공통점이 있다. 사람은 시공을 초월해 나이가 들면 점점 보수가 된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나이가 많아지면 몸도 굳고 생각도 굳는다. 그만큼 새로운 것에 둔감해지고 변화를 따라가기에 힘이 부친다. 정치적으로 기존 제도나 가치 체계를 무조건 옹호하는 보수 성향이 되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닐까 싶다. 또 나이가 많아질수록 지키고 싶어하는 것도 많아진다. 돈과 권력, 명예 , 체면이 그런 것이다. 일상의 작은 습관이나 경험조차도 쉽게 바꾸거나 포기하지 못한다. 이 또한 노년층에 보수가 많은 이유일 수 있겠다. 

"나이가 들면 경험과 지혜가 쌓이고 젊었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도 볼 수 있게 되지. 세상이 꼭 번지르르한 말로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고." 나이 든 사람의 보수성향을 이런 식으로 설명하는 사람도 있다. 꽤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서 조금 더 나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젊은 것들이 뭘 알아" "이 나라가 어떻게 지켜온 나라인데" 이런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보수가 아니라 '꼰대' 내지 '수구꼴통'으로 대접받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사실, 젊었을 때와 달리 나이 들어 상식 밖의 언행으로 평생 쌓아온 공든 탑을 허물어뜨리는 사람들이 의외로 적지 않다. 앞에 든 장면 3의 인물들도 그렇다. 젊었을 때 그렇게 정의를 부르짖고 공익과 소통을 외치던 사람들이 나이 들어 훨씬 더 이기적이 되고 계산적으로 변하는 경우도 많다. 민주화의 주역이었던 386세대가 많이 그랬다. 

이런 사람들은 보수를 들먹여서는 안된다. 보수(保守)란 한자 뜻 그대로 보전하여 지킨다는 말이다. 무엇을 지킨다는 것일까? 나는 그것이 상식을 지키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식이란 많은 사람들이 두루 옳다고 여기는 것이다. 국민의 95%가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생각하는데도 여전히 그를 감싸고돈다면 그건 상식이 아니다. 종교로 치면 자기가 믿는 신앙 방식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도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보수의 가치는 자유와 평등, 정의와 책임이고 그 지향점은 공동체의 이익 즉, 더불어 잘 사는 것이다. 그러자면 유연한 사고와 열린 태도가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자기 주장과 다르다고 다수의 생각과 의견을 매도하는 것은 비상식적이고 비민주적이다. 

보수 진보에 나이가 있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80대에도 청년인 사람이 있고 20대라도 노인인 사람이 있다. 그 차이는 얼마나 정신이 유연한가 혹은 굳었는가가 결정한다. 다만 분명한 것은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상식 안에 머무는 사람, 그런 사람이 진정 아름다운 노년이라는 사실이다. 보수든 진보든.


미주 중앙일보 이종호/OC본부장

[LA중앙일보]    발행 2016/11/18 미주판 10면    기사입력 2016/11/17 22:34



출처 : 미주 중앙일보 2016년11월18일자 이종호 OC 본부장님의 [풍향계 : 나이 들면 왜 보수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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