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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모의 흰 머리
01/19/202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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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모의 흰 머리



어느 노모의 흰 머리



오늘도 어김없이
부부는 칠순 노모가 차려주는 저녁상을 받습니다.
맞벌이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집안 살림은

 통째로 눈 침침하고 허리 굽은

칠순 노모의 차지가 돼버린 것입니다.

생전 당신 입으로 뭐하나 사 달라고 한 적이 없는데다

신문 한 장 볼 수 없는 까막눈 어머니가

돋보기를 사 달라니 웬일인가

아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말았습니다.

다음날 저녁
먼저 퇴근한 아내가 막 현관에 들어서는 남편에게 다가와 호들갑을 떱니다.
'여보 아무래도 어머님 늦바람 나셨나봐요.

어제는 안경을 사내라고 하시더니,

오늘은 염색까지 하셨지 머야?'
아내의 너스레에 아들은 볼멘 소리를 던집니다.
'어머님은 갑자기 왜 안 하던 일을 하신데?'

아들 내외의 대화를 우연히 들은 노모는

멋쩍으신지 모른 채 하곤 부엌으로 갑니다.
그리곤 언제 장만했는지 돋보기를 끼고

식탁 앞에 아들 내외가 앉자

어머니가 먼저 침묵을 깹니다.

'안경은 내가 장만했으니 인자 됐다.

엊그제 느그 아들 밥그릇에 흰머리가 하나 들어갔나 보더라.
애가 어찌나 화를 내던지
인자 안경도 끼고 머리도 염색했으니 그럴 일 없겠지'

아들은 그제야 어머니가 왜 돋보기를 사달라고 하셨는지,
하얗게 센머리를 왜 염색하셨는지 알게 됐습니다.

죄송함에 아무 말 못하고 고개를 숙인 아들의 눈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먹고 살기 힘들다고 늘 바라기만 했을 뿐,
어머니의 머리가 온통 백발이 된 것도 아들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늘 자식에게 주는게 당연한 것이고

자식은 당연히 어머니걸 받는 것으로만 알고 살아온 시간속에

어머니는 어느덧 황혼이 되여있음도 몰랐습니다.

누룽지를 좋아하시고
사과는 가운데만 드시며
멋 내는 걸 원래 싫어해서
옷도 안 사시는 우리네 어머님 세대들
갓 지은 따뜻한 밥과
아삭아삭한 사과
날개가 되는 멋있는 옷
내가 좋으면 어머니도 당연히 좋을건데...
그 당연한 걸 왜 자꾸 잊게 되는 걸까요?

-옮겨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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