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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꽃 기억들 외7편
05/25/2018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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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꽃 기억들 외 7 / 김민자

 

 

하늘에 뜬 초저녁별이 동생이 흘린 밥풀보다 더 많아 보이던

그 밥풀 같은 별 호박잎에 싸먹고 싶던 여름밤

 

마당에 멍석을 깔고 저녁상을 차리면 달빛과 별빛 풀벌레소리가 밥그릇으로 뛰어들었다

 

봉숭아 꽃잎을 싸맨 손톱에 첫눈의 기다림이 반달처럼 남아있는

 

풋잠에서 빠져나와

잠결에 듣는 도마소리, 그 부엌에는 아직 내 곁을 지켜주는 어머니가 있다

 

내 기억의 집

목화꽃 같은 하얀 광목치마가 있고 배추를 뽑던 흙 묻은 손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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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얏꽃 피는 저녁 / 김민자

 

올갱이국 앞에서 숟가락들이

더글더글했다

 

된장과 아욱이

구수하고 쌉싸래했지만

나는 그것을 아껴 먹었다

 

그 국속에 달이 떠 있고

숟가락과 별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가난하지만

우리는 오얏꽃보다 더 환했다

 

올갱이국을 끓이는 날엔

먼 곳에서 걸어온 달이 밥상을 기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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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이 가장 아름다울 때 / 김민자

 

 

늦여름 골목에 따가운 햇살이 쏟아진다

폭염을 이겨내고 백일홍이 꽃을 피우듯

변두리 달동네 담장아래 마주보고 앉은 할머니 셋

고샅에 나직이 돌아나가는 웃음들이

잡힐 듯이 환하다

골목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해질녘

도마에 호박 써는 소리 통통통 울리고

된장찌개 끓는 냄새가 퍼지고

개가 멍멍 짖고

집밖에 널어놓은 빨래가 기분 좋게 말라가는 때

이젠 돌아갈 수 없는 먼 옛날의 골목

그 넉넉한 인심은 어디로 갔는지

이마를 마주 대며 살던 그들은 어디로 흘러갔는지

이제 골목을 지키는 사람은 노인들뿐이다

밤하늘에 별 몇 개만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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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 김민자

 

 

처마 끝에 빗방울이 떨어진다

섬돌 앞마당이 젖고 마당귀 살구꽃이 젖는다

나무도 산도 촉촉이 젖어 마음속으로 스민다

 

빗소리는 언젠가 내게 편지를 읽어주던

어머니의 목소리

 

봄비의 귀엣말을 엿듣는다

 

모든 것이 빗소리에 닿아있다

풀꽃향기가 나고

다정한 음성이 들려온다

 

나도 저 빗방울처럼

누군가에게 닿고 싶다

 

마음을 열어

씨눈을 틔우고 싶다

……………………………………………………………………………………….

봄의 파동 / 김민자

 

 

냇가 버드나무

푸릇푸릇 맥박을 냇물에 풀어놓는다

 

번데기 속에서 벌레가 기어나오 듯

살아 움직이는 갯버들의 눈

봄의 입김을 쬔 첫 입술이 연록을 펼쳐 놓는다

 

봄의 종아리에 물이 오른다

연둣빛으로 번지는 싱싱한 기운을 꺾어

꽂아두면 꽃이 필 것 같은 날이다

 

물 냄새를 맡고 푸른 숨을 토해내는

버드나무, 갯버들, 호랑버들

 

겨울을 건너온

갯버들은 벌써 입을 열기 시작한다

 

이마를 적시는 봄볕들

호드기를 만들어 불면 봄의 목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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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기 / 김문자

 

어디선가 또 복이 날아온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하세요

  복을 빌어준 고마운 이들에게 답장을 보낸다 

 

  갑자기 ‘복’이란 단어가

  개구리처럼 휴대폰자판 위를 폴짝폴짝 뛰어다닌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외손녀에게 묻는다

  -넌 언제 제일 행복하니-

  -엄마 아빠와 배 깔고 방바닥에서 뒹굴 때요

 

  너무 아득히 먼 곳으로만 행복을 찾아다니던 내가

  복이란 단어를 마구 찍어대던 손가락으로

  아이 등을 토닥거렸다

 

  -부럽다 부러워

 

, 그만 찍어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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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자

 

 

나이 들어 귀가 어두워진 남편

산기슭에 흘러내리는 흙과 같이 소리가 무너졌다

귀 검사를 해보라고 하면

필요 없다고 단호하게 마음을 닫아버린다

우악스런 말은 듣지 않고

부드럽고 고운소리만 골라듣는다

 

한쪽이 불편하니 다른 쪽도 따라 불편하다

 

겉으로는 열렸어도

속으로는 닫혀버린 관계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면

고운 말에 싹이 나고

속삭임도 느낄 수 있으려나

 

오늘 귀가 좋아하는 말만 골라

한상 가득 차려 놓고 달래볼 참이다

 

가끔은 쓴말도 귀에 좋다고

슬쩍 먹여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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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는 절반이 바람이다 / 김민자

 

 

쇠똥 떨어진 길섶 보리밭 두렁

민들레 속씨 하나

낙하산을 반쯤 펼치고 있다

 

잡초 속에 홀로 꿋꿋한

샛노란 민들레 깃발

 

어느 맑고 빛나는 봄날

어미 꽃과 작별을 하고

민들레 갓털이 바람 타고 날아간다

 

민들레의 절반은 바람이다

 

형체 없는 바람의 아비가 그들을 선별해

예측할 수 없는 곳에 데려다 놓고

무심히 가버렸다

 

민들레의 일생처럼

우리네 생도 지나가는 바람이 아닌가

어디선가 또 바람 한 점이 불어온다

 

내가 잠깐 조는 사이

내 생이 반쯤 날아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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