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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09/09/2017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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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 성백군

 

 

작다고 기죽지 말라

 

눈은 어이없고

마음이 곤욕스럽다고

둘이 단짝이 되어 아무리 수다를 떨어도

시작은 한 걸음이 한다

 

두 시간 반 등산길이라는데

가보고 싶지만

앓고 난 직후라 힘이 부쳐

눈은 엉뚱한 곳만 바라보고

마음은 지레 겁을 먹고 주저앉는데

망설임 없이 내딛는 발

한 걸음 걸을 때는

못 본 체하더니

어느새 걸음마다 앞서가는 눈

그 눈길 위에서 설레발치는 마음

그러니까 발이 심통을 부린 게다

십 분 거리 앞두고

주저앉은 걸음

눈이 안달하고 마음이 싹싹 빈 후에야

낮은 자리에 있다고 얕보지 말라라며

다시 일어서는 발

 

한 발자국 한 발자국으로

산 한 바퀴 돌고 큰소리도 쳐 봤다는

한 걸음,

 

작다고 무시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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