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s3385
하늘호수(bgs3385)
Hawaii 블로거

Blog Open 08.08.2014

전체     49743
오늘방문     27
오늘댓글     0
오늘 스크랩     0
친구     2 명
  달력
 
어머니 마지막 가시는 길
01/27/2015 12:50
조회  2349   |  추천   21   |  스크랩   0
IP 66.xx.xx.250

어머니 마지막 가시는 길 / 성백군

 

 

어머니 산으로 모시러 가는 길에

집에 들렀습니다

손발이 있어도 꽁꽁 묶였으니

가고 싶어도 못 가실 것이고

입이 있어도 말문을 닫으셨으니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못 하실 것이기에 소자가

어머니 영정 모시고 당신이 사시던 집 대문을 열었습니다

 

여기는 사랑방이고, 저기는 골방이고, 이제 안방으로 들어갑니다

당신이 시집오실 때 가지고 오셨다는 장롱과 아내가 시집올 때 가져온

세간살이들이 오랜 풍상에 어우러져 하나가 되어있고, 벽에는

서른 넘은 손자들의 백일사진과 지난해 보내드린 하와이 가족사진이

외로웠던 당신의 역사를 대신 쓰고 있네요. 방안의 부엌시설은

어머니 기쁨이셨다는데 얼마 사용도 못 하시고 돌아가셨다는 동네 어른들의

넋두리에 불효자는 웁니다.

 

어머니, 무슨 말씀이라도 하실 일이지 그저 보시기만 하시고 그냥

가시면 어찌하라고요. 이 큰집, 비워질 집, 어찌하라고요

내 가슴, 구멍 뚫린 빈 가슴, 바람 새는 마음을 어찌 막으라고요.

 

뒤란을 돌아 아래채까지 어머니 손 떼 안 묻은 곳이 있습니까마는

그래도 음성이라도 듣고 싶어서 둘레둘레 살피는데 함박눈이

푹푹 쌓이네요. 마치 기억을 지우려 하는 것처럼, 부질없는 짓을 하고

있어요. 쌓여서 지워질 것이라면 타향살이 수 십 년 세월에 벌써

지워 젔겠지 요만

 

어머니, 넓은 마당에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서네요.

담 그늘을 들어 올리며 노인들이 하나둘 나오시더니 어머니 영정 앞으로

꾸역꾸역 모여드네요. 앞집, 뒷집, 옆집, 옆 옆집, 뒤 뒷집---

저분들이 울어요. 어머니 저분들이 왜 우시나요?

저분들이 자꾸 우시니까 나도 눈물이 나요. 슬픔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는데

왜 눈물이 나오는지 알지 못하겠네요

 

인제 그만 가시겠다고요, 장의차가 기다린다고요,

그래요. 어머니, 남에게 싫은 소리 한마디도 못 하시던 분,

생전에 남의 신세 눈곱만치도 안 지시던 분, 당신의 깔끔하신 성격을

아들이 모를 이 있겠습니까? 이제 가신다니 모셔다 드리겠지만

그러나 어머니 이 아들에게마는 할 말 못 할 말 단 한 번이라도 해 보시고

가셔야지요

 

청송심씨 중국 거상의 딸로 열일곱에 택시 타고 시집와서 구십 수를 사신 어머니,

여섯 아들 낳아 차례대로 다 잃어버리시고 서른에 일곱째 아들 나를 붙들었다는데,

그 아들마저 세 살에 시아버지에게 빼앗겼다가 열 살에 대처로 공부시키려 보내더니

그 길로 내 나이 서른셋에 미국에 이민 보내고 난 뒤, 아버지 돌아가시고

십수 년을 혼자 사셨는데 어찌 말씀이 없으시나요?

며칠 밤낮을 오매불망 기다리시더니 자식 얼굴 한 번 보시고 뭐가 그리 좋으셔서

할 말도 잊으시고 자는 듯 가셨나요

어머니, 내 어머니, 무어라고 말씀 좀 해 봐요

 

알았어요, 어머니

마지막 가시는 길 평생에 섬기시던 당신의 뜻

그슬릴 수는 없지요

장의차가 기다리지 않게 빨리 갈게요.

 

     112 - 02282006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 블로그의 인기글

어머니 마지막 가시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