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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떠나야 하는 모임, 성가대의 추억
07/26/2019 14:01
조회  127   |  추천   1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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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좋아하고 사랑했던 모임도 언젠간 떠나게 마련이다. 어릴때 내겐 성가대에 대한 꿈이 있었다. 저녁이 되어 대학 정문을 나서면 집 외에는 갈 곳 없지만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기 싫은 날 , 길을 건너 있는 고즈넉한 동네 속으로 들어가면 조용한 그 동네에 담담히 성당이 있었는데 그 옆으로 걸어가면, 희미한 불 빛 아래 울려퍼지는 화음이 있었다.  성가대원들이 연습하는 밤인가 보다.  그 교회를 두 세 번 천천히 돌아 걸으며 듣곤 하였다. 그곳은 속세와 떨어진 아름답고 고귀한 여자들과 남자대원들이 좋은 목소리와 연습으로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 내는 경건하고 뭔가 거룩하지만, 끌리는 곳이었다. 한 번은 연습이 끝나고 갑자기 대원들이 나오는 것을 보았는데, 대부분 내 또래의 사람들이었고 가슴이 설레였다. 하지만 내가 그 곳에 속하는 것이 쉬이 상상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새 신입단원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그 곳에서 그들의 수준에 바닥이라도 맞추려고 열심히 연습하고 적응에 노력했다. 그래서 거기에 있던 천사같던 그들과 어느새 어깨를 맞추지는 못하더라도 받아들여지고 친하게 되었다. 물론 아직도 눈을 오래 마주치거나 단 둘이 만나기 벅찬 천사들도 꽤 있었다. 시간이 가고, 같이 웃고 울며 테너가 되어 그들과 그 단체를 사랑하게 되었다. 사랑은 영원히 도달하지 못할 대상을 향해 끝없이 흠모하는 마음도 들어간다. 세월이 자꾸 흘러서 속세의 사정으로 바뀌는 단원도 있었고, 새 신입단원도 있었지만 천상의 하모니를 만들어가는 주류는 변하지 않고 이어졌다.

이제 내가 어느덧 현역에선 중고참이 되었을 때 나오게 되었다. 그 모임의 여자들 중에 좋아하거나 흠모하거나 경원하게 되는 대상이 몇 몇이 있어, 황홀한 기분이었으나, 결국 내 옆에 친구가 되고 애인이 된 여자는 다른 여자였다. 그래서 그 모임에 못나가게 되었고 내 옆의 친구도 그 곳은 피하는 곳이 된 것이다.

이제 수십년이 흘러 그 모임의 주인공들도 전부 사라졌겠지만, 언젠가 이 곳 만리 타향에서 훨씬 지난 세월너머로 그 성당 성가대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다. 사람만 젊은이들로 바뀌었지 그 곳엔 청년 시절의 내가 있었다.  사귀다 어찌어찌하다 지금은 이렇게 문득 문득 생각나는 그들은, 그녀들은 지금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사람은 제 짝이 아니면 이렇게 멀리서 서로의 행복을 기원해주는 과거의 인연으로 보내는 것이 인생인 것 같다.  그 이후, 아름다웠던 그 기억을 갖고 다시 모친이 계신 본가의 소박한 성가대에서 또 새 모임을 갖게 되었다. 가족들이 멀리 떨어져 있을 때라 더욱 내게 정신적인 자양분과 마음의 안정을 주었다. 젊은 천사들은 없었지만, 동료와 선후배와 종교적 지지가 나를 더욱 행복하고 감사하게 했다.

또 그렇게 꿈같던 시절을 지나며, 그리고 도저히 내 음악의 지력과 성량으로 도달할 수 없는 거장들의 미사곡의 한 부분을 완주하는 기쁨도 영광도 몇 해 경험했다.  또 다시 그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모짜르트와 바하의 알렐루야를 원보대로 합창으로 완주하기 위해 저녁 늦게 또는 아침 일찍 모여 연습하는 노력과 완성의 기쁨.   이것은 우정과 신앙과 경건하고 고난도의 음악성이 제대로 합쳐져야 맛 볼 수 있는 기쁨과 행복이었다.  이제 또 그로부터 십 년 가까이 흘러 이 곳 타국에서 또 그들을 생각한다. 아직 있을 모임이지만, 이 몸이 부득이 만리타향에 뿌리를 옮김에 따라 또 헤어지게 되었다. 그래도 나는 생각한다. 나의 사랑스런 추억과 기억 속에 그들은 영원히 살아있노라고, 그래서 그 모임은 영원할 것이고, 그 기억 속의 나는 화음을 맞추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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