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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내게 결코 항복하지 않았고, 그래 나도 그것을 존중하다.
05/20/2019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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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6시에 눈이 떠졌다. 블라인드 너머 살짝보이는 5월의 새벽은 맑고도 건강하다.  1시30분이 티업이니 시간도 많고 옆의 아내도 새근대며 잘 자고 있다. 살며시 기지개 켜고 일어나 아내가 좋아하는 토스티드 베이글과 빅사이즈 커피 두 잔을 사와 잠에서 깨어난 아내에 선사했다. 1층에 내려와 5월 토요일 새벽에 부부가 얘기를 나눴다. 뒷마당 나무가지를 자르고 둘이 그제 저녁 늦게까지 만든 만두로 점심을 먹고 오버펙 골프장으로 차를 운전했다. 


올해들어 처음 만나는 전임회사 오비들. 만날때 마다 반갑다. 현재 카톡방이 8명이니 딱 두팀이다. 나는 두 개의 회사를 다녔는데, 둘 다 좋다. 겸손하고 점잖고 매너를 갖춘 선배 동료 후배들이다.  반가운 얼굴들을 사무실에서 만나고, 1번 홀로 이동, 과연 오늘은 잘 칠수 있을까. 네번째 순번으로 드라이버를 쳤는데, 왼쪽 나무 쪽으로 날아든다. 페어웨이를 살짝 벗어났지만 임팩트는 괜찮다. 오늘 백스윙 리듬만 유지하면 드라이버는 괜찮을 것이고, 그러면 세컨 샷도 평균을 유지하고, 퍼팅은 내 계획이 있다. 2번홀에서는 자신감으로 드라이버를 던졌다. 마치 다 이뤄지지 않은 초승달을 그리다 붓을 일으킨것처럼, 몸이 돌다 말고 일어서며, 공은 크지만 살짝 우상향을 그린다. 매 홀마다 우승자가 이기는 스킨룰과 더불어 두 팀으로 나눠 팀대항도 했다. 엎치락 뒤치락하며 결국은 팀대항은 비겼고, 스킨은 본전이다. 오래간만에 재미있고 긴장감넘치는 경기였다.


 오늘 트리플은 없었고, 심지어 호수에 빠뜨린 두 번의 드라이버 실수도 모두 더블로 막았다. 하나도 봐주지 않았으며 좌우로 멀리 공찾으러 들어갈 일도 없었다. 심지어 내리막 롱퍼팅도 2개나 넣었다. 그냥 롱퍼팅도 2개 더 성공. 다만 단거리 퍼팅은 서너개 실패. 보기보다 한 개를 더 치고 끝났다.  경기 중간 쳐다보는 골프장은 아름다웠고, 형과 친구같은 동반자들이 정겨웠다. 불과 나흘전 한인회에서 친 골프가 지겹게 안되 던 그 때와는 무엇이 달라진걸까.


1. 왼 무릎의 불완전함을 미리 겁먹지 않고, 그냥 안정적인 셋업과 차분한 스윙을 하려했다. 어차피 그렇게 세게 비틀어치진 않으니까 

2. 임팩트를 주시했다. 아이언을 칠 때 움찔하지 않고 그냥 담담히 쳤다. 이것은 192야드 파쓰리를 4번아이언으로 솔리드하게 온그린 시켜주고 자신감을 갖을수 있었다.

3. 때로는 자신을 믿고 거리에 맞는 채를 쳤다. 그래도 그린을 오버하는 비율이 칠십프로정도나 되었다.

4. 특히 퍼팅에서 차이가 있었는데, 왼손은 채를 살짝만 잡고 어깨부터 완전히 힘을 빼고 늘어뜨렸고, 우측 손이 살짝 긴 호를 를 그리며 균일한 궤도와 힘으로 선로를 움직였다. 이것이 주효하여, 임팩트순간 손목이 좌우로 세밀하게 비틀어지거나 움찔하는 것을 없애주었다.  버디도 했고, 파도 제법 있었으나,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이렇게 잘 친 기분이 드는데도 91개라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10여년 전의 좀 더 젊었던 나는 달링턴에서 83개를 쳤던 그 초 봄의 라운딩이 생각난다. 그때 동반했던 신한의 표지점장도 정말 잘쳤지.. 그때의 점수는 8개를 더 줄였던 것인데, 그 때의 나는 지금보더 더 성숙했고 더 집중했던 인간이었던가.  사람은 나이를 먹으며 그 어느때보다 더 성숙하고 완성에 가까운 쪽으로 가고 있다고 막연히 믿는 것 이다. 더 많은 경험과 더 많은 경기를 통해 많은 방심의 종류와 그로 인한 실수와 자책, 그 이후의 예방, 연습, 마음 속의 마인드콘트롤로 인해..  그러나 지금의 내 실력의 숫자는 많이 차이가 나지 않는가.  그러나 그것은 단지 그 때보다 더 조바심을 내지 않게 되었고, 연습 한 번도 하지 않고 다만 과거의 경험과 기본실력만으로 이루고 있으니 실력이 사실은 더 향상된 것이다 라는 또 막연한 자위를 하게 된다.


골프는 어쩌면 어떤 사람들에겐 시지프스의 신화인 것 같다.  단지 그것에 너무 절망하거나 많은 의미를 두지 않을 뿐이지.

그만큼 나를 자책하게 만들고 좌절하게 만들고 때론 우쭐하게 만들고 의기양양하게 만든 운동은 별로 없을 것이다. 몸이 유연하지 못하고 운동신경이 각별히 뛰어나지도 않고 평범한 내게 골프는 오히려 말한다. "아이 네버 컴프로마이즈드 유". 골프가 내게 그리 쉽게 농락당하지 않겠노라는 당당한 선언을. 하지만 나도 그 골프에게 엄숙히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 결코 그리 쉽게 내게 내주지말라. 나도 너를 그리 쉽게 여기지 않을 것이나, 그렇다고 나도 너를 그리 쉽게 포기하지 않을것이니 그리 알고 있으라고.


나는 지금의 내 분신과도 같은 낡은 미즈노 채와 15년 내외의 나이를 먹은 알세븐 드라이버와 나의 마음의 고향 인천에서 동네 후배가 잠시 쓰다 준 과분한 퍼터를 평생 갖고 갈 것이다. 나의 조강지처와 같은 나의 치욕과 성공과 실패와 좌절을 함께한 그것 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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