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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티켓,.미국 법정 출두기
10/18/201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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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티켓, 끝까자 싸워보려 했다가...

 

- 난생 처음 법정 출두기

            

교통위반 티켓을 뗐다. 210번 프리웨이에서 라크레센타 펜실베이니아 출구로 나오다가였다. 운이 나빴다. 우회전을 하려는데 노란불이 빨간 불로 바뀌기에 잠시 멈춰 섰는데 정지선을 살짝 넘어서 선 것이다. 그 순간 지나가던 순찰차가 그것을 보고 나를 붙잡아 세웠다. 죄명(?)은 빨간 신호 위반 및 ‘위험운전’이었다.

 

얼마 뒤 법원으로부터 편지가 왔다. 벌금을 내든 서면으로 어필을 하든 아니면 재판을 받으러 직접 법원으로 출두하든 입맛대로 하라는 얘기가 장황하게 씌어 있었다. 물론 벌금도 있었다. 자그마치 489불!

그냥 갔더라면 걸리지 않았을 텐데 싶어 내내 억울한 기분에 끌탕을 하고 있었는데 거액 벌금까지 내야 하다니. 거기다 운전학교 교육까지. 결국 몇몇 사람의 조언을 받아들여 말 대신 글로 어필을 해 보기로 했다.

written defense라는 거다.

 

이럴 땐 인터넷이 선생이다. 교통티켓을 해결해 준다는 업체가 수두룩했다. 그 중에 하나를 골랐다.

Ticketkick.com인가하는 회사다. 매달 수백 건씩 교통 딱지 해결을 도와주는데 90% 이상 승률을 자랑한다고 했다. 비용은 199불. 만약 케이스에 이기지 못하면 환불까지 해 준다나.

 

시키는 대로 몇 번 클릭을 하니 이튿날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리고 티켓 뗄 당시의 상황에 대해 이것저것 묻더니 며칠 뒤 10장 가까운 서류를 보내왔다. 캘리포니아 교통 법규 조항과 내 케이스를 꼼꼼히 연결시키면서 나의 무죄가 잘 정리돼 있었다. ‘됐어. 이 정도면.’ 기꺼운 마음으로 서명을 하고 배달증명으로 법원으로 보냈다.

 

그로부터 4개월이 흘러 드디어 지난 9월초 법원으로부터 결과 통보가 왔다. 기대 만땅. 그런데 아뿔싸. 눈을 씻고 찾아봐도 dismiss라는 단어는 없었다. 나의 서면 항의에 대해 ‘이유 없음, 기각, 케이스 종결, 유죄 확정’으로 답이 돌아 온 것이다.

 

이럴 수가. 잔뜩 기대했는데 추가 돈만 날린 꼴이 됐다. 거기다 이젠 운전학교에도 갈 수가 없고 꼼짝없이 벌점에, 보험료 인상까지 감수해야 했다. 티켓킥닷컴에 결과를 알렸다. 두 가지 옵션을 주었다. “기본 수수료 제하고 89불 환불해 드릴 테니 받으시오. 아니면 49불 더 내고 한 번 더 항소를 하시든가.”

 

그래, 좀 더 가 보자 싶어 항소 쪽으로 결정을 했다. ‘Trial De Novo’라는 절차다. 이제는 직접 법원에 출두해 재판을 받아야 한단다. 그러지 뭐 하고 49불을 보냈더니 티켓킥닷컴에서 이튿날 바로 다시 서류를 만들어 보내왔다. 또 사인을 하고 서류를 법원으로 보냈다. 그 때 딱지를 발부한 경찰도 나와야 하는데 아마 바빠서 잘 나오지 않을 거라는 주위 사람들의 말에 살짝 희망을 걸면서.

 

일주일 뒤 답장이 왔다. 한 달 뒤로 재판 날짜가 잡혔다는 통보다. ‘아침 8시30분 시작이니 30분전까지 와서 대기하시오’라면서. 그날이 바로 그저께 10월 15일이었다. 드디어 미국 와서 처음으로 법정이란 곳엘 가 보게 됐다. 아니 내 평생에 처음 가보는 법정이다.

 

글렌데일에 시청 앞에 있는 LA슈피리얼 코트(Los Angeles Superior Court), 여기가 법원일까 싶을 정도로 허수룩한 건물이었다. 공항 검색대 통과하듯 허리띠를 풀고 소지품을 내 놓고 온각 검색을 받은 뒤 안으로 들어섰다. 이른 아침인데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남자, 여자, 흑인, 백인, 히스패닉, 아르메니안 등 그야말로 인종 전시장이었다. 한국 사람도 몇몇 보였다.

 

교통 위반자 재판은 2층 저쪽 구석방으로 배정되어 있었다. 사람들 틈을 헤집고 게시판에서 내 이름을 확인하고 빈 의자를 찾아 앉았다. 아침부터 재판 받으러 온 게 약간 끌쩍찌근 했지만 내가 원래 좀 이국적(?)으로 생겨서인지 아무도 나를 주목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때 한국인 법정통역사 한 분이 어떤 아가씨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어떻게 통역사를 불렀을까. 본인이 돈을 내고 불렀을까. 누구든 신청만 하면 법원에서 그냥 제공해주는 걸까. 궁금했지만 물어보지는 못했다. 통역사 분이 쉴 새 없이 쏟아내는 말이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정보인 듯해서였다.

 

 ‘내가 매일 이런 곳을 다니는데 교통티켓 재판에서 교통 티켓을 발부한 경찰이 출두하지 않으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서는 일반인이 이기는 경우는 거의 못 봤다. 요즘은 경찰도 돈이 궁한지 안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더라. 경찰이 나왔으면 99% 지게 되어 있으니 괜히 끝까지 고생 말고 그냥 트래픽 스쿨이라도 가게 해달라고 하라’ 등등. 그런 말을 듣고 있자니 끝까지 싸우리라던 나의 결연한 의지가 왠지 점점 사그라드는 것만 같았다.

재판은 9시가 한참 지나서야 시작됐다. 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갔고 나도 휩쓸려 따라 들어갔다. 법정 안 풍경은 내 케이스만 아니었다면 꽤 정겨움이 느꼈을 정도로 시골스러웠다. 의자도, 좌석 배치도, 들어와 있는 사람들도 다 어수룩해 보였다는 말이다. 판사석은 1개가 있었는데 그 역시 시골 중소기업 사장님 의자처럼 낡았고 높이도 낮았다. 그 바로 옆으로 서기인 듯한 사람이 앉아 있었는데 그 역시 살집 좋은 아주머니여서 그런 느낌을 더했다.

 

어쨌든 나를 포함해 40여명이 재판 대기석에 몰려 앉았다. 그 우측 앞쪽으로 교회 찬양대 자리 같은 의자들이 세 줄로 길게 놓여있었는데 우리의 입장과 동시에 20여명쯤 되는 경찰관들도 들어와 자리를 채웠다. 일순 바쁜 경찰들이 일은 안하고 죄다 이곳에 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들어오자 대기석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들렸다. 경찰이 안 나와야 이기는 재판인데 거의 틀렸다는 의미인 것 같았다.

 

서기가 먼저 입을 열었다. 판사가 입장하기 전에 사전 안내를 하는 모양이었다. 감정 섞이지 않은 건조한 말투에 말은 또 왜 그리 빠른지. 도무지 알아듣기가 쉽지 않았지만 귀를 쫑긋하고 들어본 요지는 이랬다. ‘재판을 끝까지 받을 것인가, 아니면 그냥 트래픽 스쿨을 선택할 것인가를 잘 결정하라. 만약 재판을 받아 무죄가 되면 다행이지만 만약 재판까지 가서 유죄가 확정될 경우 더 이상 트래픽 스쿨은 갈 수 없다.’

 

서기는 이어 서류를 넘겨가며 출석 확인을 했는데 먼저 위반자를 호명하고 경찰관도 불렀다. 그리고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물었는데 사람들은 대부분 트래픽 스쿨을 택했다. 경찰이 떡 출석해 있으니 지레 겁을 먹은 것 같았다. 그래도 서너명은 끝까지 재판을 받겠다고 했다. 내 번호는 17번째였는데 그 때까지 경찰이 나오지 않은 경우는 단 2건이었다.

 

드디어 내 이름을 불렀다. 아니나 다를까 나의 상대방 경찰도 대답을 했다. 얼핏 보니 정말로 티켓을 뗐던 바로 그 경찰이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끝까지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 잠시 갈등을 했지만 자신이 없었다.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나도 맥없이 트래픽 스쿨에 가겠다고 했다.

 

기운이 빠졌다. 이렇게 끝나고 말 것을 괜히 6개월이나 질질 끌었나 싶어서였다. 법정을 나와 아래층으로 내려가 트래픽 스쿨 신청을 했다. 한 시간 반이나 기다려야 할 정도로 창구 줄이 길었다. 요즘 정부가 예산이 없어 창구를 한 개로 줄여버린 탓이었다. 수수료가 64불이었다. 아마 운전학원이나 인터넷 업체에 또 교육비로 얼마간을 더 내야 할 것이다.

 

요즘 미국에서 티켓 한 번 걸리면 너무 가혹하다. 좀 심한 경우는 티켓 벌금 500불 가까이에 교통학교 비용까지 600~700불은 훌쩍이다. 어필해 보겠다고 덤벼들었다간 나같이 일이 잘 안 풀리면 1,000불 가까이도 들어간다. 그러기에 그냥 처음부터 수긍하고 고분고분 운전교육이나 받았더라면 돈도 시간도 더 들어가지 않았으련만. 하지만 어쩌랴. 미국 와서 이렇게 미국 법정 구경해 본 게 어디냐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본다. *

 

 

<에필로그>

 

결국 이날 법정엔 나갔지만 정작 판사는 얼굴도 못보고 왔다 결과적으로 재심 청구로 종결된 케이스 되살려 교통학교 출석 자격 얻은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대신 두가지 교훈은 얻었다. 첫째는 "다들 운전 조심하세요, 걸리지 않는 게 상책입니다" 이다. 또 영어를 한국말처럼만 할 수 있었다면 좀 더 버텨볼까도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자신이 없어서 포기했다. 그래서 얻은 또 다른 교훈은 "미국 살려면 영어 공부 좀 더 열심히 해야지" 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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