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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좀 쓰면 왜 다들 책을 내려 할까
07/16/2013 16:37
조회  1830   |  추천   2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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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책의 저자가 된다는 것

 

지난 5월 두 번째 책을 냈다. '나를 일으켜 세운 한마디'라는 명언 에세이집이다. 동서고금 유명인들의 촌철살인 명언

200개를 모으고 그것에 대한 소감을 짧게 적었다. 많은 이들이 축하의 말을 보내왔고 격려도 해 주었다.

 

작년 처음 책을 냈을 때와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그 때는 생애 처음 내 책이 나왔다는 것에 스스로 감동했고 나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출판기념회라는 것도 거창하게(?) 했다. 하지만 이번은 전혀 다른 느낌으로 책을 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채 익지도 않은 생각들을 너무 서둘러 내놓지는 않았나하는 아쉬움이다. 주제도 모르고 또 책을 썼나 하는 부끄러움도 살짝 있다. 그러다보니 책을 내긴 했지만 평소보다 조금 더 부지런을 떨었구나 하는 것 말고는 오히려 무덤덤한 심정이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란 참 요상하다. 이왕 책을 냈으니 좀 더 많이 팔렸으면 하는 마음도 없지는 않기 때문이다. 나름 ‘대박’을 기대하는 출판사에 최소한의 체면치레는 해야겠다는 염치야 그렇다 치고 "요즘 베스트셀러 별거 있나, 이 정도면 그보다 못할 것도 없지" 하는 당돌한 욕심에 이르러서는 은근 헛웃음까지 나온다.

 

이는 나만 그런 것은 아닌 모양이다. 얼마 전 유명 작가의 책을 낸 유수의 출판사가 사재기를 했다 해서 물의를 빚은 적이 있었다. 그 무렵 한 작가가 이를 보고 자신도 사재기를 했다며 ‘용감한 고백’을 했었는데 그의 마음을 충분히 공감하며 그 글을 읽었다.

 

그는 책을 출간한 뒤 얼마나 잘 팔리나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단다. 그래서 수시로 인터넷 서점을 들춰보고 일부러 선물할 곳을 만들어 몇 권 씩 주문도 했다고 한다. 한 권이라도 판매 기록을 올리기 위해서였다. 그뿐이 아니다. 아침 저녁 서점에 들러 진열된 다른 책을 밀치고 슬쩍 자기 책을 위로 올려놓기도 했단다. 하지만 그런 눈물겨운 노력에도 자기 책은 초판도 다 팔지 못했다는 읍소였다.

 

이런 게 어디 그 작가만의 일일까. 사실 요즘 한국에서 2000~3000부 찍는 초판이 매진되는 경우는 10%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하루에도 수백 종의 새 책이 나오니 그럴 법도 할 것이다. 거기다 상위 10개 출판사가 전체 출판 매출의 90% 가까이를 점하는 현실, 예스24 같은 대형 온라인 서점이 책의 유통을 쥐락펴락 하고 있는 업계의 구조적 문제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군소 출판사가 아무리 좋은 책을 펴낸들 초판 매진은커녕 베스트셀러 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먼저 저자가 된 사람을 부러워하고 자기도 꼭 책을 내야겠다며 열심히 글을 쓴다. 굳이 자기 돈을 들여서라도 책을 낸다. 꼭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어서가 아닐 것이다. 인터넷 시대, 어디에나 글을 쓸 수 있고 책 이상으로 자신의 글을 펼쳐 보일 수 있는 공간이 널렸다는 것을 모르는 바도 아니다. 그런데도 굳이 종이 책 저자 대열에 합류하기를 꿈꾸는 까닭은 무엇일까.

 

저자가 된다는 것은 분명 흥분되는 일이다. 그 어떤 성취보다 보람도 크고 뿌듯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무엇인가가 있다. 아마 그것은 우리 속에 내재된 공부에 대한 욕망, 혹은 뿌리깊은 숭문(崇文) 대열에의 동참 욕구일 지도 모르겠다.

 

옛 선비들은 평생 글을 읽었고 그것으로 세상을 이끌었다. 그들은 대부분 자신의 독서 경험을 글이나 책으로 남겼고, 사람들은 그것을 존중했고 부러워했다. 웬만한 문중 치고 조상의 전집, 문집 같은 비장의 책 한 두 권 자랑하지 않는 집안이 없었던 것도 그래서였다.

 

그것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지금도 책을 낸다는 것은 이런 숭문의식의 영향이자 공부에 대한 욕구 실현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책 한 권을 엮기 위해 들이는 저자들의 시간과 땀, 그리고 그것으로 얻어지는 성취감을 생각하면 책의 저자가 되는 것만큼 확실한 자기만족도 없기 때문이다.

 

요컨데 읽고 쓰는 것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다. 적어도 그 맛을 아는 사람들에겐 그렇다. 혹시라도 내년쯤 나의 세 번 째 책이 또 나온다면 그 또한 이런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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