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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 광해군은 왜 쫓겨났을까
03/14/2017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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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겨난 왕, 연산군과 광해군


#.

짐이 곧 국가다. 프랑스 절대군주였던 태양왕 루이 14(1638~1715)의 말이다. 하지만 이는 서구 절대왕조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었다. 조선시대 역시 임금이 곧 국가였다. ‘나라님이라는 말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조선 국왕이 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 하지만 왕이라 해도 전횡을 일삼을 수는 없었다. 겹겹의 견제장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왕의 말과 생각, 일거수일투족까지 실록으로 남겨 후세의 평가를 받게 한 것이다. 왕의 잘못을 비판하는 사간원, 관리의 부정을 감찰하는 사헌부, 왕의 학문과 자문을 맡은 홍문관 등 삼사(三司)도 있었다.


하지만 제도는 제도일 뿐 무시하려 들면 어쩔 수가 없다. 연산군(재위 14941506)이 그랬다. 왕조실록 연산군일기가 전하는 그의 악행은 끝이 없다. 12년 재위 동안 두 번의 사화(士禍)를 통해 자신을 비판하던 선비들을 대거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여염집 아낙을 겁탈하는가 하면 사냥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민가를 철거하는 등 패륜과 폭정을 서슴지 않았다. 사치와 향락도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수많은 후궁을 두었을 뿐 아니라 조선 팔도에서 가려 뽑은 흥청이라는 기생들을 궁궐로 불러들여 국고를 탕진했다. 흥청망청(興淸亡淸)이라는 말은 연산군의 이런 행태를 비판하고 조롱하는 뜻으로 생긴 말이었다.


견디다 못한 신하들이 결국 공모, 작당하여 왕을 쫓아내기에 이르렀다. 1506중종반정이 그것이다. 반정(反正)이란 잘못된 것을 가려 뽑아 바르게 되돌린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인륜과 민심을 배반했던 연산군을 어떻게 12년이나 두고 보았는지가 오히려 의아스럽다. 아마 이유는 단 하나, ‘어떻게 신하가 나라님을이라는 유교적 인식 때문이었을 지도 모르겠다(지금도 대통령이 곧 국가라고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

100여년 뒤 또 한 번의 반정이 일어났다. 광해군(재위 1608~1623)을 몰아낸 인조반정이다. 명분은 세 가지였다. 동생 영창대군을 죽이고 계모 인목대비를 폐위시킨 폐모살제(廢母殺弟)의 죄, 무리한 궁궐 조성으로 나라 살림을 어렵게 한 죄, 그리고 대국 명나라를 소홀히 하고 오랑캐 나라인 후금(後金)을 가까이 한 죄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연산군 때와는 성격이 많이 달랐다. 인조반정은 정권에서 소외된 서인과 남인들이 집권 북인들을 제거하기 위해 일으킨 일종의 정변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광해군(은 임진왜란 이후 피폐한 민생을 추스르기 위해 많은 애를 썼던 영민한 군주였다. 또한 명()-() 교체기 현실적인 중립외교로 국익도 지켰다. 광해군이 억울한 희생자로 요즘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이유도 이것이다.


#.

반정은 말 뜻 그대로 정말 뒤틀린 잘못들을 바로잡았느냐가 중요하다. 후세의 평가 역시 여기에 좀 더 무게가 두어져야 한다. 반정 이후 백성의 삶이 얼마나 더 나아졌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조선시대 반정의 역사는 아쉬움이 크다


연산군을 이은 중종은 신진 사림 조광조를 등용해 일시적인 개혁은 도모했지만 끝내 훈구세력의 높은 벽을 무너뜨리진 못했다. 광해군을 몰아낸 인조는 조선 최악의 왕으로 일컬어질 정도로 무능했다. 나라 살림은 거덜이 났고 대책없이 명분에만 매달리다 병자호란을 자초해 임금이 적장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우리 역사상 최대의 치욕까지 당했다. 그리니 백성의 삶은 오죽했을까.


연산군이나 광해군처럼 쫓겨난 왕은 다른 왕처럼 ()나 종()의 묘호를 받지 못하고 그저 ()이라 불린다. 그 시대를 기록한 역사 역시 실록이 아니라 일기로 낮춰 불렸다


#.

몇 개월을 달려왔던 탄핵심판이 마침내 끝이 나고 대통령도 쫓겨났다. 하지만 이제 진짜 역사는 지금부터 씌어져야 한다. 민심을 거스르면 절대군주도 쫓겨날 수 있다는 것, 정파적 이익만 앞세운 반정은 오히려 백성의 삶을 더 피폐하게 만들었던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야할 정치인들, 아니 우리 모두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역사의 대목도 이것이다. (2017.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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