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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잔치와 노년 오복(五福)
11/05/2017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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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의 팔순 잔치

 

#.

흔히 노년 행복의 5대 조건을 ,,,,이라고 한다


()은 건강이다. 건강 없는 100세 시대는 오히려 재앙이다

()는 배우자다. 아무리 효자라도 악처만 못하다고 했다

()는 경제력이다. 돈 없으면 적막강산이요 돈 있으면 금수강산이라는 속담도 있다

()는 일이고 ()은 친구다. 만년의 인생 고개,  소일거리 없이 길동무 말동무 없이 어떻게 넘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 다섯 가지는 요행으로 얻어지지 않는다. 젊은 시절부터 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80~90%가 결정된다. 그래도 10~20%는 인력으로 안 되는 것들이다.  운과 복까지 더해져야 한다. 그래서 오복 중 두세 가지만 갖춰도 꽤 괜찮은 노년이라 할 수 있다. 다섯 가지 다 갖췄다면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복이리라. 


지난 주말, 어떤 분의 팔순잔치에 다녀왔다. 친지·친구·지인 200여명이 초대된 풍성하고 훈훈한 자리였다. 자식들의 헌사는 흐뭇했고, 손 맞잡고 춤추는 노부부 모습도 도탑고 정겨웠다. 하객들은 진심으로 기뻐했고 나도 마음껏 박수를 보냈다.

 

잔치의 주인공은 그야말로 건····붕 노년 오복을 다 갖춘 것 같았다. 거기에 자식들까지 남들 부러워할 만한 동량들로 키워냈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왔기에 저랬을까. 사회자가 소개하는 그의 인생 발자취를 들으면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첫째는 열정과 용기. 젊을 때부터 남들 다 가는 길을 거부하며 늘 새로운 길에 도전했다. 둘째, 지금도 소년같은 수호기심을 잃지 않고 있다. 셋째, 공부하고 탐구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더 마음에 와 닿은 것은 그가 누구보다 부지런히 베풀고 나누고 있다는 것이었다.

 

#.

조선 21임금 영조(1694~1776)도 팔순잔치를 벌였다. 조선 왕 27명의 평균 수명이 47세가 채 못 되었던 시절 유일하게 80을 넘겨 산 왕이니 당연히 했겠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워낙 사치와 허례를 멀리했던 영조였기에 평소에도 생일잔치 같은 것은 한사코 허락치 않았었다. 하지만 그 해만은 왕세손(훗날 정조)의 간곡한 요청에 마지못해 허락한 하례식이었다.

 

"올해로 즉위한 지 50, ()는 여든 하나이니 이것이 누구의 은혜이겠는가. 계비(繼妃)를 맞이한 지도 열여섯 해가 되니 그 역시 하늘이 주신 복이로다이에 잡범 이하의 죄인들을 모두 용서하고 관직에 있는 자에게는 일급씩 가자(加資)하며전국의 90세 이상 노인에게도 일급씩 가자하고나라의 경사가 흔치 않으므로 은혜를 널리 베풀어백성들에게 알게 하라."(영조 50919일자 왕조실록)

 

이런 기록을 보면 처음엔 잔치를 반대했던 영조도 막상 백관들의 하례를 받고 보니 팔순 생일이 몹시 흐뭇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장수의 축복과, 66세에 51세나 나이 어린 열 다섯살 새 신부(정순왕후)를 맞아 15년이나 금실 좋게 살고 있는 것에 감사하며 이 모두를  천복으로 돌리는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또한 소외된 백성들을 생각하며 특별사면에 특별 상급까지 내린 것을 보면 기쁨은 나눌수록 더 커진다는 것도 잘 알았던 것 같다.

 

원래 영조는 왕이 되기 전 궁궐이 아닌 사가(私家)에서 오래 살았었다. 그래서인지 백성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신문고를 부활하여 백성의 억울함을 풀어주고자 한 것이나 사치 방지를 독려하며 수시로 금주령을 내린 것, 백성들의 군역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균역법, 물난리 예방을 위한 청계천 공사 등도 모두 백성을 생각하는 절절한 마음에서 나온 정책들이었다. 덕분에 영조 시대는 나라 부흥의 기틀이 다시 다져졌고 백성들의 삶 또한 전에 없이 나아졌다. 비록 조선이 왕조시대였다해도 절력 권력자의 선한 의지에 따라 나라와 백성의 처지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준 것이다.

 

#.

어질고 총명하며 덕이 깊은 지도자를 갖는 것을 '백성의 홍복(洪福)'이라 한다. 조선은 세종 시대에 이어 영,정조 때 백성들이 그랬다. 그렇다면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은 어떨까. 정권 바뀔 때마다 터져 나오는 과거 정권 지도자들의 비리와 복마전을 보면서 홍복은커녕 복장 안 터지고 버텨온 것만 해도 다행이다 싶다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들, 그들은 대체 뭐가 아쉬워서 그렇게 챙기려 들었을까. 무엇이 부족해서 그렇게 붙잡으려 애썼을까. 권불십년이요 화무십일홍이라 했는데 자기 욕심 비우고 조금만 더 베풀었더라면 이 지경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을


이제 머지않아 그들도 90이 되고, 80이 되고, 70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펄펄 기 살아있고 하고 싶은 말도 많은 것 같다. 그들을 떠올리니 팔순잔치 생각에 유쾌했던 마음이 갑자기 갑갑해진다.

             ( 2017.11.3.)

 

                                                               *  *   * 



 영조실록 표지. 원래는 영조 영종대왕실록이었지만 고종 임금 때 영종이라는 묘호(廟號)를 영조(英祖)로 추존 개정한 후 『영조실록』으로 부르게 됐다.

조선왕조 실록은 한자로 되어 있지만 모두 한글로 번역되어 있다. 

국사편찬위원회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왕조실록, 팔순잔치, 노년 오복, 전직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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