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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어도 할 수 있는 7가지 기부
06/23/2017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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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어도 할 수 있는 7가지 보시


참외를 사 왔다. 20년쯤 전 이맘때가 생각났다. 지금은 돌아가신 모친을 모시고 경북 지역으로 여행을 갔었다. 김천, 상주, 그리고 요즘 사드 배치 문제로 한참 시끄러운 성주 일대였다. 곳곳에 참외밭이 있었고 밭이랑 곁에선 할머니들이 조그만 소쿠리에 참외를 대여섯 개씩 담아 팔고 있었다. 시장에 내 놓기엔 너무 못생겼고 크기도 자라다 만듯 올망졸망한 참외들이었다.


맛있겠네. 우리도 저것 좀 사자.” 

유난히 참외를 좋아하셨던 모친이셨다. 차를 세우고 두 소쿠리를 샀다. 한 봉지 가득이었다


내가 말했다

많이 샀는데 두어 개 더 주세요.” 


그러자 어머니가 내 손을 탁 치며 말씀하셨다

야야, 이거 팔아 얼마나 남는다꼬. 우리가 하나 덜 무~면 되지.” 

그러면서 받아 든 봉지에서 오히려 두 개를 도로 꺼내 돌려주셨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다. 나는 내밀었던 손을 슬그머니 거둬들였다. 고백컨대, 그때부터 나는 물건 깎는 것은 잘 안한다. 받을 만하니 그만큼 받겠지 여겨서이다. 깍쟁이같이 깎아 큰 부자 되는 것도 아닌데 싶어서이다.


모친은 학교 문턱에도 못 가보셨지만 나중에 혼자 글을 익혀 곧잘 책을 읽으셨다. 그리고 가끔은 당신이 읽은 것을 이야기 해 주기도 했는데 대개는 아무개 아무개가 무슨 무슨 착한 일을 했더니 다음 생에 훨씬 더 좋은 인연으로 태어났다더라는 식의 옛날 이야기였다. 그런 어머니에게 당시 참외밭 사건(?)은 책에서 배운 것에 대한 당신 나름의 실천 철학이었던 것이다.


최근 잡보장경(雜寶藏經)이라는 설화집을 읽었다. 마음에 깊이 담아둘 만한 보석같은 여러 이야기라는 뜻이다. 읽다보니 내용이 옛날 모친이 자주 해 주시던 이야기와 비슷해 반가웠다


원래 이 책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를 담은 고대 불교 경전이다. 하지만 생활의 지침이 될 만한 구절들이 많아 요즘은 불교 신자가 아닌 이들도 많이들 찾아 읽는다. 수록된 121개 이야기 중 76번째 일곱 가지 보시의 인연이라는 글이 특히 마음에 와 닿았다


일곱 가지란 한자로 안시(眼施), 화안시(和顔施), 언시(言施), 신시(身施), 심시(心施), 상좌시(床座施), 찰시(察施)를 말한다. 요즘 말로, 내 식대로 풀어 보면 다음과 같다.


따뜻한 눈빛으로 베풀어라. 눈은 마음의 창이다. 부드러운 눈빛, 자상한 눈빛만큼 큰 보시는 없다

밝은 얼굴로 베풀어라. 한 사람의 발랄 유쾌한 얼굴 표정 하나가 얼마나 주변을 활기차게 만드는지를 기억하라

고운 말로 베풀어라. 다정하고 친절한 말 한마디가 세상을 얼마나 아름답게 만드는지 모르는 이가 있을까

부지런한 몸놀림으로 베풀어라. 먼저 들어주고, 먼저 열어주고, 먼저 도와주자. 몸 아껴봤자 살만 찐다.

진실된 마음으로 베풀어라. 배려하는 마음, 상대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품는 것만으로도 큰 나눔 실천이다

양보로 베풀어라. 좋은 자리, 편한 자리 고집하지 말자. 굳이 그 자리 아니어도 괜찮다면 그게 더 큰 축복이다

먼저 살펴 베풀어라. 이는 원래 방사시(房舍施)라 해서 쉴 곳 없는 사람에게 거처를 마련해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대와 형편이 달라졌으니 지금은 누군가의 필요를 먼저 살펴 채워준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 큰 베풂이 될 것이다.


이상 일곱 가지를 딱 한 단어로 압축하면 인정(人情)이다. 사람 사는 정이다. 약한 사람,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측은지심을 가지라는 것이다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민겨"라는 농부철학자 전우익 선생의 말은 이미 우리 시대의 화두가 됐다. 그럼에도 점점 더 각박해져 가는 세상을 구원할 유일한 방법은 나부터라도 이런 베풂을 일상화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들이니 어려울 것도 없지 않은가.


야야, 그러지 마라. 우리가 하나 덜 먹으면 되지.” 

 6월은 깊어가고 참외 향기 그윽하니 그 때 어머니 말씀이 다시 들리는 것만 같다. (2017.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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