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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왜 일본에 뒤처졌을까
02/25/2017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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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지도자, 성미 급한 백성

  

얄미우면서도 부러운 나라가 일본이다. 지도자부터 그렇다. 아베 신조 총리. 우리 생각과는 달리 정작 자기 나라에선 인기가 아주 높다.지난 주초 요미우리신문 조사에서도 지지율이 66%나 나왔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인한 위기감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호평 등이 이유라는데 아무튼 우리로선 부러운 대목이다.

 

최근 일어난 북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사건 관련 뉴스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한 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언론이 사건 발생 이후 첫 일주일 동안 쏟아낸 기사는 무려 4000건에 육박했다. 분량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한국을 압도했다. 김정남 피살 과정이 담긴 말레이시아 공항 CCTV 영상 등 많은 것들이 현지 경찰이나 정부기관과 깊숙이 연이 닿지 않으면 캐낼 수 없는 것들이라는 것이다(이 영상은 후지TV가 현지 브로커에게 거액을 주고 불법 입수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한국의 정보력도 나름 대단한 면은 있다. 하지만 핵문제나 미사일 발사, 혹은 이번 피살 건과 같이 북한과 관련된 큰 사안들이 나올 때는 번번이 일본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물론 한 나라의 정보력은 국력에 비례한다. 그렇다고 일본이 처음부터 우리보다 월등한 국력을 가졌던 것은 아니었다


조선 초만 해도 일본과 우리의 국력 차이는 별로 크지 않았다. 오히려 조선이 더 많은 선진 문물을 전수해 준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조선 중기 이후 양국의 국력은 뚜렷이 역전되기 시작했고 19세기 중반을 넘어서면서 조선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국력 차이가 벌어졌다. 여러 요인이 있었지만 서양을 대하는 인식 차이가 결정적이었다.

 

메이지 유신 이후 개화기 일본의 국가적 화두는 이른바 탈아입구(脫亞入歐)였다. 말 그대로 아시아를 벗어나 서구사회로 들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처음 들고 나온 이는 근대 일본의 아버지라 불리는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 1835~1901). (일본 개화기 최고의 계몽 사상가이자 최초의 독립 사립대학인 게이오대학 설립자이기도 했던 후쿠자와는 오랫동안 일본 최고액 지폐 1만엔권 모델이었다. 요즘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말인 회의(會議), 연설(演說), 문명(文明), 자유(自由), 권리(權利) 같은 서구 개념어들도 모두 후쿠자와가 번역해 만든 말들이다.)

 

탈아입구론의 핵심은 조선이나 중국'찌질한 이웃'들과 가까이 해서는 일본도 똑같은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 한시라도 빨리 서구문물을 받아들여 그들처럼 되는 것이 일본이 살 길이라는 것이다. 탈아론은 여기에 머물지 않았다. 자력으로 설 수 없는 나라들은 일본이 나서서 도와야 한다, 그리고 서구 열강들이 그랬듯이 일본도 청나라나 조선, 대만, 베트남 등 동아시아지역을 식민지로 삼아야한다는 주장으로까지 나아갔다. 이런 논리는 결국 군국주의 침략 근거가 되었고 지금도 일본 우익들의 논리적 배경이 되고 있다.

 

당시 일본은 탈아입구 실현을 위해 모든 국가 역량을 부국강병과 문명개화로 집중했다. 서구 시찰단을 뽑아 열강을 돌아보며 선진 제도와 기술 문물을 눈에 불을 켜고 배우고 받아들였다. 합리와 계몽을 기치로 교육제도와 국민생활도 과감히 바꾸어 나갔다.

 

물론 반발도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화혼양재(和魂洋才) 논리로 무마했다. 일본 고유의 정신(和魂)만 잃지 않으면 서양 지식과 기술(洋才)은 얼마든지 받아들여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에도 비슷한 중체서용(中體西用)론이 있었다. 조선 선각자들 역시 동도서기(東道西器)라 해서 비슷한 주장들을 펼쳤다. 그러나 우리와 달리 일본은 구호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 결과가 지금의 경제강국, 정보강국, 문화강국 일본이다. 그리고 이젠 다시 군사강국의 길로도 들어서고 있다.

 

일본은 2016년까지 배출한 노벨상 수상자는 25명이나 된다. 비서구 국가로는 가장 많은 숫자다. 더 놀라운 것은 25명중 22명이 물리·화학·의학 등 기초과학 분야 수상자라는 점이다(한국은 아직도 한 명도 없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런 배경에는 국가적 투자와 국민적 관심이라는 토양 위에 150여 년 차곡차곡 축적된 시간이 있었다는 점이다.

 

한 국가의 문화와 국운이 융성하는 데는 필연적으로 시간의 축적이 필요하다. 한국 역시 예외일 수 없다. 그럼에도 같은 시기 일본과 우리 역사를 비교해 보면 안타깝고 분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한 집권층의 무능과 자기 이익에만 골몰했던 수구세력의 농간으로 허송세월할 수밖에 없었던 뼈아픈 역사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금은 좀 나아졌을까.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이제 겨우 좀 따라왔나 싶지만 여전히 정치는 무능하고 국민은 조급하다. 갈길은 멀고 쌓아야 할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데도 이렇게 어리석은 지도자와 성미 급한 백성들이라니


그때나 지금이나 주변국은 저렇게 날고 뛰는데 우린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2017.2.24.)



 후쿠자와 유키치가 새겨진 일본 일만엔권 지폐



 2015년까지 자료다. 일본은 2016년에 또 한명이 수상해 모두 25명이 됐다. 



2차대전 당시 일본의 동남아 침략 지도.

만주와 조선은 물론 중국과 필리핀, 베트남, 버마, 인도네시아까지 진출했다. 



일본 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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