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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오가 패스 2박 3일 패키지 여행
08/01/201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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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오가 패스 2박 3일 여행기

 

때론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을 이용해 여행을 떠난다. 운전의 피로와 숙식의 번잡함을 덜 수 있어서다. 동행자와의 마음 편한 대화도 즐겁고 이동 중에 책 1~2권 쯤 너끈히 읽을 수 있는 여유도 패키지 여행의 미덕이다.

 

지난 주 신생 여행사(넥스트 투어)의 2박3일 투어를 골라 휴가를 다녀왔다. 중가주 모하비 사막-비숍-티오가 패스-요세미티-모로베이를 거쳐 LA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다녀온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구석구석 발 디딘 곳은 모두가 눈에 밟힌다. 비숍에 이르기 전 들렀던 만자나(Manzanar)라는 역사유적지도 그 중의 하나다.

 

1942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태평양전쟁이 발발하자 미국은 미국 내 일본인들을 잠재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격리수용이라는 특별관리 대책을 마련한다. 말이 일본인이었지 그들은 이미 미국 시민이 된 미국인들이었다. 그래도 단지 일본계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은 하루 아침에 모든 활동과 생업을 박탈당한 채 수용소로 강제 이송되었다. 그 때 만들어진 수용소가 전국에 10개나 되었고 수용소마다 1만여 명씩 모두 11만 명이나 수용됐다. 만자나도 그 중의 하나였다.

 

뜨거운 사막의 열풍과 살을 에는 시에라 산맥의 칼바람을 속에서 그들은 3년여를 살았다. 일부는 그곳에서 생을 마감하기도 했다. 뒤늦게 정부는 인권과 자유의 나라 미국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이 역사적 수치라며 반성했고 사과도 했다. 50년도 더 지난 레이건 대통령 때였다. 1인당 2만 달러씩 금전적 보상도 했다. 만자나의 기념관에는 그런 역사들이 소상히 복원되어 전시되고 있다.

 

수용소를 둘러보는 심정은 복잡했다. 같은 이민자로서 그들의 고초에 동병상련의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2차 대전의 도발자이자 가해자였던 일본이 절묘하게 피해자로 둔갑한 듯해서다. 안 그래도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에 대한 무시와 발뺌과 적반하장으로 일관하고 있는 그들이다. 이런 사례를 그냥 둘 리가 없었을 거라는 말이다. 실제로 종전 후 일본인들은 만자나 같은 사례를 들어 자신들도 전쟁의 피해자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뻔뻔한 족속이라는 말을 어쩔 수 없이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다.

 

모노레이크 부근에서 120번 길을 따라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들어가는 길도 잊지 못할 것 같다. 미국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히는 티오가 패스라는 길이다. 눈이 녹지 않는 겨울 6개월 정도는 폐쇄되는 산길이라 비교적 덜 알려져 있지만 요세미티의 비경은 다 간직하고 있는 별천지가 바로 이 길이다. 그 길을 놀멍쉬멍 올라 기암괴석에 둘러싸인 산정 호수에 발도 담가보고, 평화로운 고원 대평원을 느긋하게 거닐어도 보았다. 온갖 세월의 풍상을 견뎌낸 바위와 나무 아래서, 수정같이 맑은 산정 호수 곁에서 잠깐이나마 신선의 호사를 누리는 기분이었다.

 

마지막 날 프레즈노 한식당에서 마주친 한국 여행객들과의 대화는 미국서 산다는 것의 의미를 새삼 생각하게 했다. 6박 7일 미국 서부 일주여행을 거의 마쳤다는 70대 노인 한 분의 말이 이랬다.

 “미국 미국 해서 꽤 기대를 했었는데 와 보니 별로야. LA도 가봤지만 한국의 70~80년대 같이 너무 낙후되었어. 그 동안은 미국 사는 친구가 대단해보였는데, 이젠 더 이상 부러워 안 해도 될 것 같어.”

 

그 분의 얘기가 아니어도 요즘 한국서 오는 사람들 대개는 이런 소감을 얘기한다. 그 기저에는 한국인의 섣부른 우월감과 겉핥기식 자만심이 은근슬쩍 깔려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럴 때마다 정체된 미국의 현실을 인정은 하면서도 듣기가 거북해 무슨 말이든 변명아닌 변명을 하곤 했었다. 하지만 이번은 왠지 덤덤했다. 주마간산 겉훑기로 얼마나 미국을 봤다고 그런 말을 하나 싶어서이기도 했지만 이말 저말 대꾸하기가 뭣해서 “그렇죠 뭐” 하며 그냥 웃고 말았다.

 

미국 생활 10여년에 알게 모르게 몸에 밴 미국식 여유와 느긋함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모방과 유행과 경쟁과 조바심이 일상이 된 사람들에겐 그것을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여행은 자유를 향한 연습이다. 속박의 현실로부터, 골치 아픈 관계로부터, 어지러운 생각으로부터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은 욕망의 분출구요 갈망의 표출이다. 그들이 비싼 돈 들여 태평양 건너 미국까지 여행을 감행한 목적도 그런 갈급함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먼저 드넓은 자연을, 이곳 사람들의 심성들을 먼저 보았어야 했다. 그런데도 비교의 잣대로만 여행지를 둘러보고 판단하려다 보니 미국의 그런 후미진 모습만 오롯이 기억에 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여행길에 챙겨간 알랭 드 보통의 소설책에 이런 구절이 보였다. “자유인들은 스스로의 마음에 따르고, 대중의 견해나 군중의 두려움에 휩쓸리지 않으며 유행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하지 않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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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몇 장>

  

1. LA에서 395번 길을 타고 4시간쯤 올라가면 비숍이라는 곳이 있다. 가을 단풍 구경이나 겨울 스키장 방문 길에 한인들도 자주 들르는 곳이다. 비숍에 이르기 직전 론파인이라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알래스카를 제외한 미주 본토에서 가장 높다는 해발 12000피트의 휘트니산 등산은 보통 이곳에서 시작한다. 한적한 시골 도시 론파인이 붐비는 이유다.

론파인 가까이 앨라배마 힐이라는 곳이 있다. 황량한 사막과 기묘한 암석들이 어우러져 달이나 화성 어디쯤인 듯한 풍경을 빚어내는 곳이다. 위로는 만년설이 덮인 휘트니산, 아래로는 반지구적인 암석에 황톳빛 사막, 그리고 얼마간의 초록으로 단장한 얕은 골짜기. 이런 것이 영화의 배경으로 딱이라고 생각해서였던지 1920년대부터 할리우드 영화인들이 찾아와 영화를 찍었고 지금도 많은 영화들이 촬영되고 있다. 사진은 앨라배마 힐의 한 풍경이다.



2. 비숍에 이르기 전에 또 하나 인상적인 곳이 있다. 소읍 인디펜던스 조금 못 미쳐 있는 만자나(Manzanar)라는 사적지다. 만자나는 사과라는 뜻이다. 미안하다는 뜻의 사과가 아니라 먹는 사과를 말한다. 하지만 미국이 일본 수용소에 대해 역사적 과오를 사과하고 난 뒤에는 정말로 사과라는 뜻도 생겼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사진은 복원해 놓은 만자나 수용소의 한 막사 내부 모습이다.  아래 사진은 수용소에 붙어 있는 포스터.

 

 



 

3. 비숍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준 레이크, 실버 레이크 같은 그림 같은 산속 호수들이 기다리고 있다. 초가을 샛노란 단풍이 황홀경을 자아낸다지만 지금 찾아도 충분히 몽롱해지는 곳이다. 여기서 10분 쯤 더 가면 짠물 호수인 모노레이크도 있다. 울퉁불퉁 솟은 소금기둥은 기대만큼 장엄하진 않지만 갯가에 온듯한 비릿한 냄새와 지천의 파리떼, 끼룩끼룩 갈매기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진은 모노레이크의 아침 풍경이다.



4. 모노레이크 인근에서 옐로스톤 국립공원으로 들어가는 고갯길이 120번 도로다. 미국에서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히는 티오가 패스(Tioga Pass)라 불리는 길이다. 워낙 험한 산길이라 눈이 쌓이는 10월말부터 이듬해 봄까지는 폐쇄가 된다. 길은 초입부터 환상적이다. 눈 돌리면 비경이요 고개만 들어도 절경이다. 해발 1만피트 이상의 기암 고봉 사이 사이로 수정같은 호수들이 즐비늘비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7월의 낮달이 둥실 떠 있다. 아, 좋다. 물이 있고 돌이 있고 소나무가 있는데 달까지. 대나무만 있었으면 수석송죽월, 딱 윤선도의 오우가다. 티오가 패스 꼭대기에 있는 테냐야 호수(Tenaya Lake)에 발 담그고 한 컷 찍었다. 아래 사진도 같은 곳.

 

 

 

 

 티오개 패스길에서 걸어본 평원. 새 생명이 곳곳에 싹을 틔우고 있다. 이 평원 옆으로 등산로 존 뮤어 트레일이 지나간다.

 



 

5. LA서 101번 길을 따라 3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모로베이 (Morro bay)다. 여행 마지막날 들렀던 곳이다. 인근에 허스트 캐슬, 샌루이스 오비스포, 아빌라비치 등 들러볼만한 곳이 꽤 있어 1박 2일 정도로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코스다. 약간 지저분한 모래사장과 갯가의 비린내와 낡은 간판들 때문일까 옛날 한국서 느꼈던 어촌 마을 분위기를 느꼈다. 바다 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돌산 모로베이의 아침을 배경으로 한 컷. 모델은 동행한 아들.



6. LA로 돌아오는 길에 마지막으로 들렀던 샌타바버러 해안가. 미 서부 패키지 여행 때는 반드시 거쳐 가는 곳이다. 바닷가 차 대기 좋은 곳에 공중화장실이 있어 편리하다는 이유도 있는 듯. 팜트리 기둥에 밧줄을 걸어놓고 외줄타기를 즐기고 있는 젊은이들이 이채로워 한 컷 찍어봤다. 가르치는 사람의 눈빛에서 우리네 남사당패 줄타기 고수같은 내공이 뿜어나온다.
 
 
 
샌타바버러에서 만난 엽기 자동차. 온갖 인형, 스티커를 붙인 차다.왼쪽이 차 주인이고 사진 찍는데 도네이션 1불.


7. 이번 여행은 10학년 올라가는 아들과 둘이서만 다녀왔다. 버스에 함께 앉았지만 나는 경치보고 책보고 가이드 설명 듣고, 아들은 태블릿 만지고, 컴퓨터로 영화보고, 자고... 그러다보니 생각만큼 많은 얘기는 나누지 못했다. 그래도 2박3일을 붙어 지내다보니 알게 모르게 더 정이 들었다. 이렇게 함께 어깨동무해서 사진도 여러장 찍고. 티오가패스 어딘가에서 차를 세우고 잠시 쉬면서 찍은 사진이다. 아래 새 부리처럼 삐죽 솟은 곳이 요세미티의 아이콘이라는 해프돔이다.



 


요세미티 지도. 빨간선이 티오가 패스 길이다.
결론. 패키지 여행비낸 내가 갈 때는 1인당 229불이었고 팁은 하루 10불.
가이드 성실했고 아는 것 많고 사명감 있고...(이름이 정호영씨였던 것 같다.)
새 여행사의 열심이 보여서 좋았고 신개발 코스도 훌륭했고...
패키지 여행이면서도 여유롭고 자유시간 많고...
그래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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