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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고통스러운 매운맛을 즐길까
12/16/2019 06:00
조회  1389   |  추천   10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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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2000년 전부터 고추를 먹어왔다. 지난 20여 년 사이 고추 소비량은 유독 급증했고 농부들은 '매운맛 경쟁'에 돌입했다.


매운 고추를 먹으며 괴로워하는 남성. 출처Getty Images


지난해 미국의 한 병원 응급실에 한 30대 남성이 찾아왔다. 그는 '머리에서 천둥이 치는 것 같은' 두통과 목 통증, 헛구역질을 호소했다. 의사들은 원인을 찾으려 분주했다. CT 촬영과 소변 검사, 혈액 검사 등을 거쳐 의료진이 내린 결론은 급성 독극물 중독도, 의문의 질병도 아니었다. 끔찍한 고통의 원인은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 한 개'였다.


이 남성은 한 대회에서 일반 할라피뇨 고추보다 275배 매운 '캐롤라이나 리퍼' 고추를 먹었다가 상태가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를 고통에 빠지게 한 뇌동맥 수축 증상은 다행히 호전이 가능한 증세였다. 그는 곧 완벽히 회복했다.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 지방에서 자라는 이 리퍼 고추는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로 꼽힌다

출처PuckerButt Pepper Company


매일 수백만 명, 혹은 수십억 명이 혓바닥 고통 속에서 절망적으로 물을 향해 손짓하며 매운 음식을 먹고 있을 것이다. 도대체 인류는 왜 이러는 것일까? 인류에게 고추와의 사투는 일종의 '사랑 싸움' 같은 것이다.


수천 년에 걸쳐 이어져 온 이 애정행각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전세계 풋고추 소비량은 2007년 270만 톤에서 지난해 370만 톤으로 늘어났다.


진화적 특징


매운 고추 순위표 출처BBC


시장분석 기업 인덱스박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인들은 지난해 1인당 평균 5킬로그램의 고추를 먹었다. 일반 홍고추 1개가 20그램 정도임을 감안하면 한 사람당 250개를 먹어치운 셈이다. 일부 나라는 다른 국가에 비해 불타는 듯한 고추의 맛을 더 갈망한다.


터키인들은 하루 평균 85.5그램을 소비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치다. 매운 음식으로 잘 알려진 멕시코인이 50.95그램으로 그 뒤를 잇는다. 우리는 왜 매운 음식을 이토록 좋아하는 걸까? 그 배경엔 스릴을 추구하는 심리학적 특징 및 진화적 특성과 관련된 복잡한 이야기가 있다.


지난해 인류는 고추 370만 톤을 소비했다 출처Getty Images


자연의 비밀


고추는 진화 과정에서 캡사이신을 내장하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이론에도 불구하고 '매운맛'을 내는 원인물질에 대해선 여전히 의견이 다양하다. 과학자들은 이런 식물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매워졌다고 보고 있다.


포유류나 곤충들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 매운 맛으로 무장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새들은 고추의 매운맛에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고추를 먹는 앵무새 출처Getty Images


미국 애리조나 대학교 연구진은 이같은 사실이 고추 농장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포유류의 소화 체계는 씨앗을 분해해 발아를 막는다. 그러나 조류의 경우엔 이야기가 다르다.


새들이 고추를 삼키면, 씨앗은 아무런 손상을 입지 않고 변으로 배출돼 다시 뿌리를 내리게 된다. 어쨌든 고추가 포유류에게 먹히지 않으려 매운 맛을 내장하게 됐다면, 인간에겐 왜 이 전략이 통하지 않았을까?


고추 먹기 대회 참가자들 출처Getty Images


우리가 주로 '쓴맛'으로 독성물질을 구별해 낸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인류의 고추 사랑은 놀라운 일이다. 인간이 고추를 즐겨 먹는 유일한 포유류로 남게 된 까닭은 뭘까? 우리 조상들의 행동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매운맛 경고


한 가지 이유로는 인간의 항진균성 및 항균성 성질이 꼽힌다. 어느 시점에서 인류가 '음식이 매우면 상했을 가능성이 적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매운맛으로 인한 열을 '해당 음식은 상하지 않았다'는 신호로 여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가설은 1998년 미국 코넬대학교 생물학자 제니퍼 빌링과 폴 셔먼이 제기했다. 이들은 36개국의 고기 요리법을 분석해 더운 지방일수록 향신료를 많이 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타코 요리 출처Getty Images


연구진은 "더운 나라에선 거의 모든 음식에 한 가지 이상의 향신료가 들어가지만 추운 나라에선 향신료를 거의 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태국, 필리핀, 인도, 말레이시아 등이 향신료 최다 사용국으로 꼽혔다.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는 그 반대였다.


셔먼은 "요리법은 인류과 기생충 간 공동 진화의 역사 같은 것으로, 미생물들은 음식을 쟁취하기 위해 우리와 경쟁해 왔다"며 "우리가 음식을 말리고, 조리하고, 훈연하고, 양념하는 모든 행위가 결국엔 미생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려는 행위였다"고 분석했다.


심심한 음식을 위한 '비장의 무기'


식품인류학자 카오리 오코너는 다른 이론을 내놓는다.


터키는 세계 최대 고추 생산국 중 하나로 소비량도 가장 높다 출처Getty Images


오코너는 사탕수수나 감자, 고추 같은 작물이 과거 유럽엔 전파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유럽 탐험가들이 미 대륙에 다다른 이후에야 무역길이 열렸고, 이런 작물들이 세계에 퍼지기 시작했다.


그는 "고추는 유럽 탐험가들에 의해 퍼져나갔다"며 "당시 유럽 음식이 얼마나 심심했을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고, 고추는 설탕과 함께 풍미를 확 살려주는 역할을 하게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추를 이용한 요리법들이 이후 인도, 중국, 태국으로 퍼져나갔다는 것이다.


스릴과 배앓이


그럴 듯한 이론은 이뿐만이 아니다. 인류의 '매운맛 사랑'이 '억지 위험' 성향의 일종이라는 주장도 있다.


초록색 고추 출처Getty Images


롤러코스터나 스카이다이빙을 즐기는 것처럼 고추 섭취를 통해 박진감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고통스러운 실험 


이같은 이론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심리학과 폴 로진 교수가 구축했다. 로진 교수는 인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포유류가 고추를 먹지 않는다는 사실에 착안해 연구해 왔다. 그는 피실험자들에게 견디지 못할 때까지 점점 더 매운 고추를 먹도록 했다. 이후 면담에서 피실험자들은 '어느 단계를 가장 선호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견딜 수 있었던 가장 매운 단계의 고추'를 골랐다.


로진 교수는 "인류는 선천적으로 부정적인 경험을 즐기는 유일한 포유류"라며 "우리 몸이 괴로워할지라도 우리의 정신은 위험 상황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한다"고 설명했다. 매운맛을 찾는 것과 공포영화를 보는 행위를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고추를 먹는 여성 출처Getty Images


성격 특성과 성별


일부 사람들이 다른 이들보다 유독 매운맛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한 연구도 있다. 식품 과학자 나디아 번즈는 매운 음식 소비에 성별간 차이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번즈는 남성의 경우 더 매운 고추를 선택함으로서 다른 이들에게 줄 수 있는 인상과 같은 외적 요소를 더 신경쓴다고 봤다.


반면 여성은 매운맛 감각 그 자체에 더 집중한다는 것이다. 번즈는 "일례로 멕시코에선 고추를 먹는 게 힘과 남성성 등과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우리가 어떤 이유로 고추를 찾든 매운 음식은 인류와 오래도록 함께할 거란 사실이다.


출처: https://1boon.daum.net/bbcnews/20191210170021290

음식, 유럽, 미국, 고추, 포유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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