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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운 것은 우리 자신뿐이다
07/20/20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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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독립선언 100주년 만세소리가 아직 쟁쟁한데 다시 일본이다. 이제는 경제전쟁이다. 정부는 일본의 기습을 예상하지 못했던 듯하다. 그렇다면 미국도 이런 사실을 몰랐을까. 일본이 반도체 등 제조에 필요한 핵심부품을 한국에 팔지 않겠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대뜸 지난 5월에 열린 미·일 정상회담이 떠올랐다. 당시 트럼프와 아베의 포옹은 진했다. 레이와(令和)시대를 선언하며 첫 국빈으로 트럼프를 맞아 볼을 비볐다. 아베는 골프를 치며, 스모를 관람하며, 선술집에서 잔을 부딪히며 이런 얘기를 했을지도 모른다.


“요즘 한국은 박근혜 정부와 맺은 위안부 문제 합의마저 이행하지 않습니다. ‘불가역적’이란 문구를 집어넣었는데도 그렇습니다. 유엔과 오바마 대통령도 환영했던 합의입니다. 우리 인내에도 한계가 왔습니다.”


구로다 가쓰히로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은 최근 한국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경제보복이 외교적인 문제임을 분명히 했다. 또 1965년 일본이 제공한 3억달러가 얼마나 소중하고 귀중했는지 알아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젊은 세대, 한국 국민들이 과거를 모른다고 했다. 우리가 주먹을 쥐고 외치는 ‘과거’를 구로다 또한 태연히 입에 올리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과거란 지금 한국의 번영이 일본 없이 이뤄졌겠느냐는 빈정거림이다.


역사학자 브루스 커밍스는 지난 세기 일본을 “태양을 향해 날고 있는 이카루스”라고 했다. 일본은 섬나라를 벗어나 대륙을 날고 싶었지만 태양은 날개를 녹여버렸다. 그리스 신화에서 이카루스는 밀랍으로 날개를 붙여 크레타섬을 벗어나려 했지만 태양에 너무 가깝게 갔다가 밀랍이 녹는 바람에 추락하고 만다. 이카루스의 날개는 일본의 야망인 동시에 한계였다. 그 절망의 잔해가 고스란히 떨어진 곳이 한반도였다. 일제가 강점했던 한국은 지옥이었다. 그 후 일본은 한국을 예(禮)로 대한 적이 없다.


아베는 전쟁에 대한 반성만 할 뿐 한국에 대한 반성은 하지 않는다. 강대국에는 몇 번씩 사죄해도 식민지 지배에는 사죄할 생각이 없다. 일본의 대표적 전범기업인 미쓰비시도 강제노역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한국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있다. 다른 강대국에는 직접 찾아가 사과했지만 한국만은 외면하고 있다. 일본은 이렇듯 한줄기로 엮여있다.


일본은 군국주의와 결별했음에도 전전(戰前)의 문서들을 공개하지 않는다. 특히 1935년에서 1945년 사이의 기록들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문서가 공개되었을 때의 파장이 두렵기 때문이다. 일본의 대다수 역사가들은 제국주의 역사를 정직하게 평가하는 작업을 회피하고 있다. 제국주의 잔영이 아직 어른거리고 있음이다. 그렇다면 사실상 경제전쟁에 돌입한 문재인 정부는 이 난국을 어찌 극복할 수 있을까. 아마 미국은 우리 편 손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묘책은 없다. 그럴수록 정도(正道)로 대응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일본의 기습에 대비하지 못한 것은 질책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경제 문제로 과거사에 굴복할 수는 없다.


위안부, 징용 문제는 다른 모든 과거사와 연계되어 있다. 절세의 독립운동가들, 만세를 부르다 죽어간 양민들, 간도에서 학살당한 동포들, 타국에서 죽어간 이주민들…, 그들의 피눈물을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다. 우리 모두는 그들이 있어 대신 살아남은 자들이다. 당장 나라 형편이 어려워지더라도 그들을 우리 정의와 양심의 울타리에서 내칠 수 없다. 또 적당한 타협은 문재인 정부를 출범시킨 촛불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겐 일본에 없는 것들이 있다. 바로 독재와 타락한 정권을 물리친 민중의 혁명이다. 그래서 일본보다 앞선 민주주의가 있다. 일본은 전승국 맥아더가 시켜서 민주주의를 도입했지만 우리는 국민들이 쟁취했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니까 경제전쟁 같은 아베의 폭주를 시민의 힘으로 막아내지 못한 것이다. 역사에 지름길은 있어도 생략은 없다고 한다. 어차피 일본이 한국을 계속 부정한다면 맞붙어 결론을 내야 한다.


엄중한 시국이다. 함부로 말하지 말자. 대안이 있다면 떳떳이 말하고, 대안이 없으면 적어도 침묵하라. 문재인 정부가 미워도 일본을 받들 수는 없지 않은가. 문재인 대통령도 아직은 국민의 이름을 불러서는 안된다. 사생결단의 각오로 싸우다가 마지막에 부를 이름이 국민이다. 우리 국민들은 참을 때와 진격할 때를 안다. 


일본이 닌자의 칼을 숨기고 슈퍼마리오를 내세워(아베는 올림픽기를 인수하며 슈퍼마리오로 변신했음) 도쿄 올림픽에서 비상을 꿈꿀 것이다. 그러나 바다 건너의 인권과 정의를 바라보지 않으면 아베의 날개는 태양에 녹아내릴 것이다.  두려울 것 없다. 두려운 것은 우리 자신뿐이다.



김택근 시인·작가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990100

길에서 길을 묻다,섬나라,아베,위안부,징용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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