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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장군’ 박찬주와 채명신
11/20/20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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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서울현충원의 장군 묘역 대신 병사 묘역을 선택한 ‘유일한 장군’이 있다. “전우들과 함께 묻히는 게 소원”이라는 그를 위해 정부는 기꺼이 규정을 바꿨다. 갓 임관한 소위부터 위세를 뽐내며 귀족처럼 행세하던 시절 장교 숙소 대신 사병 내무반에서 기거하며 함께 식사하고 화장실 청소도 마다하지 않았다. 바로 채명신 장군(2013년 작고)이다. 5·16 쿠데타 동참, 유신반대, 강제전역 등 굴곡 많은 군생활이었지만 골육지정, 솔선수범의 리더십으로 명장 반열에 오르기 충분하다.


다른 장군은 공관에 미니 골프장을 만들어 즐기면서 공관병들에게 공을 줍게 했다. 사령관 공관의 감은 “공관병이 따야 한다”는 철학을 어김없이 실천했다. 곶감을 만드는 것도 공관병이 할 일이었다. 자신의 빨래 역시 공관병에게 맡겼다. 그의 부인은 ‘사령관 계급=사모 계급’이라는 군대 속설을 충실히 이행하다가 갑질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바로 ‘자유한국당 인재 영입 1호’ 박찬주 전 육군대장이다. 공사 구분을 못하고 사병을 머슴처럼 부려먹은 장군답지 않은 장군이다.


‘장군 갑질’은 유서가 깊다. 별판 단 헬리콥터를 타고 가다 아래서 행군하던 보병이 경례 안 한다고 곧바로 착륙해 ‘쪼인트’를 깐 장군이 있는가 하면, 6·25 때 운전병이 차 시동을 꺼뜨렸다고 즉결처분했다는 ‘살인장군’ 전설도 구전된다. 병사들 사이에서는 온갖 악행과 기행을 일삼은 별들을 증오와 경멸을 담아 축약해 표현한 경구가 돈다. 바로 ‘우리 주적은 ×별’이다.


군에서는 카리스마와 영감적 동기 부여를 제시하는 ‘변혁적 리더십’,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면 인정하고 보상하는 ‘거래적 리더십’을 많이 활용한다. 최근에는 인간 존중과 섬김, 솔선수범을 위주로 하는 ‘서번트 리더십’이 대세다. 채 장군은 서번트 리더십과 변혁적 리더십을 겸비했다.


박 전 대장은 어떤가. 공관 갑질 외에 그의 부대 운영 리더십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난 4일 기자회견 발언을 보면 그가 어떤 리더인지 짐작하게 한다. “군대에 평화와 인권을 주입하다보니 2년 전 세계 최강의 군대가 민병대로 전락했다”, “군대 리더십의 요체는 불합리한 것을 합리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소대 일과가 끝나면 사병들은 들어가고 소대장이 남아 뒷정리를 한다”. 일본군의 강압적 리더십과 권위주의의 냄새가 진동한다. ‘삼청교육대=극기훈련’ 발언에서는 심각한 인권 불감증도 드러난다.


탈권위주의적이고 합리적이며 인권친화적 군생활을 추구하는 신세대 장병과는 크기가 다른 볼트와 너트 같다. 둘 중 하나를 갈지 않으면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 신세대 장병의 군유입은 막을 수 없으니 누가 변해야 할지는 명약관화하다.


채 장군은 군생활 동안 20여 차례 전투에서 연승한 불멸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전투의 승리는 지휘관의 책임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병사들에 의해 완성된다. 하지만 병사들에게 전투 승리의 동기를 부여하는 것 역시 지휘관의 몫이다. 채 장군은 뛰어난 지략과 섬김의 리더십으로 이를 훌륭하게 완수했다. 박 전 대장은 과연 병사들에게 임전무퇴의 동기를 제공할 수 있을까. 최소한 갑질을 당한 공관병만큼은 그 같은 동기 부여가 대단히 약할 터이다.


사람들은 갑질을 당하면 굴욕과 자존감의 손상을 경험한다. 이를 보상받기 위해 자신보다 취약한 또 다른 ‘을’에게 갑질을 하는 일도 잦다. ‘갑질의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구성원 간의 신뢰는 잠식된다. 이는 군대라고 다르지 않다. 장군의 갑질은 병사들의 자존감을 손상시키고 군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킨다. 지휘관을 불신하고 전투의욕을 상실한 병사들이 전쟁에서 제대로 싸울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갑질이야말로 최대 안보 위협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군대에 평화와 인권을 주입하는 것’은 오히려 안보 강화 요인이 된다. 군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장은 군인권센터가 자신을 모욕하고 인권을 유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작 자신과 부인의 인권 유린 행위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못한다. 부인의 가혹행위 혐의에 대해 “부모의 심정으로 나무랐을 뿐”이라는 해명이 그런 인식을 잘 보여준다. 박 전 대장은 모르는 것 같다. 군인은 군인이기에 앞서 제복을 입은 시민이라는 것을. 군인도 시민으로서 보편적인 인권을 누릴 권리를 지니고 있다.


박 전 대장은 결국 옷을 벗었다. 그러나 군에는 여전히 ‘박찬주의 후예’들이 남아 있을 수 있다. 그를 강압적 리더로 길러내고, 4성장군으로 승진시킨 엇나간 군문화도 온존한다. 박 전 대장의 정치 입문 좌절과 전역으로 ‘갑질 장군’ 사태는 마감됐다. 하지만 ‘장군 갑질’은 아직 끝나지 않았는지 모른다.


경향신문   조호연 논설주간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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