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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위구르 자치구 "도시 전체가 강제수용소"... 미.중 싸움 '불쏘시개' 되나
12/08/2019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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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돋보기] "도시 전체가 수용소"..위구르, 

미중 싸움 '불쏘시개' 되나

송영석 입력 2019.12.07. 12:13


전 세계 인권기구와 언론이 꾸준히 제기해온 의혹에 모르쇠로 일관하던 중국 정부가 화들짝 놀랄 일이 터졌다. 중국 정부가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비밀 강제 수용소의 운영 지침이 담긴 중국 공산당의 기밀문서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에 의해 폭로된 것이다.

영국 가디언과 BBC, 독일 쥐트도이체자이퉁 등 전 세계 17개 유력 언론사가 해당 문서를 공유해 분석한 내용을 기사로 쏟아내고 있다. 가디언은 위구르 수용소에 대해 "2차 세계대전 이후 소수민족의 민족적·종교적 정체성을 말살시키는 가장 거대한 시설"이라고 비판했다.

홍콩과 타이완 문제로 중국을 때려온 미국은 이를 계기 삼아 위구르 문제까지 수면 위로 띄워 중국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과 '종교 자유'라는 무기를 무역전쟁으로 힘이 빠진 중국을 향해 마구 휘두르는 모양새다.

미국은 중국과의 대결을 '선과 악', '문명 대결' 구도로 몰아가면서 패권 경쟁의 당위성을 설파하고 있다. 이에 중국 당국의 메시지도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어떤 일이 자행되든 엄연히 중국 영토 안에서 벌어지는 일인만큼, 위구르 사태는 중국으로 하여금 체제에 대한 위기감을 한층 증폭시킬만한 사안이다. 미-중 대결은 과연 어디까지 갈 것인가.

기밀 문건으로 드러난 '강제 수용소' 실체…'집단구금·강제교화' 사실로

미국 의회의 홍콩 인권법 처리에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연일 거친 논평을 발표하는 와중에 서방 세계가 중국에 또 하나의 강력한 펀치를 날렸다. 주체는 언론이었다. 가장 먼저 단독 보도를 한 뉴욕타임스(지난달 16일)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 2017년 들어선 '직업훈련소'가 소수민족을 탄압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강제 구금시설이라는 증거가 담긴 400쪽짜리 중국 정부 내부 문건을 입수해 보도했다.

이어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지난달 24일 뉴욕타임스 보도를 뒷받침하는 상세 자료를 공개했다. 중국 정부가 신장 위구르에서 운영하는 비밀 강제 수용소의 운영 지침이 담긴 중국 공산당의 기밀문서를 입수한 것이다. ICIJ는 이 문서를 전 세계 17개 파트너 언론사와 공유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중국 공산당 기밀문서(ICIJ 홈페이지 화면)


문건 내용은 충격적이다. 중국이 수용소에 가둔 수십만 명의 이슬람교도들을 어떻게 조직적으로 관리하고 있는지 드러났다. 2017년 작성돼 공산당의 2급 기밀로 분류된 문서에는 중국 정부가 소수민족을 어떻게 통제하고 사상교육을 하는 지 등에 대한 지침 등 세부 사항이 담겼다. 대규모 수용소에 갇힌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은 강제로 이념과 사상을 주입받는다.

중국 표준어와 태도 훈련도 받는다. 이를 통해 추구하는 바는 사상 전향이다. 이런 목표를 위한 중국의 방식은 집요함 그 자체다. 문건에 나온 수용소 내부 지침은 수용자들이 쓰는 침실이나 복도, 교실 등에 감옥 수준의 잠금장치를 설치하도록 했다. 탈출 방지를 위해 수용소 안팎에는 보안요원과 공안들이 배치된다. 수용소 내 모든 곳은 사각지대가 없도록 설치된 CCTV를 통해 24시간 감시된다고 한다.

국제인권단체들은 위성사진을 통해 신장 위구르 수용소의 존재를 알려왔다 (CNN 보도 화면)


수용소 입소 뒤 1년이 지나면 높은 점수를 받은 수용자에 한해 퇴소가 가능하다. 생활 점수에 따라 퇴소 시점은 물론, 면회 기회마저 차등으로 주어지고 규율을 어길 경우 구타와 고문을 당하기도 한다. 문건 내용을 보도한 매체들은 "소수민족의 종교와 문화는 물론 언어까지 말살하기 위한 수용 시설"이라고 일제히 비판했다. 문건에 따르면 중국 공안은 수용소 뿐 아니라 신장 위구르 자치구 전체를 '거대 수용소'처럼 감시했다. 안면인식 카메라 등 첨단기술을 동원해 모든 주민을 감시했고 요주의 인물들을 잡아내는 데 활용하고 있다.

'위구르 이슈'로 중국 때린 미국…공화·민주, '중국 견제'는 손발 척척

신장 자치구는 모두 1,100만 명의 위구르족 이슬람교도가 거주하는 곳으로, 2017년부터 중국 정부가 위구르인을 마구 잡아들여 최대 100만 명을 강제 수용소에 가두고 있다는 언론과 국제기구의 고발이 잇따랐다. 그때마다 중국 정부는 '수용소 존재' 자체를 부정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내부 기밀 문건이 적나라하게 공개된 데다 ICIJ와 공동으로 취재를 진행해온 세계 언론사들이 공동 성명을 내 중국 정부에 민족탄압 정책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기까지 했다. 중국 정부는 "가짜 뉴스"라는 반발 외에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위구르족을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수용소


무엇보다 미국과의 대립이 극심한 때 터진 것이 중국으로선 아픈 부분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ICIJ의 보도가 나오고 이틀 뒤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 정부가) 위구르족을 포함해 신장의 이슬람교도를 무자비하게 감금하고, 조직적으로 억압했다"며 "임의로 구금된 사람들을 즉각 풀어주고, 신장 주민에 대한 테러를 자행했던 가혹한 정책도 끝내야 한다"고 중국에 촉구했다. 미국 국무부는 신장 자치구에 구금된 인원을 최대 200만 명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은 미국 의회에서 이뤄지고 있다. 미국 하원은 현지시각 3일, 이른바 '위구르법 2019(이하 위구르법)'을 거의 만장일치(찬성 407표, 반대 1표)로 가결했다. 법안에는 이슬람 소수민족 위구르 탄압에 관여한 중국 인사들에게 비자 제한과 자산 동결 제재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제재 대상자로 신장 위구르 자치주 당서기인 천취안궈의 이름이 명시되기도 했다. 천취안궈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인 정치국원 가운데 한 명으로 '시진핑의 오른팔'로 불리는 인물이다.

수용소에 감금된 가족을 찾아달라며 사진을 들고 있는 위구르인들 (CNN 보도 화면)


법안은 또 미국 대통령에게 신장 위구르의 수용소 폐쇄를 촉구하도록 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기관으로 하여금 위구르 탄압에 가담한 해외 인사와 조달·용역 계약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중국의 위구르 정책을 "세계의 총체적 양심에 대한 폭거"라고 비난했다. 위구르 법은 홍콩 인권법과 내용도 비슷하지만, 국내 정치에서 극심하게 대립하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중국 견제에 대해서 만큼은 '의견일치(consensus)'를 보고 있다는 평가를 가능케 한 움직임이다. 위구르 법은 조만간 미국 상원에서도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티베트도 꿈틀? … 달라이 라마 후계자 둘러싼 갈등 악화

미국 하원은 2002년 제정된 '티베트 정책법'을 개정해 티베트의 종교적 자유와 인권 확대를 지지하는 내용의 '티베트 정책 지지 법안'도 발의해둔 상태다. 이 법안은 티베트 망명정부를 이끄는 달라이 라마를 부정하고 중국 정부 주도의 후계자를 세우려는 중국 관료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미국 방문을 금지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대중 강경파인 마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도 티베트 관련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윤회와 환생을 믿는 티베트 불교는 종교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사망하면 그가 환생한 소년을 찾아 후계자로 삼는 전통을 갖고 있다. 후계자 선정은 전임 달라이 라마가 자신이 입적하기 전 환생할 장소를 미리 알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를 통해 다음 달라이 라마가 될 아이를 찾는다. 그런데 최근 중국 정부가 자신들에게 달라이 라마의 후계자를 지명하고 승인할 권한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티베트인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티베트를 방문한 테리 브랜스태드 주중 미국 대사(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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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망명 정부와 의회가 소집한 특별총회는 지난 10월 말, 달라이 라마 후계자 선정 방식을 관습대로 유지하되 중국의 개입을 거부한다는 선언문을 채택했다. 이런 가운데 달라이 라마는 '라마 환생 제도가 끝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한 공개 석상에서 "인도에는 환생 제도가 없다. 부처님이나 용수 보살이 환생한 적이 없다"며 "라마 제도가 없던 인도의 불교 제도로 돌아갈 때가 됐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중국의 간섭을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테리 브랜스태드 주중 미국 대사가 티베트를 방문해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미국 대사가 티베트를 방문한 건 2015년 이후 4년만으로, 브랜스태드 대사는 티베트 불교 자유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중국 정부에 달라이 라마와의 대화를 촉구했다.

"'인권'·'종교 자유' 지키기 위한 싸움" … 무역협상 '흔들'

지난달 구의원 선거가 친중파의 몰락으로 끝난 뒤 홍콩 시위는 소강 사태를 맞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내년 홍콩의 국회 격인 입법회 선거를 앞둔 만큼 홍콩 도심을 엄청난 시위 인파가 메운 에너지는 언제든 다시 표출될 수 있다. 여기에 범민주 진영의 구의원 선거 압승은 시위대에게 새로운 동력원이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미·중 대결과 맞물려 진행되고 있는 점도 홍콩 사태의 가변성을 증대시키고 예측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미국은 홍콩 뿐 아니라 타이완과 신장 위구르, 티베트 이슈까지 꺼내며 중국을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동시에 이런 중국에 대한 공격이 '인권'과 '종교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전 인류적 싸움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해 허드슨 연구소 연설에서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왜 벌이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설파했다. 그는 당시 '중국이 경제적으로 부강해지면 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할 것으로 믿었지만, 그 믿음이 깨졌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인권'과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펜스 부통령의 허드슨 연구소 연설은 대중국 정책에 집중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세계 전략을 설명한 '정석'으로 평가받는다. 펜스 부통령이 올해 10월 우드로윌슨센터에서 한 대중국 정책 연설은 '허드슨 연구소 연설 버전 2'라고 할 수 있다. 펜스 부통령은 이 자리에서 "중국 내 수백만 종교적·민족적 소수자들이 그들의 종교와 문화적 정체성을 뿌리 뽑으려는 공산당과 맞서 힘겹게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대표적인 예로 신장 위구르인에 대한 탄압을 거론했다.

무역전쟁과 동시에 '인권'과 '종교의 자유'라는 가치를 무기로 중국의 약한 고리들을 때리는 것이 미국의 전략이다. 펜스 부통령의 우드로윌슨센터 연설에는 그 전략이 잘 녹아있다. 문제는 미국이 그 고리를 하나씩 추가해 때릴 때마다 양국 간 무역 협상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 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전문가 크리스 존슨은 미국 하원의 위구르 법 처리에 대해 "중국이 우려하는 요소가 하나 더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미·중 갈등에 불쏘시개와 연료를 추가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CNN은 "여러 전선에서 미국과 중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거칠어지는 중국의 메시지 … '한반도 정세' 격랑 속으로?

"협상을 애타게 바라는 쪽은 중국이다", "합의를 할지 말지 결정은 내가 한다" 중국과의 무역 협상 진행 상황을 설명할 때면 트럼프 대통령이 어김없이 해온 말이다. '올바른 거래가 아니면 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미국이 견지해온 입장이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위구르 법 통과로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도 무역 협상에 대해 낙관론을 펴면서 "시한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미국이 홍콩 인권법 처리로 홍콩 사태에 공식적으로 개입하자 인민일보는 "미국의 인권과 민주주의가 허위"라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시진핑 주석은 직접 쓴 기고문을 통해 "당이 개척한 길을 계속 가야 한다"며 체제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중국이 미국의 위협을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달 4일 상하이에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만나고 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일국양제를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구르 법이 미국 하원을 통과하자 중국 외교부는 "미국과의 무역 협상 타결을 위해 어떠한 기한도 정해두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무역 협상과 연계할 수도 있다는 말로 풀이된다. 그간 미국이 다른 이슈로 아무리 흔들어도 무역협상에 영향을 받을까 조심하던 것과는 달라진 기류다. 홍콩과 달리 신장 위구르는 중국 입장에서는 '일국일제'마저 흔들릴 수 있는 사안이다.

지난 여름, 홍콩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시진핑 주석은 급히 평양으로 날아갔다. '하나의 중국' 원칙까지 흔드는 미국의 공세가 반년 가까이 더 진행된 지금 중국은 왕이 외교부장을 한국으로 보내 사드 문제 등을 거론하며 노골적으로 미국과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북한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 미국에 대한 중대 도발 행위인 대륙 간 탄도 미사일 발사 준비를 하는 듯한 상황을 노출하고 있고, 미국과 북한 사이에 또다시 무서운 말 폭탄이 오가고 있다. 미·중 대결이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한반도 정세도 격랑 속으로 빠져드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송영석 기자 (sy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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