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exoidov
몽골 특파원(alexoidov)
기타 블로거

Blog Open 05.12.2015

전체     235600
오늘방문     80
오늘댓글     0
오늘 스크랩     0
친구     0 명
  최근 댓글
  친구 새글
등록된 친구가 없습니다.
  달력
 
[몽골 체류 글 모음] 몽골 엄동설한에 얼어죽은 코로나 바이러스!
02/02/2020 23:32
조회  805   |  추천   9   |  스크랩   0
IP 103.xx.xx.181


지난 12월 중국 우한에 출현한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폐렴의 발병으로 인해 지구촌이 어수선한 가운데 예정대로 2월 1일 토요일 오후에 몽골 복귀를 완료했다. 몽골 각급 학교가 휴교에 들어간 상태여서 한 달 정도 더 서울 체류가 가능했으나 허무한 미련을 떨치고 몽골 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왜냐. 몽골 현지에 늦게 복귀하면 복귀할수록 그만큼 현지 적응력이 떨어지니까!


당일 아침, 인천국제공항으로 가기 전에, 번거롭게 서울집에서 아침밥을 먹는 걸 과감히 포기했다. 그 대신에, 우리나라 아무개 전임 대통령이 단골로 다녔다는 설렁탕 전문 식당에 가서 설렁탕 한 그릇을 시켜서 맛있게 먹었다. 겉절이 김치하고 깎두기 무를 일부러 아자작 아자작 소리가 날 정도로 씹어먹었고, 또한, 설렁탕에 깍두기 국물을 듬뿍 부어 최대한 맵게 설렁탕 국물을 훌훌 들이켰다. 서울 체류 마지막 식사이기도 했거니와, 그 누구든, 으레 먼길을 떠나려 나설 때에는 든든히 먹어 두는 게 당연한 일일 터였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서 출국 수속을 하려고 보니, 출국하는 사람들이 90퍼센트 이상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그것 참! 상황이 그러하므로 나도 준비해 간 마스크를 썼다. 너를 위해서? 천만에! 나를 위해서! 그런데, 평소보다 출국하려는 사람은 적은데 이상하게 발권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왜 그런가 하고 주목했더니, 출국 승객 수에 맞춰서 티켓팅 수속을 해 주는 항공사 직원들이 평소보다 적게 배치돼서 그랬던 거였다. 하긴, 출국 손님도 적은데 직원 많이 내보낼 필요 없다는 거었겠지? 음!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고 보니 검색대 직원들이 설치해 놓은 듯한 일명, "신종 코로나 바이러수 감염증 손 소독제"가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그런데, 10병 정도 비치된 젤 성분의 소독제는 약속이나 한듯이 전부 한 두 방울 정도만 남아 있었다. 누구 약 올리시는가.


이래 놓고 방역했다고? 시늉만 내는 거 아니고? 인간의 눈은 말이지! 보고 느끼고 행동하라고 존재하는 거다! 그대들, 아는가? 모르는가?

인천 발 울란바토르 행 우리나라 항공기는 활주로를 이륙해 양털 같은 구름 위를 힘차게 날았다. 구름을 보는 내 심정은, 평소 느끼던 “I am on cloud nine(=I am extremely happy and excited)"은커녕, 왠지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땅에 처박히는 처절한 느낌이었다.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의 악영향은 기분 좋게 맞아야 할 제2학기 개강의 설렘을 앗아가 버렸다. 참으로 통탄할 노릇이었다.


원래, 강의라는 게 초반에 애제자들과 얼굴을 마주본 다음에 집중하도록 마구 마구 조여서 긴장감을 잔뜩 준 다음에, 어느 순간부터 서서히 풀어 주는 묘미(妙味)가 있는 것인데, 이렇게 한 달을 날려버리면 애제자들의 강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건 불문가지(不問可知)! 중국어로 "신싱 관주앙 빙두(xin xing guan zhuang bing du=新型冠狀病毒)", 일본어로는 "신가타 코로나 우이루스(新型 コロナ ウイルス)"라 불리는 중국 우한 발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가 내 철천지 원수(徹天之怨讐=하늘에 사무치도록 한이 맺히게 한 원수)가 되는 느낌이었다. 왜냐, 적어도 내게는, 나란 존재에게는, 강의가 청출어람(靑出於藍)을 지향해나가는 "구원(救援=salvation)" 그 자체였으리니!


항공기가 고도를 잡고 비행이 다소 안정되면서, 기내식이 나왔다. 이 시간쯤 되면, 스튜어디스가 "쇠고기 드시겠어요, 돼지 고기 드시겠어요?", 아니면, "쇠고기 드시겠어요, 닭고기 드시겠어요?"라고 물어야 하고, 그런 다음에, "음료는 뭘로 드시겠어요? 와인이요? 주스요?"라는 말이 나와야 하는데, 이 아가씨가 질문은커녕 그냥 음식을 놓고 지나쳤다. 내가 받아 든 기내식 메인 메뉴는 연어 햄버거였고, 게다가, 포크와 나이프는 스테인리스 스틸이 아닌 플라스틱이었다!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의 악영향은 기내식에도 미치고 있었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바이러스 하나에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를 새삼스레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 있는 중에, 몇 시간의 고공 비행 끝에 우리나라 비행기는 몽골 울란바토르 칭기즈칸 국제공항에 안착했다. 몽골 입국 수속을 완료하고, 울란바토르 칭기즈칸 공항을 나서니 나를 반기는 건 차디찬 북풍한설에 벌판에 쌓인 흰눈! 몽골 복귀 전날 내가 확인했던 서울 밤 기온은 영하 2도였으나, 내가 복귀한 당일 몽골 오후 기온은 영하 22도를 기록하고 있었다. 몽골 밤 기온이 영하 20도에서 30도를 오가니 여기는 아직도 한겨울이었다. 아아, 그립고 그리운 신춘지절(新春之節)이여! 나는 온몸이 시렸다.





얼큰한 동태 찌개가 그리웠다. 나는 공항에서 집 근처 한국 식당으로 직행했다. 얼큰한 동태찌개를 앞에 놓고 나는 동태국물로 목을 지지기 시작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리고 계속 목을 지지고 또 지졌다.


어두육미(魚頭肉尾)라고 했던가? 나는 동태 대가리를 기어이 뼈까지 아작아작 씹어넘기고나서야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내 몽골 복귀 첫날 일정은 그렇게 마무리가 됐다.


앞에 썼듯이, 몽골 정부는,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폐렴의 본격적인 창궐(猖獗)을 우려해, 각료 회의를 통해 오는 3월 1일 일요일까지 몽골 전국 유치원, 각급 학교에 대한 휴교 조치를 내렸다. 이 소식을 내가 서울에서 접한 건 지난 1월 26일 일요일 오후였다. 다음날인 1월 27일 월요일엔 몽골 교육문화과학체육부(장관 요. 바타르빌레그=Yo. Baatarbileg)의 "몽골 초-중-고등학교, 대학은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라"는 공식 발표가 나왔다.

하지만, 정작 몽골 현지에서는, 몽골어로 "신 투를린 코로나비루스(Шинэ т?рлийн коронавирус)"라고 불리는 이 바이러스로 인한 폐렴 피해자는 아직까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 "신 투를린 코로나비루스(Шинэ т?рлийн коронавирус)"가 몽골의 엄동설한에 다 얼어죽은 모양이다."추워서 좋은 날!"이란 말이 이런 상황에 활용하라고 나온 말일 게다. 몽골이여! 부디, 이 "신 투를린 코로나비루스(Шинэ т?рлийн коронавирус)" 씨를 말려서 멸망(滅亡)시켜다오! 나는 빙그레 옅웃음을 지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까닭없이 감도는 옅웃음이었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히터를 켜고 인터넷에 접속해 지구촌 지인들에게 몽골 복귀 소식을 알렸다. 몽골 숙소 창가 쪽에서 웃바람(=겨울에, 방 안의 천장이나 벽 사이로 스며들어 오는 찬 기운)이 느껴질 정도로 추운 몽골의 2020년 2월 1일 토요일의 겨울밤이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이 블로그의 인기글

[몽골 체류 글 모음] 몽골 엄동설한에 얼어죽은 코로나 바이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