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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체류 글 모음] 누가 한국어를 돈 내고 배우냐고?
10/01/201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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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2019년 10월 1일 월요일이다. 9월도 어느덧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졌다. 고국 뉴스를 보니, 경기도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L아무개(이름조차 글에 올리기가 싫다)가 화성 사건을 비롯해 모두 14건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즉, 모방 범죄로 드러난 화성 연쇄 살인 사건 8차 범행을 제외한 나머지 화성 연쇄 살인 사건 9건과 다른 5건의 범행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경찰에 털어놨다는 건데, 이렇게 되면, 화성 연쇄 살인 사건에서만 한국 여자 9명을 모조리 죽였다는 얘기이다.


그런데, 여자들이 무슨 1960~70년대 우리나라에서 가뜩이나 부족한 양곡을 훔쳐 먹는다는 까닭으로 쥐약으로 박멸돼야만 할 쥐 새끼들도 아니고, 무더운 여름철, 특히 밤에 사람 피 빨아 먹으며 질병을 옮긴다는 곡절로 양손바닥으로 때려잡혀야만 할 모기 새끼들도 아니고, 앞발 싹싹 비비면서 언감생심 뭔가 빨아 처먹을 준비를 한다는 이유로 파리채로 묵사발이 나야만 될 파리 새끼들도 아닐진대, 그렇게 모조리 죽여야만 했나? 이 글을 쓰는 순간, 김춘수 시인이 썼던 "내던진 네 죽음은 죽음에 떠는 동포(同胞)의 치욕(恥辱)에서 역(逆)으로 싹튼 것일까, 싹은 비정(非情)의 수목(樹木)들에서보다 치욕(恥辱)의 푸른 멍으로부터 자유(自由)를 찾는 네 뜨거운 핏속에서 움튼다"라던 시 구절을 떠올리며 본 기자의 기분이 우울해졌다. 단지 연약한 여자로 태어난 죄(?)로, 어느 한국인 한 놈 때문에 겪어야 했던, 그 대가치고는 참으로 비참하고 허망하다. 그 어느 집 여자였든, 아무튼 어느 한 가문에서 태어나서, 귀한 딸로서 금지옥엽 성장했을 것 아닌가. 이런 개죽음을 보자고 어머니들이 미역국을 드신 건 아니었을 터이다. 참으로 통분할 일이다. 분명한 것은 이번에는 L아무개가 어떤 식으로든 당해야만 할 차례다. 사필귀정이다. 너도 한 번 두고 두고 당해 봐라! 분기탱천의 쇠몽둥이로 네 대가리(?)가 뻐개질 때까지.

10월 첫날 하루, 가을이 깊어가는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 단풍잎이 거리를 축축히 적시고 있었다. 내 삶의 나날들이 물처럼 속절 없이 흘렀다. 몽골은 온통 가을빛이었다. 아아, 어이 하여 조물주는 눈부시게 찬란한, 그래서 더욱 심란(心亂)해지는, 이런 가을의 구도(構圖)를 새삼스레 창출(創出)하려 하시는고.


새롭게 맞은 이 10월, 고국에는 국경일이 세 개나 된다. 오늘 10월 1일이 국군의 날, 10월 3일이 개천절, 10월 9일이 한글날 573돌이다. 몽골 현지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이번 학기 9월 개강 이후, 말 그대로 강의 폭탄을 맞았다. 한 주 동안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소화해야 하는 강의가 자그마치 36시간이다. 말이 36시간이지 이게 사람 잡는 상황인 게 하루 평균 7시간의 강행군이다. 그냥 7시간 동안 앉아 있는 게 아니라, 계속 애제자들과 얼굴을 마주 보면서 줄기차게 설명하고 묻고 떠들어야 한다. 재직 중인 몽골인문대(UHM) 학부 강의가 기본 강의인데, 이번 학기에는 출강 형식으로 떠안게 된 몽골 후레정보통신대(Huree UICT) 학부 강의, 몽골 UB4 세종학당 강의, 그리고 몽골 유비 에르뎀(UB Erdem)대 학부 강의 등 무려 세 군데의 외부 강의가 추가돼 말 그대로 강의 더미에 푹 파묻혔다. 얼마 전 행사장에서 만난 최용기 몽골민족대학교(MNU) 부총장은 본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이고, 강 교수! 그러다 쓰러질라!" 그 걱정하는 말씀이 본 기자는 눈물이 날 정도로 참으로 고마웠다. 덕분에, 강의 일정을 군소리 없이 무난하게 소화하고 있다. 왜냐. 강의가 적당하면 한가해서 사색하며 글을 쓰기에 좋고, 바쁘면 바쁜 대로 수입이 늘어서 좋은 것이니까. 하지만, 그 후폭풍은 몽골 현지에서 발품을 팔아야 하는 현장 취재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다행히 본국 KBS 방송 참여는 문제가 없으나, 어쨌든, 이 본 기자의 얼굴이 자주 몽골 취재 현장에 안 보이는 모든 문제는 본 기자의 강의 진행과 이동 거리 시간 때문에 촉발된 것이리니, 몽골 한인 동포 여러분과 지구촌 지인들은 부디 통촉하시길! 오늘 10월 첫날 하루도 강의 진행으로 인해 몽골 현지에서 개최된 한글날 기념 행사 취재에, 초청장을 받고서도, 나서지 못했다.

주지하다시피, 오는 10월 9일로 우리 한민족 구성원들은 한글날 573돌을 맞는다, 기억하시는지. 6.25사변이 끝나고 먹고 살기 힘들던 그 시절에, "누가 한국어를 돈 내고 배우냐?" 하며,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이 입 밖으로 내뱉곤 하던, 자조 섞인 넋두리를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에는 거의 모든 한국 사람들이, 미국 유학이나 미국 취업을 위해, 돈을 내고, 영어를 배우던 시절이었고, 영어 좀 유창하게 구사할라 치면, "아니, 쟤(=저 아이)는 누구 집 아들(또는 딸내미)이랴?" 하고 감탄하던 시절이다. 하지만, 새천년 시대 개막을 전후로 한국어는 본격적으로 외국 현지 대학 재학생들이 등록금을 내고 배우는 외국어가 되었다.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10월 3일 개천절, 한글날 573돌을 앞둔 현재, 고국이 검찰 개혁 문제를 놓고 시끄럽다. 경기도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L아무개의 자백이 나온 김에, 문득, 한국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나왔던 범죄 용의자 담당 검사의 발언 한 구절을 떠올렸다. 고국에서 범죄 용의자를 취조하던 담당 검사가 이렇게 말한다. "너, 한글 쓸 줄 알지? 그럼 지금부터 여기에 감금, 폭행을 포함해 그동안 당신이 행한 모든 나쁜 짓을 하나도 빠짐없이 성실하게 또박또박 예쁜 글씨체로 서술한다!"


바야흐로, 훈민정음(=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한글) 반포 573돌을 앞둔 지금, '세종대왕은, '한글(<=훈민정음=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이라는 낱말이, 이런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활용될는지 감히 예상이나 했을까? 범죄 용의자 담당 검사의 발언은 한 발 더 나아간다. "만약 내가 아는 범죄 사실이 기록돼 있지 않거나 조금이라도 거짓 진술이 들어 있을 경우 이후 상황은 상상에 맡기겠다!" 범죄 용의자 담당 검사의 발언 요지는 "나는 헌법 정신에 입각해 인권을 존중하는 바탕에서 법 절차에 따라 너를 엄정히 수사하겠다"라는 의도였을 터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둘러대는 거짓말 하면 너는 죽는다!"이다. "우리 사회가 공정한가에 대한 깊은 회의가 국민들 사이에 싹텄다"라던 현직 총리의 발언을 곰곰이 곱씹어 보는 10월의 첫날 밤이다.


한편, 2019년 한글날을 앞두고, 한글학회(회장 권재일, 이사장 김종택)는, 본 기자에게, 573돌 한글날 경축 큰잔치를 한글날 당일 10월 9일 수요일 낮 11시에 한글학회 강당에서 연다는 보도 자료를 보내 왔고, 한글학회 부설 한말글문화협회의 이대로 대표(한글사용성평가위원회 위원장)는 정부 기관의 국어기본법과 옥외광고물관리법 위반 실태와 그 잘못을 바로잡을 길을 찾는 이야기 마당을 10월 4일 금요일 오후 4시에 한글회관 얼말글 교육관에서 연다는 보도 자료를 보내 왔다. 참으로 열심들이다. 부디 개최 행사의 성공을 빈다.

다음 주, 본 기자는 잠정 고국 방문(나중에 강의 보강할 일이 참으로 걱정이다)에 나선다. 고국에서 개최되는 제9회 2019 세계한인언론인 국제 심포지엄 참가를 위해서다. 이 행사도 엄밀하게 보면 한글과 한국어 세계화 작업의 일환이리! 본 기자는 본 심포지엄 참가 일정을 마친 뒤 곧바로 몽골 울란바토르로 복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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