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隱退)
02/15/201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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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隱退)         



아침에 잠자리에서 나는 아직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는데전화 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얼른 받아보니 나와 아주 절친한 친구 F였다.  자신의 학교사무실을 정리하는데 책장히터냉장고전기주전자 등이 혹 필요하냐고 나에게 물어왔다.  나는 책장만 하나 필요하다고 대답하였는데 조금 후 집에 들러도 되겠느냐고 하여 괜찮다고 하였다.


얼마후 그녀가 집에 들러 간단하게 차를 마시면서 서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19살부터 대학에서 가르치기 시작하여 이제 오는 8월이 되면 64세가 되니 거의 45년가까이 대학에서 가르친 셈이 된다고 하였다.  F와는 10년 넘게 아주 가깝게 지내온 막역지우 (莫逆之友)로 두 가족끼리도 친가족처럼 지내오고 있었던 터였다.


그녀는 자기 차에서 조그만 책장을 꺼내 내게 주었고 자선단체에 기부할 생각이었던 히터냉장고전기주전자까지도 결국에는 나에게 다 주는 것이었다.  이제 그녀가 파란만장한 근 반세기에 가까운 교직생활을 접고 은퇴 (隱退)하게 된다니 나로서도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하였다.  사람의 인생이 여러 단계를 이런 식으로 거쳐가는 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한편 오랜 교직생활을 건강하게 잘 마무리하는 그녀가 부럽기도 하였으며절친한 그녀가 교단을 아주 떠난다고 하니 조금은 슬프고 아쉽기도 하였다


사실 미국대학교에서는 교수의 정년 (停年)이 없다.  은퇴하신 선배 원로교수인 Y교수님께서 누구 말마따나 수업시간에 헛소리만 지껄이지 않으면’ 자신의 건강이 허락하고 본인이 원한다면 계속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다고 말씀하신 생각이 난다.


차한잔을 마시고 주룩주룩 봄비를 맞으며 그녀는 차에 오르더니 driveway를 따라 서서히 차를 몰고서 떠나갔다.  언젠가 나도 그녀처럼 교직을 떠나는 날이 올텐데 생각하면서 차창을 통해 나와 집사람을 바라보는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저녁이 되어 가족모두가 카드에 각자가 그녀에게 쓰고 싶은 말들을 선물권과 함께 넣어 편지를 봉 ()하였다.  창밖에는 여전히 가랑비가 오락가락하며 내리면서 봄밤이 깊어만 갔다.          


2012년 428  


솔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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