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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침묵
11/22/2010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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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다시 읽고 싶었던, 바다의 침묵


 

 
Winslow Homer의 A Summer Night
'바다의 침묵' 하면...이 그림이 떠 올라서....
 
 
 
 

나는 이 책을 오래토록 찾았다.


정중하며 예의 바르고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진, 프랑스를 사랑한 독일 장교.

침묵과 긴장과 아름다움과 안타까움이 그 속에 흐른다.

읽은 지 너무 오래되어. 단지 그 느낌과 분위기가 먼 안개처럼

단아하며, 기품 있는 그 아가씨가 오래토록 기억에 남아있는 책.


읽은 지 오래되어 책의 제목도 잊어버렸다.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사는 한국의 친구 K 조차

우리 함께 읽고 좋아했던, 그 책의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다.

대충 줄거리를 얘기하자 K는, 너는 기억력이 참 좋아, 한 마디.


어느 날,

태워 없애 버린 줄 알았던 나의 오래된 갈색 노트 맨 뒷장에

그 해 읽은 책의 리스트가 적혀 있었다.


‘바다의 침묵’...1978년에 읽은 책이었다.


한국 가는 친구 J에게 부탁했다.

인터넷으로 찾았다고 메일이 오고, 주문을 했다고 한다.

드디어 손에 넣게 되었다.

그동안 절판이라도 되었는지

작년에 새로 출판 된 책이었다. 다행이도.


그 책을 손에 들고, 나는 정말 감격했다.

30년도 더 전에, 그 책에서 느끼던 그 느낌이 나에게 전해질까, 긴장하기도 하고.


조금 긴 단편인 책을 읽기가 아까워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페이지 한 장 넘기는 것도 아까워서 천천히.


물론 그동안 내가 보는 시각도 견해도 변했다.

전에는 단지 로맨틱한 사랑의 감정을 중심으로 읽었다면

이제는, 그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분명한 뜻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는 점이

다르긴 했어도, 여전히 그 분위기는 아직도 내게 설렘을 가져다주었다.




 

 
 
 
 
 


프랑스를 점령한 독일.

프랑스의 한 작은 마을. 소박하게 삼촌과 조카딸이 살고 있는 집에 독일군 장교가

그 집의 이층에 기거하게 된다.

베르너 폰 에브레낙....그 장교의 이름이다.


장교는 아침과 저녁 지나가며 인사를 한다.

저녁마다 거실에 와서 얘기를 한다. 자기가 얼마나 프랑스를 사랑하는지,

수많은 문학가를 배출한 프랑스가 얼마나 위대한지에 대해.

자신은 음악가라고 했다. 작곡을 하는.


그러나 침묵만이 흐른다. 아침 안개처럼 더 짙어지는 침묵.

삼촌은 파이프 담배를 태우고

조카딸은 점점 더 뜨개질에만 몰두한다.

침묵이 압박처럼 존재하는 가운데, 자유로운 자는 베르너 한 사람이다.

시간이 갈수록 침묵으로 일관하는 삼촌과 조카 에게,

장교의 존재는 은연중에 그들의 삶에 하나의 존재로 자리 잡아간다.


사복 차림의 장교.

두꺼운 회색 플란넬 바지와 베이지 색 스웨터 그 위에 걸친 강청색 트위트

아무렇게나 걸친 듯 했지만, 우아함이 베어나는 장교.

그가 가슴에 담고 있는 주제들은 그의 나라의 음악과 프랑스에 대한

끝없는 사랑의 독백이 이어졌지만

삼촌과 조카로 부터는 대답이나 동의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침묵 하는 그들에게서 프랑스의 자존심을 발견해 오히려 행복하다고 한다.

그래서 그 자신은 그 침묵을 극복해야 한다고.


장교는 평화주의자이며 이상주의자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결혼 관계에 들어가야 한다고

정복자로 서가 아닌 사랑의 관계여야 한다고,

독일도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어느 날 장교는 두 주 동안 휴가로 파리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독일군들, 형제처럼 친했던 이상주의자 친구까지,

프랑스는 완전히 파괴해야 한다, 특히 그 정신, 영혼을 파괴해야 한다고 떠들었다.

힘으로 정복은 할 수 있지만, 지배하기 위해서는 정신을 파괴해야 한다고

그게 그들의 의무이자 권리라고.


그가 돌아왔다.

그가 돌아 온 것은 보지 못했어도, 그가 돌아 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일주일이 지나도록 그들 앞에 나타나지 않는, 장교로 인해 삼촌과 조카는 긴장한다.

그의 걸음 걷는 소리가 들릴 때 조카는 뜨개질에 더욱 열중한다.


어느 날 저녁 장교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문을 노크했다.

문을 노크 한 후 바로 들어왔는데, 그 날은 고집스럽게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두 번의 노크 소리.


‘들어오시오. 선생’...적군의 장교를 신사로 초대한 것인가.

삼촌은 자기의 대답에 갈등이 일어났으나, 나도 모르겠다. 아무려면 어떠랴.

사복을 상상했는데, 장교는 군복을 입고 있었다.

군복 차림은, 어떤 결의 결단을 담고 있는 것인가.


중요한 말씀을 드리겠다고, 지난 여섯 달 동안 자기가 한 말,

이 방의 벽들이 들은 그 말을 모두 잊어셔야만 한다고 한다.


조카딸이 처음으로 천천히 고개를 들어 창백한 눈으로 장교를 바라보았다.


조롱을 당한, 절망한 장교는 야전군으로 발령을 내 달라고 했다한다.

내일 떠난다고.


 



 


 

 

 


책의 마지막 장을 인용 해 본다.



[ 좋은 밤 되시기 바랍니다]

그는 나가지 않고 조카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안녕히]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미동도 않고 서 있었다.

팽팽하게 굳어 있는 그 얼굴의 눈은 조카딸의 눈(활짝 열려 있는, 너무나 창백한)에 매달린 채,

더욱 팽팽하게 긴장되고 굳어졌다.

시간은 그렇게 멈추어 있었다. 마침내 조카딸이 입술을 움직일 때까지.

베르너의 눈이 빛을 발했다.

나는 들었다.


[안녕히]


그 말을 듣기 위해서는 그 말이 나오기만을 숨죽여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나는 마침내 그 말을 들었다. 폰 에브레낙 역시.

그는 허리를 세우고 자세를 바로 잡았다.

그의 얼굴과 온몸이 뜨거운 목욕을 즐기고 난 것처럼

부드럽게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웃었다. 그리하여 내가 간직하게 될 그의 마지막 이미지는

미소를 머금은 것이 되었다. 문이 닫혔다.

그의 발소리가 문 안쪽으로 사라졌다.



이튿날 아침. 내가 우유를 마시러 내려갔을 때 그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조카딸은 여느 날처럼 식사를 준비했다. 그 아이가 우유를 가져다주었다.

우리는 말없이 우유를 마셨다.

바깥에는 뿌연 안개 너머로 창백한 태양이 빛나고 있었다.

날씨가 많이 찬 것 같았다.


(1941년 10월)

 

 


 

 
 
 

 
바다의 침묵 (Le silence de la mer) (1941)

 
작가, 베르코르(Vercors)는 프랑스가 손꼽는 레지스탕스 문학가이자 휴머니스트.

 
바다의 침묵은 베르코르의 대표작이다.
프랑스의 한 작은 마을을 점령한 독일군 장교는
프랑스 문학을 동경하고 독일과 프랑스의 숭고한 결합을 꿈꾸는 순수한 인물이다.
유대인과 평화주의자들에겐 악마나 다름없는 독일군 장교를
<신사>이며 <예술가>로 묘사한 이 작품은,
발표된 직후 <절대 악이나 다름없는 게슈타포를 미화했다>는 이유로
엄청난 비난을 받기도 했으나 곧 이 작품의 진정한 의미를 읽어 낸 독자들에 의해
영국과 미국에까지 출판되어 많은 호응을 끌어내기 시작했으며,
출판이 금지된 프랑스에서는 수많은 독자들이 타이프라이터와 등사기,
심지어는 수기로 베껴 돌려 읽는 등 큰 사랑을 받았다.

 
저자는 <야수와 신사> 사이의 묘한 경계에 선 이 독일군 장교의 입을 통해
나치 이데올로기의 기만성을 고발하고
양심적인 독일인들 역시 그 이데올로기의 희생자라는 점을,
휴머니즘의 이름으로 동시대인들에게 알린다.

 
(출판사 서평에서)
 
 
 
 
 
 
 

 
 

 

*책을 한국에서 구입 해 온 친구 J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바다의 침묵,베르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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