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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나야 나
07/05/2019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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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나야 나 비말이



헐거운 슬리퍼 질질끌고 몇 발짝 돌아서다
만나지는 풀꽃나무들이 무심하던 날들도 있었는데




창안에서 블라인드 올리고 커튼 제치고
유리창에 이마 짓찧어가며 만나지는 아침이 반갑다




부엌으로 달려 나가 커튼을 올리고
창을 반쯤 열면서 만나지는 서쪽하늘이 고맙다




지난 5 월 뜨락으로 두더지 한 마리가
숨어 들어 하룻밤 자고나면 작은 무덤들을 셀 수도
없이 만들고 온 텃밭을 아작을 내놓았는데




그 구멍들 따라 다니며 막다가 생각해 낸
것이 ‘반공호를 만들면 어떨까?’ 짝꿍은 ‘미쳤냐?’
쪼그리고 앉아보니 바람도 햇살도 막아주고
아늑한 게 참 좋다 ‘무덤이면 좋겠다’




땅을 골라놓고 지난번 잘라둔 사이프러스
나무둥치로 옆벽을 막고 흙을 덮으니 그럴 듯 했는데
블방질 하느라 한 눈판 사이 꽉 들어찼다
진짜 무덤이라도 만들까 놀랬나?

사람 안부르고 기를 써고 하는 마눌 말리던
영감은 이젠 자기가 더 악을 써대며 이빨 빠진 톱으로
동서남북 사다리 타고 오르내리며 난리굿이다




자화상 (自畵像)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윤동주 시 (1939 년)
Korea’s Golden Poems (Self-Portrait)
한국의 명시 (58 - 59 쪽)




어제 오후 뜯어다 씻어 냉장고에 넣어둔
치커리 깻잎 실파들을 내놓으면서 사진들 찍으란다
‘어, 그것들 점심에 쓸건데?’ 그러면서 찍는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샌드위치로 아침을 얻어
먹었으니 점심은 내 차례다 ‘이젠 나도 한식 요리사네?’
기본으로 만들어 둔 양념고추장과 간장이 효녀다.
된장 고추장 간장 깨소금 참기름 소금..




From: YouTube

숙행 (나야나)


비말 飛沫


자화상 나야 나, 땅굴파기, 자화상 (윤동주), 숙행 (나야 나), 양념장, 샌드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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