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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는 꺽이다
11/02/201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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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 와서도 열 여덟해를 함께 했으니
이 석류 나무도 스물 두 살쯤 됐을까?




5 갤론 화분에 비해 너무 빈약해서 밀쳐두고
본 척도 않했던 것이 18 년 동안 무던히도 잘 자랐다.




햇살이 너무 눈부셔 피하기만 하다가 눈쌈을 건다
스크린이 눈에 거슬릴 즈음 페리오 문을 열고 나선다.




앞뒷뜰에 먹고 뱉은 씨앗들이 저절로 자라나
숲을 이뤄고 시집장가 보내고도 쓰레기통을 채운다.




호박 넝쿨을 긁어내고 고춧대를 뽑아주고
레몬나무와 오렌지나무 가지치기를 해주고


* 장미 (薔薇) 는 꺾이다 (노천명) *

석류 벌어지는 소리 들리는 낮
장미 (薔薇) 같은 여인은 떠나가다

‘내가 시각이 급한데 큰일이다
천주님이 어서 날 불러 주셔야 할 껀데’

성당 (聖堂) 의 낮종이 울려오기 전 <골롬바>는
예수의 고상을 꼭 쥐고 자는 듯이 눈을 감았다
스물하고도 둘 장미 우지끈 꺽이다

너 이제사 괴롭던 육신을 벗어버렸구나
사랑하던 이들- 아끼던 것들- 다 놓고
빈손으로 혼자 떠나버렸다

하늘엔 흰 구름만이 떠간다

-1947 년 11 월 3 일 조카 용자가 떠나든 날-

*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사슴은
노천명 시와 생애 (87 - 88) *




석류나무를 물들이던 그 석양이 저녁을 알린다
키만 키운 무화과와 자카란다 이파리를 흔들어대며




‘뭐하는 거야?’ 석류쥬스를 만들어 마시다말고
이런 집으로 꾸미면 어떨까? 책장을 넘기다 스토브
위에 책을 세우고 쥬스잔을 놓고 디카를 누른다.




텃밭의 호박과 고추와 냉장고 뒤져 나온 야채들과
사다둔 면으로 뜬금없이 칼국수를 만들어 먹다.


비말 飛沫


장미는 꺽이다 (노천명), 석류 햇살 노을, 석류쥬스, 호박 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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