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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나면 다 추억인 것을
12/06/2017 05:18
조회  763   |  추천   14   |  스크랩   0
IP 71.xx.xx.178





엊그제 12 월이 새 달력으로 넘어가 익숙한 느낌이 될 만한 시간들인데도
비말네 뜨락의 아이들은 정신줄을 그예 놓아 버렸는가 봅니다. 그 앉은 자리가
봄인지 가을인지 겨울인지.. 몇 년 전에 시니어 칼리지에서 재봉을 배운다는 친구 전화에
동네를 검색했더니 멀지않은 곳에 있어 재봉반 등록을 하고 갔더니 55 세 이상이면
무료인 교실에는 70 에서 80 되신 할머니와 할아버지까지 계셨습니다.





꽤 오랜 동안 미싱으로 뭔가를 만들어대긴 하는데 제대로 배웠다는 게
여학교 때 조각 이불과 짧은 치마 하나 만들어 본게 고작이었던지라 엉성 그 자체..
동양인같은 비슷한 또래의 여자가 옆에 자리를 잡고 앉더니 가방에서 뭔가를
계속 쏟아냅니다. 헝겊, 색실, 가위, 자, 공책.. 별로 넓지도 않은
보드위에 다 펼쳐 놓고는 그제서야 제게 말을 겁니다.





‘Are you Korean?’ 허걱 어찌 알았지? 나를 첨보는 이들은 ‘Japanese’ 냐고..
반가움에 ‘Yes, I’m Korean!’ 교실이 다 울립니다. 필리핀에서 이곳에 온지 35 년이 됐고
나이는 57 살, 아이들은.. ‘hush’ 아까 주차장 old Lexus에서 차문을 활짝 열어놓고
십분을 넘게 그 좋은 풍채로 가로 막아서서 있으시던 그 백인할머니가 살짝
눈가에 짜증을 올리시면서 주위를 줍니다. ‘Teacher’s here!’





‘아, 담번엔 다른 곳에 앉아야지’ 이 여자의 수다 정도면 바느질하다가 누군가의
입도 꿰메버리고 싶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체격좋고 활달해 보이는 미싱샘을
올려다 보면서 여중 1 때 가정샘을 기억해 냅니다. 잘 배워 자기같은 엄마는 되지 말라시던..
갓난애기한테 크고 예쁜 뒷단추를 달은 원피스를 만들어 입혔는데 애기등에 단추구멍들이
뻘겋게 파여 시어머니께 ‘너가 무슨 가정선생이냐’ 고 호되게 야단을 맞으셨다던..





앞치마도 만들고 조각 이불도 만들고 냄비 받침대도 접시 받침대도 만들고.. 헌데
은근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게 울집에 세일할 때 싸게 사둔 비단 공단 비싼 천들은 써 보지도
못하고 이상한 싸구려 허벌렁거리는 천조각들을 자기 아는 옷감가게에 가서 사와서 만들라니..
거기까지는 괜찮은데 이 미국인샘은 나보다 두 살이나 아랜데 덩치로 깔아 뭉개면서
사이즈를 잴 땐 저를 모델로 세워 없는 가슴 (?) 을 더 쿡쿡 눌리기도 하고





아버지가 한국전에서 싸우셨다는데 ‘그때는 헐벗었다는데 지금은 다들 살만 한가보다’
혹은 자기가 알던 한국여자는 매달 ‘헝겊으로 달거리를 해결했다’ 는 둥.. 도저히 그냥 참기가
힘들었는데 그게 다 일요일 자기가 쉬는 날 한국인들 있는 곳에서 통역을 해달라는
것을 거절한 이후였던 것 같습니다. 그 거절도 엄청 어렵게 한 거였는데..







찐방이라고 만들어 봤는데 밀가루 반죽도 뭔가 잘못된 거같고 냉장고에서
하룻밤을 묵혀 차가운 걸 그냥 했더니 붙지도 않고 붙었다 접시에 담아놓으면 쫘악~
맛은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파는 것 만큼 맛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언젠가는 이쁘고 곱상허니 맛난 찐방으로 거듭나게도 되겠지요?


비말 飛沫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인 것을, 시니어 재봉반, 계절도 나이도 감감, 찐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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