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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아닙니다
10/04/2017 06:14
조회  2140   |  추천   20   |  스크랩   0
IP 71.xx.xx.178






30 년 세월 책장에서 색바래가는 묶음 하나, 가끔 스치듯 만져지고
펼쳐져 읽혀지고 끝내 내동댕이 쳐져 잊혀져가는..





이 책을 구하지 못해 사방팔방 여기저기 도서실들을 다 달려가고 찾아냈지만 이미 누군가의
전화대출 선약으로 통사정 끝에 남의 학교 도서실에서 하나있던 카피머신으로 배고픔
목마름 다 잊은 체 동전 바꿔가며 비싸게 카피해서 가슴에 안고 돌아오던 길..





작년에 열렸던 노오란 레몬이 올해 핀 하양과 분홍의 꽃잎에 감싸여 마치 자기가
2016 년도의 주인공인양 자리를 지키고 있네요. 똘순이가 늘 숨어놀던 곳이었는데..
2017 년 올해는 석류하고만 노는 쥔장한테 삐졌는지 다 던져 내버리고 있네요.





아무도 아닙니다

거기 누고? 아무도 아입미더, 숙입니더.
그으래 맞네, 아무도 아이네! 예에, 맞십니더.
어릴 때 우리 뒷집에 살던 숙이하고 그녀의 조모가 삐꺽거리는
부엌문과 안방문을 사이에 두고 늘 오가던 말이었다.

숙이는 전설따라 삼천리 얘깃거리에나 나올 법한 그런
사연처럼 강보에 쌓인 체 그집 대문간에서 줏어 길러졌다는 나보다
두살 더 먹은 눈이 크고 까무짭짭하게 생긴 착하고 순하디 순한 아이였다.
당연히 언니뻘인데 그냥 이름을 부르며 그 집 누렁이 넘나드는
개구멍으로 둘이 오가며 온갖 요시락들을 떨며 놀았던..

네살 터울의 여동생한테 시종처럼 부림을 당하면서도 늘
해맑게 웃던.. 니는 성 낼줄도 모르나? 어데~ 내 동생인데 어떻노!
서울로 이사가는 바람에 헤어졌다가 어느 가을 고향 마을에서 열아홉 숙이가
뽀오얀 속살을 보이며 박꽃같이 하얗게 웃는 아가에게 젖을 물리는
것을 보고 그냥 퍼질러 앉아 울어버렸던 기억과 함께

누고? 아무도 아입미더, 숙입니더.
뜬끔없이 숙이와 아이의 박꽃같던 얼굴들이 아직 해가
뜨기도 전인 새벽을 조금 지난 이른 시간 얼핏 올려다 본 하늘에서
하얗게 색이 바랜 둥근달과 함께 웃는 듯 스쳐 지난다.





가을 노래를 불러대며 이것저것 하다가 문득 올려다 본 하늘에는 보름달이
잠시 눈 붙이고 일어나니 아직은 잿빛 하늘이 흰구름을 걷어내며 심통을 피우더니
해님이 아주 잠시 얼굴만 보여 주더니 어딘가로 바삐 가버리고 웬 종일이 쓸쓸~





되바래진 석류는 차례상에도 못 올리겠네요, 사흘만 기다려 달랬더니..
쟈스민이 나도 여기 있다며 꽃봉우리를 내보이며 개미 두 마리를 업고 놉니다.
홀가분해진 석류들이 동녘 햇살을 받으며 해찰들을 떨어댑니다.





차례상 차리기전에 먼저 뱃속부터 채워야 겠기에 새벽부터 감자와 식빵으로..
달님과 해님과 함께 부엌에서 뽀시락거리며 하긴 했는데 뭘 했는지
블로그 다시 시작하면서 쓰잘떼기없이 부지런만 더 늘었습니다.


비말 飛沫


아무도 아닙니다, The World As I See It, 숙이, 레몬나무, 해와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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