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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나무야
09/29/2017 17:47
조회  1253   |  추천   21   |  스크랩   0
IP 71.xx.xx.178






서쪽 자카란다 나무가 꽃피워 지고나니 열매 맺어 지나는 바람에 씨앗을 내려 놓는데
지난 여름내내 매미소리 한번 못 울게 하고 가지만 뻗고 숲만 무성합니다.
한솥밥을 먹은지도 17 여년째.. 나무야 나무야 자카란다 나무야





더 뒀다가는 방안 살림살이들 내놔서 쓰레기 하치장 만들까 무서워 정리에 들어갑니다.
남쪽을 바라보며 지나던 햇살만 받아먹던 석류 하나가 눈치를 챘나봅니다.
우와 햇살이다, 동쪽에서 바로 직통으로 쏘아주는 황금빛 햇살




http://blog.koreadaily.com/NancyMoore/1034312



나무야 나무야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20 여년 전에 살던 집을 렌트해 주고
멕시코 고향으로 떠났던 남미계 친구가 20 여년이 넘어 전 세계로 여행을 다니다가
얼마전에는 ‘너희 나라 한국 서울까지 3 번째 다녀 왔다’ 면서 미국 자기집으로 다시 왔다며
초대를 해줘서 참으로 오랜만에 십 수년만의 나들이를 저도 하루쯤의 짬을 내어
가을과 함께 하고 왔더니 비말네 뜨락에서 가을이 기다리고 있더랍니다.

늘 옆에서 지켜주고 함께 해주던 나무도 꽃도 새들도 푸성귀들도
그냥 있나보다, 생각없이 지나치고, 더러는 이쁘다 들여다 보기도 혹은 물도 주지만
존재 그 자체만 고마와 하고 기다려주는 그 마음을 나몰라라 하면서 스쳐 지나고 밟고 서고
애틋하고 안타깝고 사랑스럽고 진실로 고마운 마음, 영혼없는 빈 마음으로..
산도 넘고 들도 지나 호수도 만나고 돌아온 마음이 꽉 차오릅니다.

시간이 없는 것도 마음이 없는 것도 아파서 움직일 수 없는 것도
손발이 묶여 아무것도 할 수없는 것도 아닌데 마음은 조급증을 내고 애먼 탓들만
해대면서 매일이 쓰레기통으로 내던져집니다. 시간이 없어~ 마음이 꿀꿀해~ 몸이 아파~
모실 부모님이, 젖먹여 업어 키울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닌데.. 끝이 시작이다
그런 마음으로 또 다른 마음 하나 걸쳐놓고 시작을 해봅니다.





40 년도 안됐을 나무가 몇 백년은 된 것처럼 우람하고 뿌리도 가지도 엄청 납니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사닥다리 의지해 타고 올라가 혼자서 했는데 올해는
짝꿍이 하는데 맘이 안놓이는 제 잔소리만 허공에 맴을 돕니다.





제 키의 3 배를 넘고 팔뚝보다 더 굵은 나무들을 질질 끌어다 놓는 제게 큰 소리로
그냥 놔두라는 말에 냅다 악을 써댑니다, ‘발밑이나 조심해요, 웬 관섭은!’





이쪽 저쪽 분산해서 몇 주일은 쓰레기통으로 버려지고 뜨락 울타리로 엮어질 아이들
바베큐 땔감으로도 벽난로 땔감으로도 자작나무 소리를 내며 잘 탔는데





어릴 때 달비장수 아줌마한테 끌려갈 뻔 했던 내 머리숫 만큼이나 빽빽하게 들어찼던
가지들이 하나씩 빠져 나가자 햇살이 먼저 그 자리를 치고 들어섭니다.





안방 남쪽을 바라보는 창안에서도 석류나무와 자카란다가 한 눈에 보여 숨이 쉬집니다.
‘진즉에 좀 그래주지’ 이미 입들이 다 벌어진 석류들의 눈총을 느끼면서





힘들게 지지고 볶고 할 것도 없이 오늘 아침은 초간단 식단으로 이름뿐인 샌드위치입니다.
진시황제가 찾아 헤메게 한 불로초보다 휴 헤프너가 안고 보듬던 그녀들보다
이 잠깐의 행복이 천국이고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않은 순간입니다.


비말 飛沫


나무야 나무야, 자카란다 가지치기, 석류, 햇살 한 줌은, 샌드위치, 엄영선 수필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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