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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말이 석류가
09/19/2017 17:23
조회  1429   |  추천   21   |  스크랩   0
IP 71.xx.xx.178












비말이 석류가

아직은 미취학 아동으로 엄마 치마꼬리에 숨겨져 따라붙던 어린시절의
고향집 골목안에는 일곱집이 살았는데 실제로 대문을 열고 들어가는 곳은 다섯집
뿐이었습니다. 골목 맨웃집의 우체부 학순이아부지는 뽕나무가 잘되는 게 육이오 때 그 집
굴속에 쌓였있던 시체들 때문에 맛도 좋고 튼실하다는 말을 젤로 싫어했습니다.
옆의 서울로 유학간 준이오빠네는 배가른 복어가 늘 빨랫줄에 널려있었고
그집 봉선화로 내손톱은 언제나 반달모양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버드나무가 있는 숙이네의 그 버들가지는 우리 남매의 매감이었습니다.
큰길로 대문이 나 있고 우리집 내려가는 골목의 반을 다 차지한 집으로 우리부엌에서
벌어진 틈새로 앞집 뒷마당으로 숨어들곤 했었는데 어장과 어선과 논밭을 가진 숙이네는
즈그아부지가 밖에서 놨는데 친엄마가 포대기에 싸서 대문앞에 버렸다고도 하고
줏어 왔다고도 했는데.. 재미있게 함께 잘 놀다가도 동네애들은 숙이한테
‘줏어온 가시내’ 라고 밀어냈고 혼자 울먹이며 가는 두 살 더 먹은
숙이가 안되서 쫓아가 걔네 우물가에서 둘이 놀곤했습니다.

정신병으로 친정으로 쫓겨간 옥이엄마, 배목수였던 옥이아버지는 방에만 있었고
우리작은 오빠가 그녀 앞에만 서면 암말 못하고 괜히 나만 쥐어박던 미스코리아보다 더
예쁘고 똑똑하고 참하다던 여옥언니, 말없이 목각으로 뭔가를 만들며 늘 혼자놀던 외아들 철이
옛날 양반가문이었다던 옥이할바시는 동네사람들과 말도 안섞고 웃집인 우리식구들과만
눈인사하고, 작은오빠한테 얻어맞을 때면 달려와 내편이 돼주시던 옥이조모도..

맨 아랫집 황부자네 몸이 조금 불편한 웅이 아버지는 착하고 어질어서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동네에 소문이 났는데 웅이엄마를 때리는 것을 본적이 있는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 집 대문옆 커다란 앵두나무에서 맘대로 앵두를 따먹어도
된다면서 한 웅큼씩 따주시던 웅이엄마는 가난한 아버지와 어린 여동생만 놔두고
시집왔는데 우리집 마루에 앉아 웅이젖을 물리면서 맨날 울기만 했습니다.

나는 웅이 손가락을 조물락거리고 울옴마는 웅이엄마 등을 토닥이면서
‘좋은 날 안 오겠나, 어진끝은 있다더라’ 라시며 웅이엄마 등도 웅이 손잡은
내 손도 웅이발도 한번씩 어루만지시면서 좋은 날이 올거라는 말만 하시면서 젖은 눈은
딴데를 보고 계셨습니다. 웅이이모 봉선이 언니는 쎄라복을 입은 나를 데리고
천리교에 가서 석류도 알게 해주고 쎄라라는 이름도 얻게 해줬습니다.

골목안 내려서는 길, 대여섯살 때는 겨우 올라서고 내렸던 거 같은데 스무살
여름 방학때 내려가 아직은 기억으로도 만져지던 그 돌층계는 겅중 걸음으로 불과
몇 발짝밖엔 안되는 짧은 거리와 높이였습니다. 고향을 떠나 서울로 이사를 가고 미국에서
산지도.. 오십 몇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꿈을 꿉니다. 고향집과 친구들을, 그들은
소설책속의 등장인물들처럼 스치듯 지나면서 제 명치끝만 살짝 건디립니다.











비말네 석류들을 따서 저렇게 보석같은 알들로 만들어 믹서에 갈아 내느라 손가락들이 노오랗고
쪼글쪼글 색이 다 변했는데 석류쥬스 한 잔으로 엄한 생각의 늪에 빠져 소주나 보드카 붓고
만든 석류주 마셨을 때보다 더많이 헤롱대고 있습니다. 새콤달콤 싸아한 그 맛이 아득한
먼 옛날로 데려다 줍니다. 친구님들, 글라스에 마우스 대시고 느낌으로 맛들 보셔요.

예닐곱살 아이적 눈으로 봐졌던 모든 것들이 60 이 넘은 지금에 와서 더욱 선명하게
떠오르고 그려지는 것은 함께 글친구해 주시는 블친구님들 덕분입니다.




가수: 문주란
노래: 석류의 계절
From: YouTube


가을이 깊어가나 봅니다, 그 속으로 여행 떠나시는 분들이 많으시네요.
가까운 길 먼길 잠시 혹은 오랜시간 떠나시는 소풍길들을.. 며칠만 색바랜 비말네
소리나는 일기장 접겠습니다. 위험한 연장을 만지는 일들이라 여기저기
몸을 상해서요.. 찬바람에 건강 조심히 챙기셨으면 합니다.


비말 飛沫


비말이 석류가, 고향집 골목안 사람들, 석류쥬스, 비말이 가을 타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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