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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빤쓰
07/28/2017 09:08
조회  1674   |  추천   18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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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빤쓰

보-이 소오! 순이 옴마~ 보이소 보-이 소오! 순이 즈그옴마~
스물까지도 세보고 세다가 또 아는데 까지만 세고 또 세도 기척이 없다.
대문께로도 돌아가보고 가게 앞으로 또 다시 와봐도 순이네는
가게문만 열어놓고 부엌에서 뭘하고 있나보다.

바쁘면 가게문이라도 좀 천천히 열던가~ 집에서 기다리고 계실
아부지를 생각하면 얘도 타는데 조금은 낯 간지럽고 남사스럽기까지한
그걸 달라기가 막상 순이 옴마가 나와도 걱정이다. 밉살스럽게도 순이네는
내가 뭘 사러 왔는지 뻔히 다알면서도 늘 같은 말로 되묻곤 했다.
지아 느그아부지 심부럼 왔나? 뭐주꼬? 사랑빤쓰 주이소..
야가 뭐라카노, 뭘 주라꼬? 사랑빤쓰예~

어린 마음에도 이건 아닐거라는 생각에 늘 속을 간지럽히는
그 이름도 요상한 사랑빤쓰~ 냄새도 싸아하니 좋고 파아란 포장도 이쁜데
사흘이 멀다하고 다닌 심부름이지만 아직도 확실치않은 그 이름
이런 심부름은 작은 오빠가 와서야 제격인데

순이 즈그옴마! 사랑빤쓰 한통 주이소! 암시랑토 않게 큰 소리로
질러 댈텐데.. 학교에 간 오빠를 찾아가서 그걸 사 달랠수도 없는 일이고~
이런 심부름을 시키는 아부지도 밉고, 알면서도 매번 재미있어 끼들대며 묻는
순이네도 밉고, 뭐라고 씌인건지 좀 읽어봐 달래도 꿀밤만 때리고
밤핑이같은 가스내라 개무시하는 작은 오빠도 밉다.

아~ 만화책방에 그새 갔다 바친 돈이 얼만데 난 우짜자고 아직도
한글도 모르나? 고만 가삐릿까~ 시장통 약국까지 가면 시간이 걸리는데
그래도 그 약국 아저씨는 참 좋은데! 사랑빤쓰예~ 모기 소리
맹키로 말해도 금방 알아채리고 웃으면서 내주시는데

맘이 갈팡질팡 조바심이 날 즈음 순이 옴마는, 지아가, 뭐 주꼬?
사랑 빤쓰 주이소! 않들린다, 야아야 아침에 느그옴마가 죽도 안멕여 주더나?
아침부터 실없는 에편네 맹키로 얼라한테 뭔 짓하고 있노? 군이옴마다.
군이네 성님오요, 아침은 자셨능교? 어데 아까 묵었다아이가.
그란데 실없는 에편네 맹키로 얼라갖고 뭔 헛짓이고?

군이 엄마하고 잠시 노닥거리던 순이네는 그제서야 생각난 듯
아참 내 정신 좀 봐라~ 지아 니 파스 주라꼬 했제.. 순이네는 웃으며
파스 한 통을 내온다. 파아란 셀로판 겉포장이 오빠가 만지지도 못하게 하는
잉크 색깔과 똑같고 햇빛에 비춰보면 눈이 시리도록 예쁜, 화한 냄새는
안티프라민처럼 코도 뻥 뚫리게 해주고 기분도 좋게 해준다.





젊어서 씨름도 하시고 일제시대 때 다리 만드는데 강제징용 소집도
당하셨다는 아부지는 멀쩡한 날씨에도 비 올것 같다시며 파스를 찾으셨다.
왜인들 이거 하나는 참 잘 만들었다! 시며 사론 파스 칭찬만은 아끼지 않으셨다.
50 여년이 지나 그때의 아버지보다 더 나이를 먹어버린 나는 그때의 아버지보다
더 파스를 많이 애용하고 있다. 사랑빤쓰라 부르던 그 사론파스와 함께
나이 들어가면서.. 헌데 왜 그때 내 귀에는 사랑빤쓰로 들렸을까?







요즘 아이들은 서너살에도 한글과 영어에 컴퓨터까지 다 할 줄 아는데
그때 내 나이 다섯살 맑고 초롱한 두눈은 글을 모르는 문맹이었고 숫기없이
꼭 다문 입은 모기가 윙윙대는 소리 만큼이나 작았던가 보다.

11, 16, 2017 년에도 재탕을 해댑니다.





비말 飛沫


샤론파스, 사랑빤쓰, 울동네 구멍가게, 박완서, 호박감자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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