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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빚 30억 → 80억, 실패 딛고 4개월 동안 70억 번 한의사
01/01/2015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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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연 한국전통의학연구소 대표는 한의사다. 전문성을 살려 바이오벤처를 창업하고 코스닥 우회상장까지 했지만 키코 사태로 좌절을 겪었다. 한의대 동료 교수들의 지원으로 재기에 나선 그는 발효를 통한 한약 과학화를 꿈꾼다. [최승식 기자]
황성연 한국전통의학연구소 대표는 한의사다. 전문성을 살려 바이오벤처를 창업하고 코스닥 우회상장까지 했지만 키코 사태로 좌절을 겪었다. 한의대 동료 교수들의 지원으로 재기에 나선 그는 발효를 통한 한약 과학화를 꿈꾼다. [최승식 기자]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한다. 하지만 한국의 기업 생태계에서 이는 그야말로 말뿐이었다. 한 번 실패는 곧 퇴출을 의미했다. 누구의 잘못인지, 왜 실패했는지 묻지도 않았다. 실패를 무릅쓰고 창의와 혁신에 도전하는 데엔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다. 최근 이런 분위기를 바꾸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실패를 자산으로 바꾸지 않고선 더 이상 일자리와 성장을 얘기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실패를 딛고 일어서고 있는 기업인들의 얘기를 3회로 나눠 싣는다.

잘나가던 한의사가 바이오벤처를 차렸다. 고생 끝에 제품을 개발해 우회상장에 성공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키코(KIKO) 사태가 찾아왔다. 30억원 빚이 갑자기 80억원으로 불었다. 사업을 접고 한의대 교수로 돌아간 그에게 학교 측과 동료들이 재기를 권했다. 5년 넘게 발효 한약을 연구해 다시 활로를 찾았다. 이르면 내년 상장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황성연 한국전통의학연구소 대표는 한의대를 졸업할 때만 해도 이런 삶의 주인공이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1993년 역시 한의사인 부인과 함께 인천 구월동에 병원을 냈다. 개원 이틀 만에 양약과 한약 간 갈등이 ‘한약분쟁’으로 폭발했다. 빚이 늘어갔지만 지극정성으로 환자를 돌보며 닷새 치 약을 무료로 제공했다. 분쟁이 끝나자 입소문 덕에 환자들이 몰렸다. 새마을금고에서 빌린 7000만원을 금세 갚고 월 1억원씩 수익을 냈다.

여유가 생기니 교수 욕심이 났다. 박사 과정을 밟으며 전북 김제 우석대 병원에서 일주일에 3일씩 양한방 협진을 했다. 은사로부터 바이오벤처를 해보자는 제의를 받은 게 그 때였다. 자본금 3억원을 모아 2000년 홍익대 앞에 ‘한국의과학연구소’를 설립했다. 하지만 한의원 원장과 회사 대표를 병행하기는 쉽지 않았다. 두 달 만에 자본금 2억원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1억원만 남았다. 황 대표는 병원을 부인에게 맡기고 사업에 ‘올인’하기로 했다.

그가 찾은 활로는 ‘공진단’이었다. 공진단은 예부터 우황청심환, 경옥고와 함께 한의학 3대 처방으로 불린다. 녹용과 산수유 등을 넣어 중년 남성의 원기를 충전하는 용도로 널리 복용됐다. 황 대표는 전통적인 알약 형태를 물약으로 바꿔 ‘황제공진보’를 내놓았다. 2002년엔 이를 업그레이드한 ‘천보204’가 6개월 만에 400억원어치 팔리며 회사의 기반이 잡혔다. 송도자유구역 입주기업 1호로 선정돼 산자부 장관이 기공식 첫 삽을 떴다. 2007년 공기청정기를 만드는 회사를 사들여 코스닥 입성에도 성공했다.

갑작스러운 좌절이 찾아온 건 이 때였다. 알고 보니 사들인 회사가 부실 덩어리였다. 생각지도 않았던 사채가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결정타는 인수 직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이 회사는 원화가치가 급락할 때 기하급수적으로 손실이 늘어나는 키코 계약을 잔뜩 안고 있었다. 모두 30억원일 줄 알았던 부채가 80억원으로 급증했다. 황 대표는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면서도 경영엔 신경 쓰지 않고 제품 개발과 판매에만 올인했던 게 실수였다”고 말했다. 한의원으로 번 전 재산 50억원을 쏟아부은 회사였지만 책임을 지기로 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그래도 ‘배운 재주’는 남아 있었다. 2008년 3월 모교인 원광대로 돌아가 학생들을 가르쳤다. 월급으로 빚을 갚으며 간신히 신용불량자를 면했다. 다행히 주변의 시선은 냉담하지 않았다. 한의학계에서 실패가 그의 탓이 아니라는 게 널리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6개월 뒤 동료 교수들이 ‘한의학 바이오 학내벤처를 만들자’고 제의해왔다. 그를 포함한 10명이 1000만원씩 출자해 ‘한국전통의학연구소’ 간판을 달았다.

더 큰 고민이 시작됐다. 인삼이 맹위를 떨치며 한약 시장은 10년 전보다 훨씬 위축돼 있었다. 예전 방식을 답습해선 재기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예전 개발자료와 한의학 서적을 다시 보다 한 줄기 빛을 발견했다. 발효였다. 그는 “체질에 맞게 먹는 한약의 장점이 시장에선 매출 확대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돼왔다”며 “발효하면 약이 부드러워지고 흡수율이 높아져 체질의 영향을 덜 탄다”고 설명했다. 이후 그는 변비약과 홍삼비누 등 평균 20일간 와인균으로 숙성한 30여 종의 제품을 출시했다. 이 가운데 예전 히트상품에 발효법을 적용한 ‘천보공진원’이 올 5월 출시 이후 4개월 만에 70억원어치 팔리며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한국전통의학연구소는 현재 기술보증기금(10억원)·산업은행(10억원)을 비롯해 미래에셋과 SBI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상태다. 황 대표는 재무적 안정을 바탕으로 한약의 과학화를 선도할 꿈을 꾸고 있다. 이를 위해 원광대·가톨릭대·부산대병원과 공동 연구소 및 임상시험센터를 운영 중이다. 그는 “과학화 흐름을 잘 이용하면 한약이 예전의 인기를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키코(KIKO)=환율이 미리 정한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약정한 가격에 달러나 원화를 사고 팔 수 있도록 한 파생금융상품. 글로벌 금융위기 전 원화가치가 안정됐을 때 은행이 중소기업들에 많이 팔았다. 하지만 2008년 9월 이후 원화가치가 급락하면서 키코 계약을 한 중소기업들이 엄청난 손실을 보아 사회적 문제가 됐다.

나현철 기자
중앙일보·기술보증기금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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