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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벗은 마하
05/07/2017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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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출신의 최고 화가 5명을 말하자면 보통 벨라스케스, 고야, 피카소, 미로 그리고 달리를 꼽는다. 이들은 각각 뚜렷한 개성과 뛰어난 족적을 세계 미술사에 남겼다. 그중에서도 고야는 스페인 동북부의 시골 마을 출신임에도 근대 미술로의 전환을 이끌었던 화가로 후세의 평가를 받는 선구자적 인물이다.

당시 유럽은 다빈치,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등 여러 거장의 삶이 녹아있고, 작품의 영향력이 시대가 변해도 면면히 흐르던 이탈리아가 여전히 유럽의 모든 화가들에게 성지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그러나 영원한 것은 없는 법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를 요구하고 있었고 미술계도 이런 흐름에서 결코 예외일 수는 없었다. 

17세기 후반 독일에서 루벤스라는 걸출한 인물이 바로크 미술을 열었고 프랑스에서는 푸생이 고전주의 회화의 큰 획을 그었다. 르네상스로부터 시작된 도도한 변화의 바람이 바로크로 이어지면서 거역할 수 없는 시대의 전환기로 접어들게 된 것이다.

스페인은 벨라스케스 사후 유럽 미술계에서는 거의 유명무실한 곳으로 전락한 변방이었다. 몇몇 화가들만이 벨라스케스가 일구어낸 서유럽 르네상스의 명맥을 겨우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변혁은 항상 예기치 못한 때에 예상치 못한 곳에서 폭발력을 지니고 있는 법이다. 

당대 미술사의 전환을 이끌어갈 주인공이 아무도 주시하지 않던 변방 스페인에서 출현했기 때문이다. 변혁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고야이다. 후대 미술사가들은 고야 자신이 비록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그의 작품활동이야말로 바로 근대 미술로의 전환을 이끈 동력이라고 말한다.

그는 카를로스 4세  궁정 화가가 되었으며 스페인에서 가장 성공한 화가가 되었다. 그 후 나폴레옹의 침략 전쟁이 발발하자 전쟁의 공포와 비참 참혹상을 묘사한 '전쟁의 참화' 연작 동판화를 그렸다. 마드리드 민중 봉기를 극적인 사실주의로 표현했으며, 아울러 당대의 격변하는 시대상을 반영한 다양한 작품을 남겼고 독창적인 그의 작품은 그 후 19세기와 20세기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그의 대표작 '옷을 벗은 마하(Maja desnuda)'(1799~1800)는 당시로써는 상당히 파격적인 작품이다. 그 시절 스페인뿐만 아니라 유럽은 철저한 중세 가톨릭 국가이었다. 여인의 나체를 함부로 그린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그래서 기존의 누드화 들은 대부분 신화 속 존재들을 차용하고 있다. 종교화에서도 나타나지만, 이야기 전개상 어쩔 수 없다는 명분을 달고 있었다. 따라서 그림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완벽한 비율의 몸매를 지닌 여신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림 속 여신들은 자신을 민망하게 바라보게 될 남성 감상자들을 배려해 똑바로 보지 않고 언제나 시선을 돌리고 있다. 두 팔을 작정하고 들어 올리는 노골적인 자세도 고야 이전에는 찾기 힘들었다. 체모는 당연히 그릴 수 없었다. 여성의 머리카락마저 남성의 경건함을 방해한다고 믿고 있던 시절이었다. 고야는 그런 금기사항들을 단번에 뛰어넘어 버렸다. 여신도 아니고 완벽한 비율의 조각 같은 몸매를 지닌 것도 아니었다. 평범한 보통 여자로서 더군다나 관람자를 빤히 바라보며 도발적인 시선을 던지고 있다.  




고야에게 이 그림을 주문한 사람은 카를로스 4세 시절 재상이었던 마누엘 고도이였다. 그는 이 작품이 다소 노골적이었다고 느껴졌던지 여인에게 옷을 입힌 또 다른 작품 하나를 다시 주문하였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옷을 입은 마하(Maja vestida)'(1800~1803)이다. 현재 두 작품은 프라도 미술관 전시실에 나란히 걸려있다. 마치 '과연 저 옷을 벗기면 어떤 속살이 나타날까'라며 관음적 욕구를 불태우는 속물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기라도 하듯이.




앞에서도 지적했다시피 고야 이전의 유럽에서는 신화를 빌미로 한 여인의 누드, 다른 말로 하자면 알몸의 비너스처럼 예술과 외설의 경계를 넘나드는 누드화가 대세였다. 그래도 스페인에서만큼은 벨라스케스의 '거울을 보는 비너스' 정도만이 간신히 누드화의 한 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그나마 벨라스케스의 비너스는 점잖게 등만 보이고 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의 속성은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옛 시대에는 돈이 많은 재력가가 자신들의 욕구를 해소할 방편으로 재능은 있지만 가난한 화가를 고용하여 상생하며 이런 부류의 누드화를 예술이라는 명목으로 사들였다면 현세는 독방에서 홀로 모니터를 보며 값싼 포르노에 빠져들다 그 어느 시대보다도 많은 정신적 질환자가 속출한다.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용어가 있다. 자기충족적 예언이라고도 한다. 타인의 기대나 관심으로 인해 능률이 오르거나 결과가 좋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우리는 그룹을 이루고 서로 교류하며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면서 살게끔 되어 있는 존재들이다. 그렇기에 타인이 나를 존중하고, 나에게 기대하면 나도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겠다. 상대의 관심과 격려가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또다시 나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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