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으면 시원하다
01/30/201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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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벗으면 부끄럽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시원하기도하다.

군사훈련을 받느라고 한 여름 뙤약볕에 해발 500m쯤 되는 산꼭대기까지 뛰다시피 올라가서

아래위로 동여매고 있던 군복 바지를 풀어 내리고 바람을 쐬던 기억이 난다.

그 시원함이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를 것이다.

 

중앙 블로그에 방을 낸지도 어언 6년이 훌쩍 넘어 7년째로 접어든 지도 넉 달이 지났다.

블로그에는 본인의 사진과 본명(本名)을 가급적 올리지 않기에

글을 올리는 사람들이 누가 누구인지 잘 모른다. 그저 닉네임으로 소통할 뿐이다.

그래서 대화하는 상대의 나이가 얼마쯤 되었는지도 모르고

때로는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분별하기 쉽지 않다. 어디에 사는지도 모른다.

현재 직업이 뭔지 얼굴은 어떻게 생겼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어쩌면 이런 것들이 블로깅을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흥미를 더해주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블로그에서 자신의 프로필을 공개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본색이 들통 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더러는 좀 진한 농담도 해보고 싶은데 자칫하면 체면 구기는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그랬다. ‘옹달샘이라는 닉네임으로 블로그를 열었다.

나는 분명 남자인데 블로그 이름이 여성적으로 느껴져서 그랬는지

동부에 사는 어떤 여성 블로그가 6개월이 넘도록

나를 여자로 알고 대화를 하고 있었다고 고백해서 많이 웃었던 일이 있다.

그래서 한 일주일쯤 내 얼굴 사진을 대문에 걸어두었다가 바로 내렸다.

하지만 지난 이야기들을 회고하는 글들을 오래 써왔기 때문에

내가 누구이고 무엇을 하던 사람이고 어디에 살고 있으며 나이는 얼마나 되었는지

알만한 블로거들은 이제 다 안다.

 

이제는 모두 벗어버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곰곰 생각을 해 보니 지난 6년여 동안에 모두 들통이 났는데

구태여 감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다.

블로그를 통해 거짓말을 퍼트릴 것도 아니고 사기를 칠 것도 아닌데 뭘 왜 감추겠는가?

그래서 내 블로그에 나의 프로필을 자세히 적어 올렸다.

부끄러울 것도 자랑할 것도 없다. 있는 그대로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정말 시원하. 때로는 벗으면 부끄럽기도 하겠지만 벗어버리면 시원한 것도 사실이다.

중앙 블로그의 여러 블로거님들 모두 모두 시원한 블로깅을 즐기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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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달샘(Ongdals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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