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용서(容恕)한다
12/23/201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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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용서(容恕)한다

 

글공부 모임에서 지도하시는 이가 내어준 숙제(宿題)의 제목이다.

그 제목으로 레터용지 한 장 분량의 수필을 써보라는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글을 쓰려고 책상 앞에 앉으니 용서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그리고 내가 무엇을 용서하고 누구를 용서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그래서 옥편(玉篇)도 찾아보고 인터넷을 열어 여기 저기 검색(檢索)을 해 보기로 했다.

우선, 용서(容恕)란 말의 문자적 의미를 알아보았다.

용서란 말은 한자로 얼굴 용()자와 용서할 서()자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사전적(辭典的) 의미는 좋은 얼굴로 상대방을 헤아리고 동정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말이다.

그리고 용서할 서()자의 문자적 의미는,

뜻을 나타내는 마음심()자와 서로 같음을 뜻하는 같을 여()가 합쳐진 글자이다.

 

따라서 용서는 마음을 너그럽게 하여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함으로,

그가 내게 행한 잘못이나 죄를 꾸짖거나 벌하지 않고 끝내는 것을 말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의인이고 너는 죄인이라는 생각으로 용서하는 것은,

참으로 용서했다고 말하기가 어려울 것이고,

나도 너와 같이 연약하고 실수 많은 사람이라고 하는 이해(理解)를 전제(前提)로 할 때,

진정한 용서가 가능해 질 것이다.

 

이제는 나는 용서한다.’는 제목을 놓고 생각할 차례이다.

내가 무엇을 용서할 것인가? 누구를 용서할 것인가? 그러고 보니 이런 저런 생각이 난다.

나를 괴롭히던 사람, 나를 이용하려던 사람, 내 앞길을 가로막았던 사람 등등.

하지만 이미 잊은 지가 오래된 일들이다. 그러면 나는 그들을 용서한 것일까?

 

말로는 용서했다고 하고 잊어버렸다고 하지만,

이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시간에도 나는 그 일을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잊었다고 해놓고 또 생각한다면, 그건 잊은 것도 아니고 용서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내가 누구를 용서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어쩌면 상대방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동정해서라기보다는,

내가 편하자고 하는 마음으로,

그냥 잊어버리자는 심정으로 대하는 것을 용서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기까지 생각을 하고나니 내가 누구를 용서한다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고,

내가 누구를 용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만용(蠻勇)이라는 생각이 든다.

같은 죄인(罪人)인 처지에 누가 누구를 용서한다는 말인가?

나는 그저 나 편하자고 내 할 일을 하는 것뿐이고,

상대방을 용서하는 것은 내 몫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여러 모양(模樣)으로 누구를 용서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착각이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나 역시 툭하면 실수하고 자주 다른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어리석은 인생(人生)인데.......

그러면 이 어리석은 나는 누가 용서해 줄 것인가?

 

사랑이 무한하신 하나님은 분명 나를 용서해 주실 것이다.

비록 그럴지라도 그보다 먼저 내가 나를 용서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나를 용서하지 않으면,

하나님 밖에는 이 세상 그 누구도 진정(眞情)으로 나를 용서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을 용서하기 전에 이 못난 나부터 먼저 용서하기로 했다.

체질(體質)이 약()하게 지어진 나도 절대(絶對) 완벽(完璧)하지 못한 사람이기에,

실수(失手)하고 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이해(理解)하는 마음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나는 말씀이 있다.

신약성경 누가복음 174절에,

만일 하루 일곱 번이라도 네게 죄를 얻고 일곱 번 네게 돌아와 내가 회개하노라 하거든

너는 용서하라 하시더라했고,

 

마태복음 1821-22절에는,

그때에 베드로가 나아와 가로되

주여 형제가 내게 죄를 범하면 몇 번이나 용서하여 주리이까 일곱 번까지 하오리이까

예수께서 가라사대 네게 이르노니 일곱 번 뿐 아니라 일흔 번씩 일곱 번이라도 할찌니라.”했다.


아무튼 사람이 사람을 용서한다는 것,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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