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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김혜자(nancymo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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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황금의 나라
12/22/2017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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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자


    밖은 아직 캄캄하다

높이 솟은 모스크 (Mosque)에서 예배 시간을 알리는 

아잔(Azan)의 소리가  새벽공기를 가르며 잠을 깨운다

쿠웨이트에 온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예배를 보기 전에 행해지는 

아잔 소리에 적응하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다

어렸을 때 듣던 예배당의 새벽종 소리는 참 정겨웠다

불국사에서 경문을 독송하는 목탁 소리는 

친근감이 느껴져 좋았는데 알아듣지 못할 말로 

소리를 지르는 무에진(Muezzin) 육성은 머리를 아프게 한다

골목마다 하나씩 있는 모스크에서 동시에 

하루에 다섯 번씩 쩌렁쩌렁 스피커로

기도 시간을 알리는 소리를 듣는 것은 곤혹스런 일이다.




남편이 만들어 놓은 진한 커피 향기가 온 집에 퍼진다

응접실 대리석 바닥에는 간밤에 창문 틈으로 들어온 

모래 먼지가 세계지도를 그려 놓았다

매일 닦아도 뿌연 모래 먼지가 문틈으로 들어와 

구석구석에 쌓인다.

분말 같은 모래바람이 불고 나면 비가 내렸다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쏟아지고 나면 

도로에 물이 넘치고 교통은 번잡해진다.






  이곳 쿠웨이트는 경상북도 크기의 면적을 가진 적은 나라지만

세계에서 4번째 부자 나라이다

서남쪽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동쪽에는 페르시아만,

북쪽으로는 이라크가 있고, 미국군대가 주둔하고 있는 나라다

이 나라는 꿈 같은 복지국가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매달 $2,000, 죽음에 이르는 

순간까지 전 국민에게 주어진다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10%가 쿠웨이트에서 생산되고

국가 재정 95%가 석유로 지탱하며

나머지 5%서방국가에 투자하여 국민에게 혜택을 준다

대학교까지 무료이며 해외 유학 시 교육비, 항공료와 

매달 생활비도 지급되는 나라다

그래서 그런지 돈을 벌려고 온 이방인들이 이곳에 몰려있다

고급인력과 저급인력 가릴 것 없이 이방인들이 

쿠웨이트 주민보다 70%가 더 많다. 우리도 그들 중의 하나였다.





땅 5m 만 파면 어느 곳에서든 석유가 나오는 검은 황금의 나라에 

미국도 많은 고급인력을 수출하여 이곳에 주둔하고 있다.



 무척 다행인 것은 치안이 잘 되어있어

테러위험이 낮고 범죄도 다른 나라에 비하여 적은 편이다

술과 유흥지 (night club)를 나라에서 금하고 있기에 

두바이, 아부다비, 바레인그리고 카타르와 

비교하면 범죄가 적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는 걸프만 해안선을 따라 형성된 도로변에 있고 

거실에서 해안 풍경을 볼 수가 있는 건물이다.






 우리 단지에도 모스크가 중앙복판에 자리 잡고 

미나레(Minaret 첨탑) 꼭대기에서 예배 시간을 알리면 

모든 이슬람 교인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땅에 엎드려 무릎 꿇고 기도를 한다

쿠웨이트 사람들은 먹고 자는 것 이외는 

기도 하는 것밖에 하는 일이 없는 것 같다.

 


  쿠웨이트 국제공항은 부유한 나라답지 않게 

지저분하고 복잡하다

이들은 82% 생활을 외국인에게 의존하며 살지만

외국인에게 불친절하다

쿠웨이트 대학교에서 발표한 통계를 보면 

쿠웨이트 사람들이 일하는 하루의 생산성이 8분이라고 한다

공무원 대부분은 커피와 차를 마시고 잡담하며 

개인 일을 보고 점심, 기도 등으로 하루를 보낸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버는 나라가 아니고 어느 날 

갑자기 쏟아진 기름에 의해 부자가 된 나라이기 때문이다.




 ( )에 편승해 하녀와 하이스 (남자 하인)를 거느리지만

생산성이 지구 상에서 제일 낮은 나라다

국가에서 결혼, 자식 양육, 교육비, 의료비, 전기, 수도세 등 

일체를 지원하다 보니 일하려는 의욕이 사라졌다

고속도로는 고급차 전시장 같은데 운전은 과속과 

난폭 운전으로 세계에서 악명이 높은 나라다.

 




어둠이 내리면 도시는 갑자기 분주하고 생기가 돈다

낮잠을 끝낸 하얀색의 옷을 입은 아랍남자와

검은색으로 몸을 감은 여인이 늦은 저녁 식사와 쇼핑을 하려고 

고급 차를 몰고 시내로 나온다

물보다 기름이 싼 덕분에 도시는 온통 전등으로 

반짝이고 활기가 찬다

쇼핑몰에는 없는 것이 없이 최고급 명품으로 가득 차있고

물가는 미국보다 3배가 더 비싸다.




 사람들이 사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외국인들은 아랍사람의 손과 발이 되어주고 머리도 되어준다

그러나 그곳에선 외국인도 아랍사람들의 방식으로 생활해야 한다





   나는 쿠웨이트에 살면서 내가 중동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에 하나님께 늘 감사했다

국가에서 주는 혜택으로 공부는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게으르고 나태한 그들의 생활습성이 싫었다

오십 년 후엔 석유가 고갈된다고 한다





그들은 다시 낙타무리를 방목하는 유목인으로 돌아갈 것인지,

미래의 대책도 준비도 없는 삶이 좋아 보이진 않았다.

오만하게 인종차별이 심한 이곳 사람들이 싫다

남자는 4명의 아내를 거느릴 수 있다는 풍속도 싫다

남성 우월주의에 순종할 자신도 없다

게다가 시간 개념이 없어 약속을 잘 안 지켜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유목민의 타성도 이해하기가 힘들다

그들이 생각하는 시간 약속은 오로지 아침, 점심, 저녁으로 

구분될 뿐이다

생각에 따라 고무줄처럼 짧아지기도 길어지기도 하는

그들의 시간 관념은 매번 나의 분통을 터뜨렸다

어디 그뿐인가?

 

 

 

한 달 단식으로 지옥문이 닫히고 천국의 문이 열린다는 

라마단(Ramadan)을 지킬 자신도 없다

윤기 흐르는 여자의 머리카락은 뱀처럼 남자를 끊임없이 유혹하는 

사악한 존재로 취급되기에

거추장스러 부츠카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몸을 감싸고 입은 검은 옷)를 

입고 거리를 활보한 자신도 없다

이런 나의 마음을 미리 알고 자유의 땅에서 삶의 여정을 펼치게 해주심에 늘 감사하며 산다.

 



검은색 황금으로 덥힌 중동에 잠시 살면서

내가 선택된 사람임을 더욱더 실감했다

삶을 몸으로 느끼고 배우는 살아있은 교육장이었다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날로 깊어간다

나는 황금보다 자유와 인격을 더 신봉하기 때문이다.

 

2013년 부터 2년간 중동 쿠웨이트에서 살면서 느낀

색다른 풍습과 생활을 같이 나누고 싶어 쓴 글이다.


 


중동, 검은 황금, 라마단, 쿠웨이트, 석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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