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cyMoore
수필가 김혜자(nancymoore)
Washington 블로거

Blog Open 04.15.2016

전체     123630
오늘방문     68
오늘댓글     0
오늘 스크랩     0
친구     19 명
  달력
 
고독한 시인 세르게이 예세닌(Sergei Yesenin)
04/07/2020 07:27
조회  777   |  추천   7   |  스크랩   0
IP 24.xx.xx.246




사람과 차로 분비던 길이 한산하다.

인적이 없는 거리는 쓸쓸하기만 하다.

살아온 울타리에 높은 담을 올리고 세상은 침묵으로 정지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모든 사람을 집 안으로 몰아넣었다.



꽃과 함께 화사하고 아름다운 계절이 돌아왔지만 즐겨 볼 사람이 없다.

모든 것이 정지되어있다.


구름 한 점 없는 고요한 하늘에 멈춰진 시간은 몸살을 앓는다.

누구나 제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쉽지 않은 고행의 길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구름과 바람의 길을 나는 걷는다.

주머니에 두 손을 찌르고 콧노래를 불러본다.

 

길에 나서는 것으로 기쁨에 젖기로 했다.

잎이 메말라 떨어졌던 추운 겨울은 가고 온 몸으로 춤을 추는 봄이 왔다




 

남편이 어렸을 때 나무 껍질에 불을 붙여 불쏘시개로 썼다는

자작나무를 본다.


비탈진 능선을 타고 햇살이 스며드는 곳에 눈처럼 희고

광택 나는 피부, 호리호리한 훤칠한 키,

자작나무는 마치 귀족같이 보인다.




 

나는 자작나무를 보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 방울이 떨어질 듯한 눈빛을 가진 미남자

세르게이 예세닌(Sergei Yesenin)이다. 



그는 1895년에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1910년 시()로 등단했다.

태생과 어울리지 않는 외모와 고등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예리한 감성과 지성으로 러시아의 자연과

농촌 풍경을 노래한 향토적인 시인(詩人)이다.



The Yesenin family home in Konstantinovo, Ryazan



그의 시()는 시냇물 같은 음률로 보석같이 빛나고 아름다워

러시아 국민으로 부터

“최후의 농민 시인’이라 사랑을 받고 많은 그의 시를 애독(愛讀)한다.

 

그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폭압적인 제정시대와 스탈린의 공포 정치에 견디며

술과 광기로 인생을 살았다.


 

Isadora Duncan



예세닌의 삶에서

“맨발의 여인” 이사도라 던컨(Isadora Duncan)을 빼놓을 수는 없다.


춤의 혁명을 일으킨 열일곱 살의 연상의 여인(44세) 이사도라 던컨과 

러시아의 천재 시인 세르게이 예세닌(27세)은 운명처럼 아니

숙명처럼 사랑에 빠진다.





그들의 사랑은 다른 시대, 다른 풍습과 다른 언어,

너무 세계가 색다른 결합이었다.

부드러운 금발의 천사와 같은 외모와는 달리

예세닌은 폭력과 욕설을 일삼는 광폭한 술꾼이었다.

 

불꽃 같은 화제를 뿌린 그들은 1922년 결혼하고 미친 듯이 사랑하고

미친 듯이 싸우다 1924년 헤어진다.


 

이제 우리들은 조금씩  / 세르게이 예세닌

이제 우리들은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고요함과 행복이 있는 그곳으로
이제 나도 자그마한 짐을 꾸려
길 떠나게 되겠지

그리운 자작나무 숲이여!
대지여, 모래밭이여!
이 엄청난 친구들과의 작별에
내 슬픔 감출 길 없구나

나는 영혼에 육신을 입히는
이 세상 모든 것을 사랑했노라
가지를 늘어뜨리고 장밋빛 물속을
응시하는 백양나무에 평화 있으라

조용히 많은 것을 사색했고
남 몰래 많은 노래 지었으니
나 이 음울한 대지에서 숨 쉬고
살았다는 것 행복하다

나 행복하다 여자들과 키스하고
풀밭 여기저기 핀 꽃들을 꺾고
우리의 작은 형제들인
동물을 한 번도 매질하지 않았으니

나 알고 있다
그곳엔 꽃피는 관목 숲도 없고
호밀 줄기는 그 백조 같은 목을 살랑거리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엄청난 친구들과의 작별을
생각할 때마다 나 떨고 있다

나 알고 있다. 그곳엔 안개 속에 피어나는
희미한 금빛 보리밭도 없다는 것을
그래서 나와 함께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나에겐 소중한 것이다

 



 던컨과 헤어진 예세닌은 정신쇠약과 알코올 중독,

피해망상에 시달렸다.

 

1925 12 21일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그는 24일 던컨과 신혼 여행 왔던 상트 페레르부르크,

앙글르테르 호텔(Saint-Petersburg, Angleterre Hotel)에 투숙한다.

 



서른 살의 젊은 러시아의 시인은 잉크가 없자

손목을 긋고 흐르는 피로

“잘 있거라 벗이여(Goodbye, Friend, Goodbye)” 시를 쓴다.

 

다음날 그는 창문에 목을 매고 비극의 최후를 마친다.

남들의 반()도 못 산 인생이지만 그는 많은 세상에 흔적을 남기고 떠났다.


 


Goodbye, My Friend, Goodbye

By

Sergei Yesenin

 

Goodbye my friend, goodbye.

My love, you are in my heart

It was preordained we should part

And be reunited by and by.

Goodbye, no handshake to endure.

Lets have no sadness  furrowed brow.

Theres nothing new in dying now

Though living is no newer.

 


새 삶을 시작한 이사도라 던컨은 2년 후, 1927년 프랑스 니스에서

바람에 날린 목도리가 오픈카 바퀴에 끼어 목을 졸려 숨졌다.



 

두 사람의 최후는 모두 비극으로 끝났다.


그의 죽음 후, 톨스토이는 가장 위대한 시인이 죽었다.

그의 시는 마치 그의 마음의 보물을 두 줌 뿌린 것과 같다

그를 애도하며 민중의 시인으로 칭송하였다.

 


지금도 그의 시는 아직도 많은 사람 마음에 영원히 흐른다.

 




봄바람이 분다.


오늘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호숫가를 걷는다.


계곡 사이를 타고 내리는 물소리는 조용한데,


봄 향기 진동이 바람을 불러일으킨다.






누군가 지나간 발자국을 따라 걷는다.


똑바로 호수로 흘러가는 시냇물보다 휘청 굽어진 물줄기가 더 정답다.



한겨울 잠재웠던 욕망의 기운은 계절의 향기로 폐부 깊숙이 파고든다.


피가 도는 길을 따라 온몸이 꿈틀거린다.






다행히 집 주위에 아름다운 길을 걸을 수 있어 숨통이 티는 것 같다.



조용히 많은 것을 사색했고남몰래 많은 노래를 지었다.


이음울한 대지 위에서 숨 쉬며 살았던 것이 행복하다.”


러시아의 예세닌 시인의 글을 읊어 본다.





 

자작나무가 왜 허물을 벗는지 이해가 된다.


허물을 벗는 것은 성장을 위한 필연이다.



이제껏 허물 한 번 벗지 못한 삶이었는데 오늘에야 그 맛을 알았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내 몸의 허물을 벗고 버리는 일상을 통해


성장의 길에 도전하는 삶을 가르치고 있다.

 


 

 

자작나무 가지를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


새 한마리가 노래 한다.

 

"성급하지 말라. 서둘지 말라.


살아있다는 기쁨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라."



눈처럼 흰 하얀 자작나무가 마치 귀족같이 느껴지는


오후에 호숫가를 걸어본다. 




 


봄바람이 어느새 내 몸 안에 들어와 내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있다.





 



 

  


세르게이 예세닌, 자작나무, 이사도라 던컨, 김혜자
이 블로그의 인기글

고독한 시인 세르게이 예세닌(Sergei Yesenin)